삼삼한 육아일기
‘삼삼하다’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삼삼한 국물, 삼삼한 바람, 삼삼한 날들.
삼삼(33)이라는 반복되는 글자를
소리 내서 말했을 때의 어감이 좋고,
무엇보다 별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과도
잘 어울리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처음 엄마가 되었을 때는,
삼삼한 맛보다는 맵고 짜고
달고 쓴 맛의 연속이었습니다.
생명을 키우고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감과
사랑스러운 존재의 곁에 있다는 따스함,
하지만 엄마라는 정체성이 나의 전부가 될 것 같은 두려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아쉬움 같은 것들이
교차되는 복잡한 날들이었죠.
그런데 요즘은 그저 이 모든 순간들이
평범한 나의 일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른세 살 나이 차이를 가진 동거인을 통해서
안 해봤던 생각, 안 갔던 곳,
관심 없었던 것들을 경험하는 소중한 날들.
이 맛있게 싱거운 순간들을 잘 기록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