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주변의 상황을 보아 좋은 시기를 결정함. 또는 그 시기.
남들이 맞춰놓은 시기에 움직이는 것.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이 질문들을 안 들어본 사람이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명절 잔소리 용돈표’까지 있을 정도다.
학생일 때는 공부 잘하느냐, 졸업할 때쯤엔 대학은 어디 가냐,
졸업하면 취업했냐, 취업하면 결혼은 언제 하냐,
결혼하면 애는 언제 낳을 거냐!
무한 질문의 연속에서 우리는 자라왔고,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늘 이 질문들 속에 살아온 탓인지 ‘평범한 사람의 기준’이란 생각이 잡혀있나 보다.
저 질문들을 들을 때 불편했지만, 그 나이대에 들어야 하는 당연한 소리쯤으로 여겼고,
듣기 싫어도 불편한 애정 같은 느낌으로 받아들이며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잣대를 내가 나 스스로에게 들이대고 있었다.
내 나이 서른둘.
그 나이 정도면 나이면 직장도 있어야 하고, 결혼했거나 준비하고 있어야 하고,
아이도 하나 있어야 할 나이가 아닌가?
그런데 나는 대학도 나오지 않았고, 직장도 없고, 아이도 없네.
그럼 다른 것을 이룬 것이 있는가?
이 질문에서, 나는 대답할 수가 없다.
나는 내 우울에 허덕이며 앞가림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고,
그렇다 할 직업도 직장도 없을뿐더러, 결혼은 빨리했지만 아이는 없기에.
삶의 기준표에 한참 떨어지는 사람이라 느끼며 스스로 타인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불행함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느 순간,
나는 비교를 멈추고 시선을 돌려보았다.
타인이 아닌,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그때의 나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 허덕였지만,
지금의 나는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주변에 소음보다, 나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인 나.
지난달보다 더 단단해진 나.
그런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내쉬는 숨이 조금 가벼워졌다.
비록 삶의 기준표와는 아직 거리가 있지만,
적어도 나만의 속도로, 나만의 타이밍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작년보다 현재가 더 행복하다.
남편과 함께 동네 한 바퀴를 돌며 하늘을 봐도
하늘에 있는 구름이 주는 아름다움에.
반짝반짝한 햇빛의 따스함에.
심심한 감사함을 느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