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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희동처녀 Mar 19. 2016

확성기로 하는 기도

2. 이스탄불 보스포러스 해협의 아침


확성기 방송 소리에 화들짝 놀라 잠이 깼다. 창문 밖을 보니 아직 새벽이었다. 잿빛의 공기를 뚫고 울려퍼지는 소리에 다른 여행자들이 몸을 뒤척였다.     

 

소리의 정체는 이슬람 신도들의 기도였다. 터키 사람들은 이 기도를 '아잔(Azan)'이라고 불렀다. 기도가 울리면 이슬람 교도들은 집에서든, 도로에서든 메카 방향을 향해 기도를 올린다. 하루 다섯 번, 확성기로 하는 기도가 도시 전체에 울려퍼진다. 기도하는 그들의 뒷모습은 아름다웠다. 그 순간 그들의 눈빛속에 담긴 마음의 평화는, 종교의 종류와 관계없이 그 믿음 안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시계를 확인하니 시간은 새벽 6시. 3시간밖에 못 잤지만 대충 샤워를 한 뒤 자켓을 걸치고 밖으로 나왔다. 어둠이 걷힌 이스탄불의 아침은 바다 인근 도시가 갖는 특유의 에너지로 가득했다. 잿빛 아스팔트 위에는 커다란 갈매기들이 뒤뚱뒤뚱 걸어다녔다. 아침을 맞은 보스포러스 해협의 물고기들은 포물선을 그리며 점프를 시도하고 있었다.      


어느 지역에서나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 이곳에서도 어부들의 노동은 아침을 여는 문 중 하나였다. 마르마라해를 삶의 터전 삼은 사람들은 작은 쪽배, 유람선, 페리를 타고 아시아와 유럽이라는 두 거대한 대륙을 연결하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배들을 따라 날았다.


멀리 희미하게 돌고래가 뛰노는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돌고래와 함께 수영을 하는 것이 꿈이라는 한 친구가 생각났다. 흑해에서 보스포러스 해협을 통해 마르마라해로 넘어가는 돌고래들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거리며 검은 바다를 헤쳐가고 있었다.   



이스탄불의 동물들은 인간을 전혀 위협하지도, 인간으로부터 위협을 느끼지도 않았다.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는 이 도시는, 거대한 개들이 길거리에 돌아다녀도 아무도 경계하지 않았다. 커다란 개들은 스스로가 귀여운 새끼 강아지라도 되는 줄 아는 듯 어리광을 부렸다.


바다를 보고 숙소로 걸어가는 길, 개들이 옆에 와서 종아리에 털을 부비고 꼬리를 흔들어댔다. 사람들은 이런 도시의 동물들을 마치 동네 말썽꾸러기를 대하는 듯, 저리 가라고 좇는 손짓을 하면서도 웃으며 바라보았다.      


주민들에게는 도시를 관통하는 바다인 보스포러스가 서울 사람들의 한강보다는 좀 더 삶에 가까운 공간이다.


터키 사람들은 이곳에서 낚시를 하고, 맥주를 마시고, 조깅을 하고, 진하게 키스를 한다. 바다는 우리의 한강처럼 그저 휴식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다리 위에서 잡아올린 물고기들은 컵에 담겨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팔려나간다. 고등어는 다리 아래의 좌판에서 바로 숯불에 익혀 빵 속에 끼워진다. '발륵 케밥(생선 케밥)'이라 불리는 이 고등어 케밥은 이스탄불을 찾는 관광객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된 지 오래다.      


바다 위를 지나다니는 배들도 한강의 유람선처럼 단순히 관광용이 아니다. 대부분 대중교통이다. 서울 시민들이 버스나 지하철을 타듯, 이들은 페리를 타고 직장과 집을 오간다. 가격도 한번 타는데 우리 돈으로 1000원 정도로 저렴하다.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다리 두개로 연결한 도시, 이스탄불은 그렇게 하나의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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