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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문하는여자 Mar 14. 2020

생각연습


 

 시간이 없었다기보다 삶의 여유가 없었던 2,30대를 지나 마흔에 난생처음 탁구라는 취미 활동에 심취했다. 운동감각이 나쁜 편이 아닌데도 이놈의 탁구는 아무리 쳐도 잘 늘지가 않는다. 단순히 공을 넘기는 것을 넘어 공의 구질에 따라 타법이 다를뿐더러 배워야 할 기술이 많고 공을 정확하게 처리하기까지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운동이다. 생활체육인들 사이에서도 실력의 차가 어찌나 큰지 ‘게임이 안된다’는 말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됐다.  탁구 좀 친다는 고수의 공은 서브조차 받기 힘드니 게임이 되겠는가.  핑계를  좀 붙이자며 일하느라, 아프느라 탁구를 배운 지 4년이 됐지만 아직도 초보 딱지를 떼지 못했다. 그것을 안타까이 여긴 탁구장의 고수가 탁구 실력을 빨리 늘 수 있는 비결이라며 가르쳐준 팁이 하나 있다. 생각을 하는 거다. 내가 넣는 서브를 상대방이 어떻게 받을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서 다음 동작을 준비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머리로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몸이 반응을 한다는 것이다. 상대가 서브를 넣을 때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패턴을 빨리 파악하고 공이 어느 쪽으로 올지 예상하고 있으면 몸이 빨리 움직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평생을 즉흥적이고 감각적으로 살아왔고 수학적인 사고에 취약한지라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공이 오는 속도에 맞춰 생각하는 게 도무지 안된다. 생각을 해야지 자세를 제대로 잡고 몸이 준비를 하는데 여전히 공 넘기기에 급급하다. 생각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지 빨리빨리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연습하는 훈련이 안된 것이다. 어떤 일을 할 때 단순히 열심히 하는 것과 생각하면서 하는 것은 최소 2배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올림픽 신기록이 매번 갱신이 되는 이유는 현재의 선수들의 역량이 더 뛰어나거나 연습을 더 많이 해서가 아니라 ‘의식적인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멋대로 연습과 달리 의식적은 연습은 자신의 취약점을 발견하고 구체적이고 반복적으로 집중 연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을 올라가는 큰 딸의 수학을 가르치다 보니 목소리가 커지고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혈압까지 오른다. 덧쌤 뺄샘을 한창 연습하고 있는 아이에게 곱하기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2 곱하기 1이 3이 아니고 왜 2가 되는지 이해를 못하는 것이다. 결국 못 참고 내뱉는 말이 생각 좀 해봐조금만 생각하면 다 알 수 있잖아였다. 옆에서 부녀의 신경전을 지켜보던 남편이 곱하기는 이해하는 게 아니고 외우는 거야. 그냥 외어라고 훈수를 둔다. 이게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이다. 나 역시 곱하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작전 외웠다. 외우는 것조차 무지 힘들어서 나머지 공부까지 했던 기억도 있다. 그 결과 일찌감치 수포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금도 계산을 하려고 하면 머리가 멍해지고 계산은 내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 지가 오래됐다. 

 단순한 연산도 연습이 필요한데 게임의 요령이나 문제를 해결해가는 능력은 생각을 하라고 해서 갑자기 툭! 튀어나와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까?

 생각연습의 시작은 질문이다. 생각을 끄집어내 줄 질문이라는 낚싯대를 던져야 한다.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생각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질문, 혹은 생각의 폭을 넓히고 전혀 다른 생각으로 이끌어줄 질문! 질문이라는 성능 좋은 낚싯대를 던졌을 때 월척을 낚을 수 있다. 물론 풍부한 생각을 끄집어내기 위한 그 밑바탕에는 다양한 체험과 독서가 필요하다. 하지만 질문을 하지 않으면 자신만의 참신한 생각을 낚을 수가 없다.      

 카이스트(KAIST)는 학생들이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는 연구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KAST가 던지는 궁극의 질문대회를 연다는 기사를 봤다. “훌륭한 연구는 좋은 질문에서 출발한다”라는 취지로 열린 대회에서는 ‘나무에 신경계를 이식하는 것이 가능할까?’ ‘빨지 않아도 되는 옷을 만들 수 있을까?’ ‘기록을 영원히 남길 방법은 무엇일까?’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컴퓨터가 가능할까’와 같은 질문들이 최우수 질문상을 수상했다. 가장 인기 있는 질문으로는 ‘책을 읽지 않고 머릿속에 넣을 방법은 무엇인가’가 꼽혔다. 지금은 농담 같아 보이는 질문일지 모르지만 사소한 질문이 더 중요한 질문으로 이어지고 깊이있는 연구로 이어지며 과학의 진보를 이뤄왔다. 에디슨은 어린 시절 엉뚱한 질문을 하는 아이였고, 세계적인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물어보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더 잘하고 싶다면 생각연습을 하자,  질문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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