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시청률의 비밀
서울에서 10년 동안 방송작가 생활을 하다가 지방으로 이사해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방송작가의 경력도 거기서 멈추었다. 심지어 책육아를 하겠다며 명색이 방송작가 엄마가 거실에 TV를 없애고 책장을 들였다. 그렇게 경단녀로 7년, 심지어 TV를 보지 않고 7년을 보내고 나는 다시는 하지 않겠다던 방송일을 다시 시작하게 됐다.
방송작가들 사이에 10년 차 작가만 되어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방송 감(感)’이 사라진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7년의 공백을 깨고 다시 시작하는 나에게 감이 살아날까 긴장되는 건 사실이었다. 가까이 지내는 한 지인은 최신 유행어를 가르쳐주며 우려 섞인 시선으로 아줌마의 컴백을 지켜봤다.
7년의 공백을 깨고 컴백한 첫 방송! 시청률이 뒤집어졌다. 바로 전주 1.1%였던 시청률이 9.8%라는 전무후무한 시청률이 나온 것이다. 토크 프로그램 특성상 게스트가 중요한데 민선 3기 임기를 막 끝낸 김관용 경북도지사 부부가 출연을 한 데다가 그 부부와 인연이 있는 전원주가 함께 나와서 지역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이번 한번뿐이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아침마당대구를 집필하는 내내 그 이전 시청률의 2배 많게는 3배의 시청률이 나왔다. 물론 죽을 쑤는 날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시청률이 잘 나왔고 프로그램이 재미있어졌다는 내외부 모니터 평을 받았다.
서울에서 방송작가를 하는 10년 동안 나는 글을 잘 쓴다기보다 구성을 잘하는 작가였다. 그 구성력은 어떻게 키워졌을까. 시청률 지상주의인 상업방송 SBS에서 방송제작을 하면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했던 것은 어떤 아이템이 시청률이 잘 나올 수 있을까였다. 공익, 정보, 감동 물론 다 중요하지만 가장 밑바탕은 재미있을까, 즉 시청률일 잘 나올까? 였고, 방송인들만의 용어로 ‘아이템이 섹시한가?’였다. 그 첫 번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아이템으로 선정되지 못한다. 아이템을 선정하는 과정이 가장 까다롭고 힘겨운 작업이다. 데스크로부터 아이템을 컨펌받기 위해 시도 때도 없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눈알이 빠지게 뉴스 체크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이템이 정해진 다음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시청률일 잘 나올 수 있게 구성하고 촬영을 할까였다. 고향을 찾아가 특산물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농산물이 크고 먹음직한 것들이 시청률이 잘 나왔고, 한밤의 TV연예를 제작할 때는 감각적이 자극적인 아이템을 잡기 위해 애를 썼다. 동물농장의 경우는 애완견의 나쁜 버릇을 고쳐주는 <개과천선>이나 <동물구조 sos> 코너는 케이스에 따라서 시청률이 천차만별이었다. 소위 센 아이템이라고 해서 늘 시청률이 좋았던 것도 아니고, 의외의 아이템이 난데없이 터지기도 하고 끊임없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시청률이 잘 나오는 아이템에 대한 감각을 키워갔다.
그리고 한 피디의 질문이 아이템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김 작가 가장 좋은 구성이 뭔지 알아?”
방송작가 생활을 시작한 지 5년 차가 됐을 때쯤 한 선배 피디가 나에게 한 질문이었다. 그 피디는 미스터리물 전문으로 불렸고 촬영은 물론 편집을 감각적으로 해서 제작한 아이템마다 호평을 받았던 터라 작가로서도 배울 게 많은 피디였다. 선배의 질문은 구성작가로서의 능력을 점프하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질문에 어떻게 내가 어떻게 대답을 했는지 기억이 않는다. 하지만 그의 말투와 표정, 대답이 잊히지 않는다. “그건 말이야, 시청자들을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거야”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면서 끊임없이 질문하게끔 만들고 궁금하게 하고 그 궁금증을 풀어가는 구성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구성이란 거다. 어디 방송뿐이겠는가. 영화나 소설, 모든 스토리에 가장 중요한 요소지만 나는 아이템을 흥미로운 구성으로 녹여내는 스킬이 부족했다. 그 선배와 함께 SBS <TV 동물농장>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미스터리물이나 호기심을 주는 아이템과 구성을 배웠고 반응이나 시청률이 상당히 잘 나왔다. 그 재미를 들인 이후로는 어떤 프로그램을 하던 어떻게 하면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을까를 무수히 고민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궁금증과 질문을 일으킬 수 있는 구성이야 말로 재미와 시청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만능열쇠였다. 전체적인 구성뿐만 아니라 타이틀 역시 시청자들이 제목만 보고도 채널을 멈추게 만드는 것이 최고의 타이틀이다. 육아를 하는 동안 집에서 TV를 보지 않기 때문에 우연히 시골집에 가서 한 종편채널을 보는데, 화면 우상단에 소제목이 5분 단위로 계속 바뀌면서 지속적으로 띄워져 있었다. 수시로 채널을 돌리는 시청자를 붙잡기 위한 영리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소제목 역시 ‘그가 산으로 간 까닭은?’ 류 같은 호기심을 유발하는 문장이었다.
7년 만의 컴백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10년 동안 방송을 제작하면서 몸으로 체득한 것들이 헛되지 않았구나. 아이템을 보는 안목.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을 던지고, 호기심을 놓치지 않는 구성과 타이틀로 만든 것이 7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였을까? 질문으로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은 유행이나 트렌드를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