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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문하는여자 Mar 31. 2020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

방송작가의 질문

  7년의 공백을 깨고 방송작가로 나름 성공적으로 재기한 나는 프로그램을 집필을 하는 동안 시청률이나 모니터 평이 잘 나왔고 시청자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서울에서 제작할 때에는 늘 나의 능력을 의심했는데 지방이라는 환경 탓일까 나도 모르게 능력이 업그레이드된 것일까. 나는 무엇이 달랐을까?!


 기존의 제작진은 대구·경북에 살고 있거나 로컬의 색이 짙은 게스트를 위주로 섭외했다면 나는 게스트 섭외를 지역에 국한하지 않았다. 아이템 콘셉트에 맞춰 대구·경북 사람들을 위한, 혹은 대구·경북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사람들로 섭외의 범위를 넓혔다. 한 회당 세명의 게스트가 있다면 한 명정도는 다른 지역의 사람들을 섭외를 했고, 특히 특강 강사의 경우에는  A급 강사들부터 섭외 전화를 다 돌렸다. 지방인지라 강사의 하루를 다 잡아먹는 스케줄인 데다가 턱없이 짠 방송 출연료에 대구, 경북으로 방영이 되는 지방방송이니 전문 강사들에게는 좋은 조건이 아니다. 당연히 컨택을 했던 사람들 중에 수락한 강사보다 거절한 한 강사가 훨씬 많다. 그래도 눈 질끈 감고 일단 컨택을 했다. 모든 섭외가 그렇지 않은가. 거절당할 두려움보다 1%의 가능성을 보는 것이기에 전화 한 통 돌려서 출연 여부를 묻는 건 작가로서 당연한 일이었다. 인기 강사들이 좋아할 리 없는 방송이지만 스케줄이 맞는 다면 문제 삼지 않거나 스케줄을 조정하는 강사들이 있었다. 때문에 누구누구가 괜찮다더라는 말만 들어도 일단 컨택! 아침마당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김 작가는 말만 하면 다 섭외한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묻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하지만 거절은 프로그램을 향한 것이지 나에 대한 거절이 아니기에, 일단 찔려보고 던져놓으면 선택을 그들의 몫이라는 걸 확신하는 순간부터 무조건 묻는다. 출연료를 듣고 코웃음을 친 강사도 있었고, 최고 줏가를 자랑하는 강사들은 매니저 선에서 끊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출연료를 묻지 않고 자신 만의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강의하고 싶어 하는 강사도 있었다. 그렇게 컨택을 한 사람이 ‘닥터유’ 유태우 박사였다. 


 닥터유를 알게 된 건 유튜브 방송을 통해서였다. 건강에 대한 궁금증이 있어서 유튜브를 뒤지다가 그의 방송을 듣게 된 것이 인연이 됐고 직접 만나게 될 줄은 그때는 몰랐다. 명색이 의사인데 병원 가지 말고 약을 먹지 말라고 하는 괴짜 의사! 베스트셀러 작가로, 닥터유 과자를 만든 박사로, 건강에 대한 철학이 분명한 의사였다. 진료와 개인 유튜브 방송으로 바쁜 그였지만 그는 특강의 형식이라면 출연이 가능하다고 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건강한 새해를 맞기 위한 특강을 들려줬고. 그는 아침마당 대구의 최고의 시청률을 갱신한 주인공이 되었다. 평소 시청률의 두배인 10%의 육박하는 시청률이었다. 사실 예상치 못한 결과였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잘 나오는 대로, 생각보다 저조하면 저조한 대로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또 방송쟁이들의 습관이다. 나름대로 분석한 첫 번 째 이유는 아침마당의 주 시청층이 6,70대 여성들인데 그들의 주 관심분야인 ‘건강’을 다루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간대 타 방송사에서는 매주 건강특강을 하는데 시청률이 1,2%대다. 건강이라는 주제가 6,70대 여성들에게 관심 있는 분야이기는 하나 시청률 보증수표는 아니다. 시청률을 견인한 요인은 유태우 박사라는 개인적인 호감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타이틀이 한몫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유태우 박사의 녹화 스케줄과 섭외를 확정 짓고 자료조사에 들어갔다. 전체적인 질문과 콘셉트, 타이틀을 잡고 닥터유와 통화를 했다. 

 닥터유타이틀은 어떻게 가면 좋을까요? ” 

 일단 질문을 던져놓고 내가 생각했던 타이틀과 콘셉트를 이야기했고, 가만히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닥터유는 “김 작가 <여자가 아픈 이유>는 어떨까?”라고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여자가 아픈 이유>라... 방송가에서 흔히 표현하는 대로라면 타이틀이 섹시했고, 딱 우리 시청층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문구였다. 그 강의를 듣지 않아도 강의 시작이 예상이 되지 않는가. 유태우 박사의 강의는 시청자들과 방청객에게 던지는 질문으로 시작이 됐다. “여자가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병원원을 찾는 빈도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과 아파 죽겠는데 죽지 않는 게 여자의 병이라는  이야기로 시작된 그의 강의는 끝까지 호기심을 몰고 가기 충분했다. 닥터유의 강의는 노련했고 내용 역시 좋았다.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최고의 시청률을 낳은 게 아닐까.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닥터유라는 강사섭외가 가능했고, 그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컨탠츠를 꺼내서 시청자들에게는 유익하고 제작진으로서는 보람된 한편을 방송을 마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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