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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질문하는여자 Apr 16. 2020

편애일까요?

아이의 질문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지만 두 손가락을 바라보는 감정이 다르다. 그 감정은 둘을 바라보는 눈빛, 목소리, 태도로 드러난다. 사람들은 그것을 편애라고 부르기도 한다.

 

 첫째는 처음이란 이유로 무한한 사랑과 혜택을 받았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독점하던 모든 것을 나눠야 하고 묘한 책임감까지 주어진다. 먹는 것 하나부터 보험까지 첫째와 둘째를 똑같이 해주려고 노력지만 모든 조건을 똑같이 해주는 건 신도 불가능한 영역이 아닐까. 특히 둘의 싸움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힘에 밀리고 말빨에 밀리는 둘째가 안쓰러워서 언니를 혼낼 때가 많다.


 훈육의 기준 역시 첫째 때에 비해 둘째에게 느슨해지기도 했지만 둘째를 자주 혼내지 않은 이유는 따로 있다. 둘째는 ‘눈치’와 ‘애교’를 장착하고 태어났다. 등에 센서가 달려서 눕히기만 하면 울어서 늘 안고 재웠던 첫째와 달리 둘째는 먹이고 눕혀 놓으면 깊은 잠을 자서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천성이 순한 데다가 떼를 쓰다가도 엄마가 화를 낼 것 같으면 거기서 멈춘다. 딱 엄마가 받아주는 선까지 떼를 쓰고 혼날 상황에서는 온갖 기지와 애교로 위기를 모면한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언니 먼저 챙겨줘도  양보를 하고 눈치껏 행동하니 혼낼 일이 잘 없다.


 둘째의 눈치 빨은 언니와의 관계에서 빛을 발한다. 자신이 붙잡아야 할 라인이 어디인지 확실히 아는 것이다. 항상 언니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언니가 제일 좋다고 표현을 한다. 엄마는 잘 놀아주지 않고 자신이 놀 사람은 언니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인지 언니랑 노는 게 가장 재미있기 때문인지 둘째의 언니바라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과일을 똑같이 주면 천천히 먹다가 언니에게 나눠준다. 누군가에게 젤리나 사탕을 받아도 언니 몫은 반드시 남겨 놓았다가 주고 심지어 어린이집에서 부모님께 달아드리라고 카네이션을 나눠줬는데 둘째는 언니에게 상납했다.  

 어느 날 언니가 동생에게 물었다. 

 하하 1/ 00꼭 언니라고 대답 안 해도 돼너는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하하 2/ 사실은 말이야. (뜸을 들이더니언니~

 언니의 얼굴에는 대만족의 웃음이 번졌다. 엄마 아빠는 의문의 일패를 당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      

 둘째라고 질투가 없는 건 아니다. 늘 언니의 옷장을 서성거리고 언니가 없는 틈을 타서 언니의 물건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언니의 눈치를 보며 엄마 아빠에게 누가 더 예쁘냐고 묻기도 한다. 단! 잠을 푹 못 잤거나 배가 고프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는 양보란 없다. 그날은 전쟁이다.      


 내가 셋째로 태어나서 언니에게 치이는 마음이 안쓰러워서 그런 건지, 둘째는 영원한 막내라 마냥 귀여운 건지, 남편의 반대를 거스르고 낳은 아이라 애틋한 건지. 이유야 어찌 됐든 첫째에 비해 둘째에게 훨씬 관대하다. 그런 엄마의 태도에 대해 첫째가 서운함을 느낀다는 걸 어느 날 둘째의 질문을 통해 확인하게 됐다.  “엄마는 왜 언니를 많이 혼내?” 기습적이고 뜬금없는 질문에 뜨끔했다. 동생이 저런 질문을 할 정도면 첫째는 얼마나 부당하다고 느꼈을까. 옆에서 가만히 책을 읽고 있던 첫째가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첫째에게 물었다. “너도 그런 것 같아?” 대답도 하기 전에 첫째 눈에 눈물이 고인다. 왜 첫째를 더 많이 혼내는지 두 아이의 생각을 묻고 난 후 나의 마음을 이야기해주었다. “엄마 생각에는 네가 언니라서 더 기대하는 마음이 커서 그런 것 같아.” 기껏 2년 6개월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로 언니의 역할을 기대하는 게 가혹하다는 걸 알지만 어쩌랴 먼저 태어난 것을. 

 첫째는 처음 엄마가 된 나와 함께 모든 시행착오를 겪어가고 한발한발 성장해가고 있다. 둘째는 언니가 닦아 놓은 길을 편안하게 뒤따라 가고 있다. 때문에 둘째는 그 어떤 행동을 해도 그럴 수 있다는 눈빛으로 보지만 첫째를 바라보고 있자면 여러 가지 감정이 올라온다. 


 너는 나의 처음이라서 그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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