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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자전거 출근의 서막

붐비는 대중교통과의 안녕

by homebody Apr 02. 2025

작년 여름, 이사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자전거를 구입했다. 이사한 집에서 회사까지는 버스를 타면 러시 아워 기준으로 30~40분 정도였지만 입석 금지가 시행되면서 나는 매일 버스를 몇 대씩 보내고 나서야 출근길에 오를 수 있었다. 이 시간까지 계산해서 통근 시간을 1시간 10분으로 잡아야 했고, 그 생활에 슬슬 약이 오르던 차였다. 왜냐하면 굳이 이 동네로 이사 온 이유에는 ‘회사와의 거리가 가까워서’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날도 나는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 서 있었다. 어김없이 0석인 버스를 보내고 지도 앱을 열었다. 자전거 길로 회사까지의 경로를 검색해 보니 14km를 자전거로 달리면 56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나왔다. 자전거를 탈 줄은 알았고, 초딩 때는 아파트 단지에서의 위험한 라이딩을 꽤 즐기기도 했지만 그 외에 자전거 경력이 0에 가까운 처지였기 때문에 14km라는 거리가 잘 가늠이 안 됐다. 자전거 기준 이게 먼 거리인 건지 해 볼 만한 거리인 건지…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경험이 없었기에 걱정이 앞섰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인가?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향하는 것’에 어떤 환상 내지는 로망을 품고 있었다. 이것은 2006년에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시작되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유은호(손예진 언니)는 극 중 수영 강사로, 출퇴근 장면마다 자전거를 타고 성남시 분당구의 탄천을 누볐다. 어스름한 새벽에도, 노을 지는 저녁 무렵에도 자전거를 일터를 오가는 이동 수단으로 삼아 부지런히 움직이는 그 모습이 어린 마음에 되게 여유롭고 건강한 어른 같고 아름다워 보였다. 아름다움은 손예진 언니 본체의 아름다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한 채…


로망 어쩌고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자전거 출퇴근은 현실적으로 꽤 괜찮은 선택지일 것 같았다. 기껏 일찍 일어나 준비하고 나가서 ‘0석’이라 표시된 버스를 마주하지 않아도 되고, 출퇴근 시간 지치고 예민하고 피로한 사람들과 부대끼지 않아도 된다. 심지어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것보다 시간까지 단축된다. 당시 나는 출근 시간보다 조금 일찍 가서 회사에 있는 헬스장에서 40분 정도 운동하고, 30분 정도 샤워 및 준비 후 출근하는 생활을 이어가는 중이었는데, 자전거 출근 시 출근 자체가 곧 운동이기 때문에 헬스장에서 시간을 따로 쓰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기상 시간이 같고, 운동까지 하는 건데도 30분이나 일찍 출근할 수 있었다. 유연근무제이므로 30분 일찍 출근할 수 있다는 말은 즉슨 30분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게다가 교통비 지출이 없어진다는 장점도 들 수 있겠지만, 자전거 구입비를 교통비로 상쇄하려면(이하 중략) 여기까지 계산기를 두드리고 나니 당장 실행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의 자출(자전거 출근이라는 뜻)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직찍사(직접 찍은 사진이라는 뜻)직찍사(직접 찍은 사진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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