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바이크 출신 민트 T9C를 맞이한 이야기
회사에는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는 자전거 동아리가 있었다. 언젠가 협업하는 부서와의 회식 자리에서 운동을 좋아한다는 말을 했다가 동아리 가입을 권유받기도 했다. 잠시 관심을 가졌지만 회원 전체가 아재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자연스레 흥미가 소멸되었고, 이후 마주치기만 하면 자전거 동아리를 영업하는 아재들을 피해 다녔다. 하지만 자전거를 사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자전거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얌체 같게도 가장 먼저 그 아재들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어떤 장르에서든 실용적이고 현행화된 정보는 오타쿠들이 가장 먼저, 가장 많이, 가장 빠삭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분들께 내 조건에 맞는 자전거를 몇 대 추천받았고, 그중 비올리바이크에서 2024년 출시된 트라이폴드 접이식 자전거 ‘민트 T9C(이하 민트)’에게 마음을 그만 빼앗기고 말았다.
내가 어린 시절 타고 동네를 누비던 자전거는 모두 그 당시엔 종류도 알지 못했지만, 평범한 저가형 로드 자전거들이었고, 대개 덩치가 크고 무거웠다. 하지만 이것은 미니벨로였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미니벨로란 ‘mini(작다)‘와 ‘velo(불어로 바퀴 또는 자전거라는 뜻이라고 한다)’의 합성어로 16~20인치의 작은 바퀴를 가진 소형 자전거를 말한다. 나는 미니벨로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금세 이 귀여운 형상을 한 자전거들에 반해 버렸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자전거의 세계에도 유행이라는 것이 있으며, 미니벨로는 현재 유행 중이기까지 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아가 미니벨로계의 이데아, 미니벨로계의 헤리티지, 미니벨로계의 원조, 미니벨로계의 대장주, 미니벨로계의 대마왕, 미니벨로계의 신, 미니벨로계의 김도영은 무려 1975년 영국에서 시작된 ‘브롬톤’이라는 것, 브롬톤은 300만 원대라는 것, 현재 시중에 판매되는 미니벨로들은 대개 ‘짭브롬톤’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브롬톤 카피 제품들이라는 사실까지 알게 됐다. 우리 민트도 수많은 짭브롬톤 중 하나였다.
미니벨로도 몰랐던 나는 당연하게도 3번이나 접을 수 있는 자전거가 있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 리가 만무했기 때문에 이 예쁘면서도 조그맣고, 가벼운 아이가 무척 새로웠다. 이미 작은 자전거를 다시 3번이나 접을 수 있다는 말은 즉슨 이 아이를 내 작은 집 작은 현관에 파킹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3자전거 3도난’의 빛나는 이력을 가지고 있던 나는 자전거를 집 밖에 보관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엄청난 매력이었다. 게다가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급할 때 접어서 대중교통이나 자동차에 싣고 이동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민트는 약 11.4kg으로, 들고 이동하기에도 용이했고, 접은 상태에서 끌고 다닐 수 있도록 바퀴가 달려 있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다른 미니벨로 자전거들도 구경해 보았지만, 민트에게 첫눈에 반해서인지 다른 것들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민트를 구매했고, 이름을 ’쎄쎄(세븐티세븐의 줄임말)‘라고 지어 주었다. 가격이 77만 원이었기 때문이다. 굳이 그의 많은 특징 중 가격에서 이름을 따 온 이유는 게으르고, 쉽게 질려 하고, 포기가 빠른 스스로에게 구매 금액을 지속적으로 상기시켜 자전거를 꾸준히 타고자 함이었다. 몇 천만 원대 자전거들도 있다고 하니, 77만 원이 비싼 금액은 아니지만 내 경제 사정을 고려하면 큰 금액이기도 하고, 성인이 되기 전까지 탄 자전거들(위에서 언급한 3자전거 3도난의 주인공들…)은 동네 자전거 가게나 대형마트 운동용품 코너에서 산 10~20만 원대 제품들이었기 때문에 내가 가져 본 자전거들 중엔 가장 비싼 녀석인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쎄쎄’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쎄쎄’는 쎄 보이기도 하고, 빨라 보이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부르기도 기억하기도 쉬웠다.
오프라인 자전거 전문 매장에서 구매하면 전문가인 사장님께 트라이폴드 자전거를 접고 펼치는 방법, 관리하는 방법, 장비 추천 등 유익한 정보를 구해 여쭐 수 있겠지만 나는 현대인답게 온라인 구매를 선택했다. 실물을 보지 못한 채 구매를 결정했다는 말이다.
그래서 배송 받아 쎄쎄의 실물을 처음 봤을 때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생각보다 바퀴가 더 작았기 때문이다. 바퀴가 작으면 큰 바퀴가 한번 구를 때 얘는 두 번 굴려야 같은 속도로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얼른 유튜브를 통해 자전거를 접고 펼치는 방법만 익힌 뒤 쎄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작은 바퀴가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무나 신기하게도 쎄쎄는 페달을 힘들게 굴리지 않아도 매끄럽고 가볍고 빠르게 미끄러져 나갔다. 자전거 라이딩에도 이런 표현을 쓰는지 모르겠지만 승차감이 무척 좋았다. 쎄쎄라는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게도 쎄쎄는 작은 바퀴로 씽씽 쌩쌩 달렸다. 첫 라이딩에서 나는 쎄쎄에게 완전히 반해 버렸다.
그렇게 쎄쎄와 함께하는 출퇴근 여정이 시작되었고, 나는 아직도 작은 바퀴가 속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