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oys and sorrows of jajeongeo
먼저 이 글의 제목은 장류진의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 》에서 따 왔음을 밝힌다.
지난해 여름 자전거를 구매한 뒤로 한 겨울이 되기 전까지 꽤 부지런히 자전거를 타고 일터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자전거 출퇴근의 장점, 다시 말해 자전거 출퇴근이 나에게 준 기쁨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앉혀 놓고 날밤을 새워도 모자라지만(뻥임 그 정도 아님) 몇 가지로 요약해 보면 아래와 같다.
자전거로 약 13km를 오가면 출근과 퇴근 행위 자체가 운동이 되기 때문에 운동에 따로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원래 대중교통으로 이동하여 회사 도착 후 운동 및 샤워를 하고 출근했다면, 자전거로 이동 시엔 회사 도착 후 운동은 생략, 샤워만 하고 출근하면 된다. 같은 시간에 기상할 경우 약 30분~1시간 정도를 먼저 출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그 말은 즉슨 일찍 출근한 만큼 일찍 퇴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회사는 맨날 가는 곳인 나머지(sad) 자전거 출근도 맨날 하게 되고, 별도의 시간 투자 없이 맨날 하게 되는 이 운동은 하체 근육을 발달시킨다. 나이가 들수록 하체 근육의 값어치는 kg당 3천만 원이라고들 하니, 자전거 출근은 시간을 아껴줄 뿐 아니라 돈도 벌게 해 주는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면 비록 내 연봉은 조그마하더라도 그 연봉을 벌기 위해 오가는 과정에서 3천만 원 플러스알파를 벌고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난다.
자전거는 오직 내 두 다리를 움직여 이동하는 수단이다. 가끔 바람이 도와주기도 하지만, 나를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건 오직 나 자신이다. 그리고 달리는 과정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스스로 안간힘을 써 쉬지 않고 부지런히 발을 구르면 결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 과정을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기록하고, 별다른 노력 없이 어제보다 시간이 단축되었다면 성장했음에 기쁨을 느낀다. 그리고 그 기록이 쌓이면 꾸준했음에 또다시 기쁨을 느낀다.
자전거 이동에 사용되는 에너지는 내가 음식을 통해 섭취한 에너지 또는 내 지방을 태워(굿) 만드는 에너지뿐이다. 자전거 이동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내가 호흡하며 내뿜는 이산화탄소뿐이다. 일전에 인간이 호흡하며 내뿜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한 아티클을 읽었는데, 전 세계 인구가 80억이 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인간이 호흡을 통해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영향도는 미미하며, 호흡 외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문제라고 한다. (호흡 외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라…) 아무튼 자차나 대중교통을 통한 이동보다 자연에 도움은 안 될지언정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동 수단으로써의 자전거는 친환경적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면 평소엔 보이지 않았던 계절의 변화, 들꽃, 작은 동물들이 눈에 들어오고, 비록 나의 목적지가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기술만능주의에 쩌든 공간일지라도 잠시라도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그 시간이 무척 소중하다.
자전거 출퇴근이 이토록 나에게 기쁨을 가져다줄지라도 모든 것이 그렇듯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음의 두 글자들이 자출족인 나를 슬프게 했다.
자전거 이동은 날씨를 많이 탄다. 안전을 위해서도, 자전거 관리를 위해서도, 내 건강을 위해서도 눈, 비가 오는 날이나 너무 춥거나 더운 날, 미세먼지나 황사 등으로 공기가 좋지 않은 날을 피해 적절한 날씨에만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다. 하지만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초딩 때는 학교에서 이것이 우리나라의 POSITIVE한 특징이라고 배웠다. 하지만 막상 살아보니… 여기에도 기쁨과 슬픔이 있었다.)이고, 그중 그나마 자전거 타기 좋은 계절인 봄과 가을은 기후위기로 인해 점점 짧아져만 가는 게 현실이다. 요즘 같이 산에 들에 거리에 꽃들이 만개한 봄날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거나 우박이 우다다 내리는 돌발적 기상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이런저런 날씨 핑계를 대다 보면 막상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수 있는 날이 생각보다 많지가 않다.
나는 원래 자전거를 타던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약 13km를 자전거로 달리는 것에 결코 익숙하지 않고, 쓰지 않던 부위의 근육을 사용하는 것에서 오는 피로가 상당하다. 마음이 아무리 재미나도, 몸이 피로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귀여운 회사 친구가 제안하는 카풀의 유혹은 언제나 내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고 자전거 출퇴근에 대한 열정을 흐릿하게 만들었다.
벌레는 내 기준 자전거 출퇴근의 슬픔 중 으뜸가는 슬픔이다. 자전거 도로는 대개 그 고장의 하천을 따라 나 있다. 덕분에 운치도 있고, 달리다 보면 해가 뜰 때의 어스름한 하늘과 해 질 녘의 노을이 물의 표면에 비쳐 아름다운 경관을 선사하지만 안타깝게도 도심의 하천은 각종 벌레들이 알을 부화하고 번식하기에 최적의 환경이다. 새내기 자출족인 나는 아직 하루살이 등의 작은 날파리들만 맛봤지만(리터럴리 맛봤지만) 자출 선배들의 후기를 살펴보니 노린재나 잠자리, 매미 등의 딱딱한 재형(?)의 벌레들이 와서 때릴 때의 타격감은 멍이 들 정도로 상당하다고 한다. 그들의 마음을 정말이지 알 수가 없다. 그들이 내 눈이나 콧구멍으로 돌진하면 당연히 나도 불편하고 불쾌하지만, 그들은 생명을 잃을 수 있는 문제인데도 무엇 때문에 그렇게 무소의 뿔처럼 돌진하는 것일까? 이 무소의 뿔들만 없어져도 자전거 이동의 기쁨이 배가 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자연, 즉 그들의 서식지를 멋대로 침범해 평속 15km/h로 달리고 있는 건 나이기에, 없어져야 할 건 나였다.
기쁨과 슬픔을 각각 3가지씩 제시했지만 기쁨이 훨씬 크고 슬픔은 미미하다. 또한 아직 경험이 미천하기 때문에 앞으로 자전거로 출근하는 날이 많아짐에 따라 더욱 많아질 기쁨이 벌써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