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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숙제강박 Mar 01. 2021

[책 한 구절 | 무취미의 권유]

일에서 의미 찾기

안녕하세요.
하루를 살아가는 데 힘이 되는 책 한 구절을 소개해드리는 숙제강박입니다.

오늘은 소설가 무라카미 류의 <무취미의 권유>라는 책을 가져왔습니다.

무라카미 류는 우리에게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69(sixty nine)> 등의 소설로 잘 알려져 있죠. 그런데 오늘은 그의 유명한 소설들 대신 비즈니스 잠언집을 가져왔습니다. 비즈니스맨들에 대한 조언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메모나 스케줄 관리, 목표 등의 주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취미에 대한 부분에서 한 구절을 뽑아봤습니다.

[나는 취미가 없다. 소설을 쓰고, 영화와 쿠바 음반 제작도 하고, 전자메일 매거진을 편집하고 발행하지만 이는 모두 돈이 오가고, 계약서를 쓰고, 비평의 대상의 되는 ‘이다. 물론 나도  때에는 개와 산책도 하고, 스포츠센터에서 수영도 하며, 해외 휴양지의 해변에서 독서도 하고, 온천을 찾아가서 피로를 풀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취미라  수는 없다.
요즘 넘쳐나는 ‘취미 한결같이 동호회처럼 특정 모임에서 세련되고 완벽한 무언가를 추구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 기존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현실 속에서 성찰한다거나 변화시키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래서 취미의 세계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주는 것도 없다.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환희나 흥분도 없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얻을  있는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안에 있으며, 거기에는  실의와 절망도 함께한다. 결국 우리는 ‘ 통해서만 이런 것들을 모두 경험할  있다.]

 바야흐로 취미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취미에 빠져 사는 시대입니다. 변변한 취미 하나 없는 사람은 재미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하고 취미에 수 백, 수 천만 원씩 쏟아붓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있을 정도죠. 취미가 많을수록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취미 열풍의 가장 큰 이유는 일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취미가 가장 매력적인 도피처가 되어주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곳에 가면 제대로 못한다고 핀잔주는 상사도 없고, 그저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달려가는 동반자들로 가득하죠. 독려하고 응원하는 사람들 속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저도 다양한 취미가 있습니다. 독서나 캠핑, 달리기처럼 오랜 기간 동안 쉬지 않고 해 온 취미도 있고, 수영이나 테니스, 사진, 자전거처럼 잠깐 해보다가 그만둔 것들도 있습니다. 취미를 통한 휴식과 재충전이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맞는 것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 결과입니다.

그런 제가 이 구절을 읽고 나서 생각이 많아진 것은 그동안 취미를 즐길 때마다 마음 한편에 숨겨놓았던 개운하지 않은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즐길 때는 행복하고 좋은데, 그 시간이 끝나고 나면 아무것도 변한 것 없는 힘든 일상으로 돌아가야 했고, 그래서 취미가 그저 일상에서의 도피처럼 느껴졌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린 구절은 그런 제 마음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해 준 것 같습니다.  

무라카미 류는 취미에 위험이 없기 때문에 성취도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 일을 통해 위험과 성취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으니 취미 대신 일을 하라고 조언합니다. 너무 공격적인 조언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의 말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기보다는, 조금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를 취미로 도피시키는 건 ‘일’입니다. 우리는 일이 마냥 힘들고 지루하다고만 여기지만, 거기에는 위험과 긴장, 부담을 비롯해 성취감과 의미까지 담겨 있습니다. 그런 생각으로 일에 조금 더 의미를 둔다면, 취미를 도피처로 생각한다든지 취미 없는 삶을 불행하게 여기지는 않겠죠. 더 객관적인 눈으로 나에게 맞는 취미의 종류를 선택하고 거기에 쏟을 시간과 노력의 양을 주체적으로 결정할 수도 있을 겁니다.

생각해보면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는 것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무언가를 이뤄내거나 견뎌낸 순간들일 겁니다. 엄청난 긴장과 부담을 이기고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던 기억, 거절당할까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고백에 성공한 순간, 힘든 군생활을 무사히 버티고 전역하던 날처럼요.

여러분들도 혹시 취미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가요? 남들 다 멋진 취미 하나씩은 있는 것 같은데, 나는 일만 하고 사는 것 같아 허무하신가요?

오늘 읽어드린 구절처럼 일에는 취미와 견줄 수 없을 정도로 큰 힘이 있습니다. 그것이 힘들고 답답할수록 그 끝에 더 영광스러운 결과가 기다리고 있겠죠. 그걸 생각하면서 하루를 기꺼이 견뎌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숙제강박이었습니다. (유튜브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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