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인데 별 약속도 없고, 이런 날은 가족끼리 집에서 뒹굴대며 놀다가 장을 보러 마트에 가곤 한다. 맞벌이 가정에서 요리는 주말에만 찾아오는 특별한 이벤트이기 때문에 조금 욕심을 내 사는 편이다. 요리라고 해봐야 특별할 건 없고, 그저 삼겹살을 구워 먹는다거나 파스타를 한 두 가지 하는 정도다.
오늘은 돼지고기를 한 근 조금 넘게 샀다. 얼마 전에 시골에서 김치가 왔는데, 고기와 함께 구워 먹기 좋아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아이랑 시간을 보내는 사이, 아내는 장 봐온 채소를 씻고 상을 차렸다. 일요일 저녁인지라 소주는 부담스러워 도수가 낮은 전통주를 한 병 꺼냈다. 아이는 비계와 껍데기가 붙어 있는 부위를 유독 좋아했고, 우리 부부는 얼마 전 봤던 사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평범한 주말 저녁을 보냈다.
아이와 아내가 잠든 밤, 혼자 서재에서 일기를 쓰다가 문득 셋이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었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 평범한 주말 저녁의 풍경에 우리 세 가족의 노고가 얼마나 녹아있는가를 생각했다. 나와 아내는 없는 힘까지 쥐어 짜내며 5일을 보냈고, 코로나 때문에 어린이집에 못 갔던 우리 아이는 심심한 5일을 행복하게 겪어냈다. 또 그 아이를 보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육아에 동참해주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력은 어떤가. 그 모든 것이 모여 우리의 평범한 저녁을 가능케 했다.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면 의미 없는 일이 없다. 원인 없이 일어난 결과는 없으며, 의도 없이 기울인 노력도 없다. 세상은 제멋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가도 어느새 돌아보면 그 나름대로 방향과 흐름이 있었다. 일상에 둔감해진 내가 알아채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의미들이 아쉬울 뿐이지만 그래도 오늘 저녁 식사의 의미는 확실히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