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을 쓰고 다섯 달이 지나간다.
전체 휴직 기간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는 시점에서 느낀 소회를 풀어보고자 한다.
휴직기간 내내 나를 괴롭힌 것은 육아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마음의 변화다.
돈 걱정이 문득 드는 어느 날은 고정급여에 대한 절실함으로 회사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또 준비하는 사업의 진척이 보이는 어떤 날은 조금의 수입만 생겨도 이렇게 자유로운 생활을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들뜬다. 그런 고민이 번갈아 계속되다가 하루는 이런 삶도, 저런 삶도 의미 없구나, 인생은 어차피 고단한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한없이 땅 속으로 처박힌다. 그런 연유로 지금 마음의 상태를 서술하는 게 의미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 마음 상태 또한 내가 원하는 미래의 한 종류일 테니 한번 써보기로 한다.
최근 집에 대한 생각이 부쩍 늘었다. 2년마다 옮겨 다니는 아파트가 아니라 가족과 평생 함께 하면서 우리 가족의 삶의 패턴에 꼭 맞춘 단독주택에 관심이 간다. 백 년 된 한옥을 고쳐 사는 어느 가족의 이야기나 오랜 타향살이에 지쳐 고향에 독특한 집을 지은 부부, 서울의 각박한 회사생활에 지쳐 혼자 정원을 가꾸고 사는 CEO의 이야기는 요즘 내 눈을 사로잡는다. 집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를 따져보자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서다. 집을 생각할 틈도 없이 회사를 다니던 당시에 집은 나에게 숙소의 의미에 가까웠다. 하지만 육아휴직 중의 나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밥을 짓고, 차를 마시고, 책을 읽고, 운동을 하고, 아이와 공놀이를 하고, 손님을 초대한다. 집도 가족이라고 치자면 나는 그 어느 가족 구성원보다도 집과 많은 시간을 함께한다. 집에게 없던 관심이 드는 것이 당연하다.
집에 대해 고민하는 건 생각보다 즐겁다. 삶에서 했던 고민들이라곤 죄다 마음을 옥죄는 것들 뿐이었는데, 이 고민은 전에 없이 행복하다. 행복한 미래를 그리는 것을 가지고 고민이랍시고 하고 있다가 문득 깨닫는다. 시간과 마음의 여유가 만들어낸 변화구나. 육아휴직 5개월이 지나서야 나는 회사원의 때를 벗어냈구나. 회사원의 때를 벗어내면 회사가 마음속에서 작아진다. 회사가 작아지면서 회사원으로서의 나는 더 작아진다. 그것은 더 이상 나의 삶을 좌지우지할 영향력을 갖지 못하고, 그 자리를 가족과 자유로운 시간, 숨겨져 있던 내 천성들이 채운다. 회사로 돌아간다는 것은 고민 리스트의 저 아래쪽에 자리한다. 그리고 회사를 다니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줄일 수 있는 고정비들을 살핀다. 과도하게 들었던 보험, 아직도 나가고 있는 명품의 할부, 필요 없이 과도한 휴대폰 요금제까지.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한 건 시간이다. 회사에서 벗어나 홀로 보낸 시간, 하루를 내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시간, 생각다운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 데드라인이 확실한 육아휴직의 남은 시간. 시간이 소중해지면 시간이 아까워지고, 시간이 아까워지면 원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참을 수 없어진다.
이상 육아휴직 5개월 차 마음의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