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내가 닮았다는 것이 싫어질 때

by 숙제강박


“아유 귀여워라. 아가가 아빠 판박이네.”


이런 말을 들으면 보통의 아빠들은 입꼬리가 실룩거린다. 굳이 과학의 힘을 빌려 검사를 하지 않더라도 이 아이가 나의 핏줄인 것을 증명받았다는 원시적 욕구의 충족 때문인 걸까? 실제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생각지도 않은 사소한 부분에서 아이가 나를 닮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생명의 신비를 새삼 느끼곤 한다.


우리 아이는 신기하게도 앉을 때 양 발을 옆으로 돌려세운다. 발의 바깥쪽 날로만 땅을 딛는 것인데, 보통 사람들이라면 불편해서 하지 않을 자세이기도 하고 한 번도 그런 자세로 앉아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나만 빼고 말이다. 나는 왜 그런지 몰라도 발을 세워서 앉는다. 의식하고 바꾸려고 해도 결국 조금 지나면 또 그러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가 이런 말도 안 되게 사소하고 독특한 버릇을 물려받다니! 그런 걸 찾아낼 때면 약간의 오싹함과 동시에 같은 핏줄이라는 안도감을 함께 느낀다. 그러면서 “도대체 DNA가 나를 얼마큼 지배하는 것인가, 내가 노력해도 고쳐지지 않을 것들이 이렇게나 많구나.”하며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우리 아이의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또래에 비해 말이 빠르고 관찰력이 뛰어나고 통뼈에다가 잔병치레가 없다. 단점을 이야기하자면 욕심이 많고 참을성이 없이 무언가에 쉽게 질린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장점은 다 엄마를 빼닮은 반면, 단점은 다 내 것을 빼다 박았다. 그래서 아이가 친구 것을 빼앗거나 참지 못하면서 짜증을 부릴 때면 내 단점의 순수한 버전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나는 내 마음속 이기심과 참을 수 없는 감정들을 어른의 껍데기 속에서 삭이고 삭이는 반면, 아이는 나와 똑같은 단점을 여지없이 드러내버린다. 어린이집 선생님이나 친척들은 그 나이 때 아이들은 다 그렇다고,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노는 법도 배우고 참는 법도 배운다고 하지만 나는 아이의 단점이 나와 같이 어른이 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머무를까 무섭다.


사람들은 나보다 더 나은 존재를 세상에 만들기 위해 아이를 갖는다고 한다. 그만큼 아이에게 거는 기대도 크겠지만, 내가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아이가 보인다면 그것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난다. 나도 아버지에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던 아들이었겠지. 그리고 많은 부분은 아버지를 빼닮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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