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미 Feb 26. 2020

D-DAY | 제출 완료

3부 | 출사표를 던지다 - 퇴사하기 좋은 날

-D-DAY | 제출 완료

[그림22] 홀로 남겨진 낙엽
조직 구성원의 동기를 관리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 조직에 대한 불신과 동상이몽은 리더의 구성원들에 대한 불신에서부터 시작된다. - <퇴사일지> 중에서 -


작년에 입사한 신입사원 8명 중 1명을 제외하고 모두 퇴사했다. 회사는 그때마다 각자의 '개인 사정' 들을 담은 사직서를 수령한 후, 퇴사한 개인들의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우리와 맞지 않은 사람들을 뽑았다고. 나간 사람들이 크리에이티브한 일을 함께 만들어가야 할 우리 회사에는 맞지 않는 '회사원 마인드'의 사람들이었다는 둥의 평가를 했다. 또한 회사를 견디지 못하고 나간 사람들의 '아마추어리즘'을 비판했다. 그들이 퇴사해야만 했던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인연이 아니었다고 가볍게 치부하는 두루뭉술한 변명을 듣고 있자니, 내 마음속 '물음표'는 사라지지 않았다


2년 전 함께 퇴사를 고민하던 동료 A를 먼저 떠나보내며, 나는 입사할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희망을 품었다. 기존 직원보다 새로 들어오는 신입들이 더 많다면, 조직 차원에서도 새로운 판을 짜야할 것이며, 함께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갈 열정이 내게는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 들어온 사람들도 저마다의 꿈을 품고 이 회사에 입사했을 텐데, 그들은 채 몇 개월이 지나지 않아 자신들의 꿈이 이곳에는 없음을 깨닫고 떠나갔다. 떠나간 이들의 대부분은 조직의 '소통방식'에 의문을 가졌다.

[그림23] 가지치기
프로페셔널한 리더는 팀원이 프로처럼 일할 수 있게 기반을 마련해주는 사람이다. 결코 팀원의 아마추어리즘을 탓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마추어적 매니징을 개선해 나간다. - <퇴사일지> 중에서 -


조직을 떠나는 모든 원인은 커뮤니케이션 문제로 귀결된다.

부당한 휴가 취소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던 나는 동료들의 의견을 모아 정리한 문서를 가지고 면담에 임했다. 회사는 나를 직원 대표라는 책임 의식을 가지고 임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내가 가져간 문제는 면담 시작 1분도 안되어 빠르게 수용이 되었고 나는 사직 권고를 받았다. 오해를 줄이는 조직 내 '소통'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자 말했는데 개개인에게 맞춤형 소통은 불가하다 했다. 부당한 통보에 대한 문제를 고치자 했다가 부당한 통보를 하나 더 얻은 셈이다. 사직 권고의 사유는 한 직장만 오래 다녀서 입체적 사고가 부족한 아마추어리즘을 못 벗어나는 나와 앞으로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문제를 문제라 말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우물에 독 타기 식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대화로는 그 누구도 설득할 수 없고 오히려 반감만 사게 된다. 이런 대화는 피하게 되는 데 이유는 이후의 모든 논의가 '피로' 말곤 어떤 것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 <퇴사 일지> 중에서 -


고마웠다. 머뭇거리던 나에게 떠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주어서. 나는 준비한 사직서를 꺼내 제출했다. 그리고 즐거웠던 순간들에 대해 말하고 먼저 악수를 청했다. 회의실을 나오자 동료들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나는 여의치 않고 들뜬 마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무실 밖에 나왔다. 크게 한 바퀴 산책을 돌고 회사 건물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한다.


"고생했다"

[그림24] 퇴사의 변
판단 기준이 특정 개인에게 있는 조직은 조직에 문제제기 한 구성원의 주관적 발언과 행동을 문제 삼는다. 다수 구성원의 객관적 의견도 결국 개인행동으로 치부하며 동조자를 색출한다. 입체적 사고의 부재. 그렇게 곪아간다. - <퇴사일지> 중에서 -
매거진의 이전글 D-20 | 선택의 순간이 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