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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이 있는 일상 Aug 09. 2024

애착은 고통이다. 삶도 그렇다.

어떤 것이든 살아 있는 것을 사랑해 보라.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그것들은 언젠가 죽는다. 누구든지 믿어 보라. 당신은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든 의존을 해 보라. 그가 당신을 실망시킬지도 모른다. 애착은 고통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 M. 스캇 펙>


식물 키우기를 포기했던 이유는 집으로 데려온 대부분의 식물들이 오래 살아내지 못하고 떠났기 때문이었다. 잘 크라고 물을 주고 신경 써서 영양제를 꽂아주고 바람과 햇볕이 잘 드는 좋은 자리에 놓아주기도 했지만, 무슨 이유에서든 그것들은 우리 집에서 오래 살지 못했다. 뿌리가 썩거나 잎에 말라가거나 축 쳐진 줄기 그대로 시들어 버리니 빈 화분은 늘어가고 자신감은 점점 땅끝을 향했다. 식물 키우기엔 그 어떤 재능도 없다 여겨 포기했던 나인데 식집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쓴 책을 읽고 다시 용기 내여 몇 가지 식물들을 집으로 입양해 왔다. 그들이 식집사가 될 수 있었던 건 특별히 식물을 잘 기르는 재능을 가진 건 아니었다. 어떤 저자는 " 어떻게 하면 식물을 잘 키울 수 있어요?"란 질문에 " 많이 죽여봐야 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애써 키어온 식물의 죽음이 달가웠을 리 없었을 거다. 그러니 다음번 같은 종을 데려왔을 땐 전보다 더 사랑해 줬겠지. 그 녀석이 잘 자랄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죽어가는 것들을 보내고 나서야 더 오래 더 아름답게 살아내는 식물을 키워낼 수 있다는 지혜는 우리 삶과 참 닮았다. 사랑에 따른 고통을 감내하는 것만이 성장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깨닫는다.


사랑하고 떠나보는 일을 겪은 후 우리는 전에는 보지 못한 것을 보는 눈을 갖게 된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식물이건 그것을 사랑한 사람은 이별의 아픔을 통해 충만한 삶을 영위해 간다. 그 고통이 싫어 어떤 것도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면, 삶의 많은 것들을 잃게 될 거다. 그 잃음이 잃음으로 끝나지 않고 외로움이나 우울증 같은 병으로 찾아올지도 모른다. 삶을 삶답게 우리를 더 인간답게 형성해 나가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랑이 고통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이 삶을 사랑하는 일 역시 고해라는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몇 주간 마음속을 짓누르던 어떤 짐 때문에 생각이 많았던 한 주간이었다. 딱히 이거다 싶은 문제는 없었지만, 커다란 숙제 앞에서 어떻게 할지 몰라 난감한 마음 상태에 머물며 힘들 시간을 보냈다. 그럴 때는 모든 것이 다 문제로만 보였다. 찌는 듯한 더위와 갈피를 잡지 못할 정도로 쏟아붓는 폭우조차도 내가 해결해 내야 할 삶의 문제처럼 여겨졌으니 말이다


아프고 힘들었던  내 마음속에는 이 삶을 사랑하는 이유가 들어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단 사실을 알게 되니 다행이다 싶었다. " 충만한 생활은 고통을 배제할 수 없다"란 문장을 통해 힘을 얻었다. 정당한 괴로움이란 구절도 기억해 두고 싶다. 왜 나인가? 란 어리석은 물음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고 성장하는 인생을 선택한 정당한 괴로움을 떠올려 보겠다.



책 속의 문장들을 기록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일이 참 좋다. 문제 앞에서 방황하던 나에게 진짜 봐야 할 것들을 제시해 주고, 어떤 선택이 조금이라도 더 옳은가 하는 물음에 지혜 한 스푼을 넣어준다. 책이 없었거나, 혹 책을 읽지 못하는 환경에서 살아갔다면 나는 지금보다 훨씬 형편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  모든 것에 감사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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