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지언 Jul 31. 2020

하얀 잠옷

“엄마, 나는 하얀 색이 좋아”    


하얀색이 좋다. 딸의 입버릇이었다.    


유독 딸은 하얀색을 좋아했다.    


더럽혀지지 않은 하얀 드레스에 하얀 모자를 쓰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언제나 순백의 눈처럼 하얗게 웃던 아이였다.    


아이의 어머니는 아이의 그 웃음에서 행복을 찾았다.    


어머니는 집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아이의 웃음만큼은 지켜주고자 노력했다.    


분명 나중에 크면 백설 공주같이 예쁜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우던 아이였다.    


그리고 딸이 다섯 살 되던 해.    


딸아이는 영원히 다섯 살로 남게 되었다.    


생일 선물로 사준 하얀 모자를 스스로 꺼내겠다고 의자를 받치고 장롱 위로 올라가다가 그만 장롱이 무너져 그녀를 덮쳐버린 것이었다.    


어머니가 미처 손을 쓸 수도 없을 정도로 갑자기 일어난 사건이었다.    


딸의 죽음에 어머니는 얼마나 오랫동안 자책을 했는지 모른다.    


“내가…, 내가 죽인 거야.”    


모든 원인이 자신에게 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가 아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 마음을 추스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머니는 아이를 며칠이나 침대에 뉘어놓았다.    


당장이라도 부르면 일어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이가 죽었다는 것이 도무지 실감 나질 않았다.    


몇 번이고 다시 보고 몇 번이고 불러보았다.    


물론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로 보내줘야만 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장롱에서 드레스 상·하의와 아이가 생전에 좋아했던 하얀 모자를 가지고 와 입혔다.    


하얀 드레스 같은 수의.    


그리고 핏기가 없어 옷보다도 더 하얀 얼굴.    


몸이 뒤틀리지 말라고 묶어놓은 하얀 띠.    


마치 순백의 인형 같았다.    


“어쩜, 이렇게 예쁘게 잠들어 있을까?”    


엄마는 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치 하얀 얼음을 만지는 것처럼 차가웠다.    


“우리 딸…. 그렇게나 좋아하는 하얀 옷을 입었네.”    


그녀는 눈물이 흐르는 것을 참기 위해 고개를 들어 허공을 보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Charles Willson Peale <Rachel Weeping>


이전 09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그들의 사랑은 막지 못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