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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Aug 28. 2020

벌거벗은 캔버스

옛날하고도 더 먼 옛날, 어느 나라에 아주 욕심이 많은 미술관 관장님이 있었어요.    


하루는 거짓말쟁이 화가와 그의 친구가 관장님을 찾아와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작품을 만들어주겠다고 제안했어요.    


그런데 이 그림은 정말 너무나 신기하고, 특별하고 멋진 그림이라 그림을 볼 심미안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볼 수 없는 아주 특별한 그림이라고 이야기했어요.     


관장님은 무척 기뻐하며 작업실을 내주고, 직원들에게 두 사람이 작업하는 것을 수시로 살피라고 명령했어요.    


하지만 직원들은 아무리 보아도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어요.    


직원들은 자신의 심미안이 탄로가 나서 미술관에서 해고당할까 창피하고도 두려웠어요.    


그래서 다들 하나같이 모두 너무나 멋진 세계 최고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였어요.    


그렇게 몇 달이나 시간이 지나고, 작가는 관장님에게 작품이 완성되었다며 봐 줄 것을 권했어요.    


그러나 눈 씻고 바라봐도 관장님의 눈에는 그림이 보이지 않았어요.    


그저 정사각형의 하얀 캔버스만 보일 뿐이었죠.    


하지만 관장님도 역시 자신의 심미안을 숨기기 위해 작품이 보이는 척했어요.    


결국, 관장님은 심미안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다는 새 작품을 자신의 갤러리에 걸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전시회를 열었어요.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아주 비싼 관람료를 내고 작품을 보러 왔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세계 최고의 명화라며 감탄했어요.    


그러나 어느 날, 엄마 손을 잡고 갤러리에 온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어요.    


“엄마, 캔버스에 아무것도 안 그려져 있어! 이게 왜 세계 최고의 명화야?”    


그제야 관장님을 포함한 사람들은 모두 화가에게 속은 것을 알아차리게 됐죠.    


하지만 그들은 창피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어요.    


“그건 네가 아직 미(美)에 대해서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단다. 나중에 공부를 열심히 하면 아는 만큼 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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