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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Aug 02. 2015

못 그린 그림은 인간 진화의 증거이다

구석기 시대 벽화와 신석기 시대 벽화의 차이점

여기 구석기 시대의 벽화신석기 시대의 벽화가 있습니다.

이탈리아 시실리 구석기시대 벽화 탁본
이탈리아 발카모니카 신석기시대 벽화 탁본

둘 다 이탈리아에서 나온 것으로 거리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으며, 단지 시기의 차이만이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림의 표현 방식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구석기 시기는 인체를 덩어리로 보고 인간 신체의 윤곽선을 따서 인체를 표현하고 있고 신석기 시대의 그림은 뼈다귀 인간(졸라맨)의 형태로 그려져 있습니다. 

단순히 봐도 구석기 시대의 벽화가 더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요?


이거 매우 신기한 일입니다. 

어째서 일까요? 

왜 오래 된 구석기 시대의 벽화가 더 사실적일까요?


사진이 개발되기 전 까지 미술은 끊임없는 사실성의 추구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그려야 더 실제 같아 보이는가?”가 언제나 미술의 화두였지요.

실제처럼 그리는 것이야 말로 잘 그리는 것이었으니까요.


예를 들어 용의 눈에 점을 찍으니 살아서 승천해버렸다느니(장승요), 벽에 포도를 그리니 새가 날아와 부딪쳐 기절을 했다느니(제욱시스), 그런 화가의 눈을 속였다느니(파라시오스), 소나무를 그렸더니 새가 앉으려다 부딪쳐 떨어졌다느니(솔거)하는 이야기들은 이를 증명해주는 설화들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신석기 시기의 벽화가 구석기 시기의 벽화보다 좀 더 사실적이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데 왜 신석기 시기의 벽화가 더 형태를 압축하고 추상적으로 표현되었을까요?


이 답은 당시 사람들의 뇌와 사고 형태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구석기 시기의 인간은 뇌가 발달하지 못하여 신석기 시기의 인간들보다 사고가 깊이 이루어지지 못하였습니다. 따라서 그림을 그림에 있어서도 그 형태를 압축하고 왜곡하는 것을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멍청해 보이지만 오히려 잘 그리는 구석기인)


즉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그림을 그림에 있어 눈에서 뇌를 거치지 않고 다이렉트로 손으로 표현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에 반해 신석기 시대의 사람들은 눈으로 보고 사고의 회로를 거쳐 손을 통해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뇌가 진화하였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개체를 보면 뇌에서 그 형태와 특징을 잡아내어 손으로 표현해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시 위의 신석기 시대의 발카모니카의 벽화 우측 상단을 보실까요?

이 벽화에선 남성과 여성을 성기 표현으로 구분 짓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남성은 성기가 다리 사이에 그려져 있고, 여성의 경우엔 다리 사이에 점을 하나 찍어놓은 형태입니다. 


정말 엄청나게 직설적이고 함축적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신가요?!??

스웨덴 보후슬란 리스헤드 벽화 탁본

비슷한 형태로 스웨덴 보후슬란 리스헤드의 벽화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벽화는 남성과 여성의 구분을 성기로 표현해두고 있고, 특징적으로 손을 매우 크게 그려놓았습니다. 

이는 당시 생산(농경)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주술적 의미로 다산을 원하기에 표현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선 훌륭한 현대미술처럼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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