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공간을 부탁해! - 1. 공간을 알아야 그림을 걸 수 있다!(2)
먼저 벽의 크기를 확인해보겠습니다.
크기를 잴 때 줄자가 있으면 편하겠지만 딱히 줄자가 없어도 상관없습니다.
간단히 벽의 크기를 재는 기준에 대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성인 기준으로 양 팔 너비의 두 배 이상이면 큰 벽. 양 팔 너비 정도면 중간 벽. 한쪽 팔 너비 이하면 작은 벽이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여러분들께선 어떤 크기의 벽을 가지고 계신가요?
큰 벽이라고 좋아할 필요도 없고 작은 벽이라고 아쉬워 할 필요도 없습니다. 각각의 벽의 크기에 따른 장단점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벽이 크면 우선 그림이 커야합니다. 혹은 그림이 여러 개가 있어야 합니다.
커다란 그림의 경우 명화 진본을 제외하고 프린트 된 명화만을 생각해본다면, 그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습니다. 벽 하나를 장식하기 위해 집보다도 비싼 명화 진본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요. 대부분 그림을 집 안에 걸고자 하는 분들께선 진품이 대상이 아니라 아트 프린팅 된 명화를 생각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프린팅 된 명화라고 할지라도 크기가 커지면 그 가격 역시 무시할 수 없습니다. 또한 큰 그림일수록, 질릴 경우 교체도 힘들고 그림의 처리 역시 힘듭니다.
공간이 좁으면 무조건 그림이 작아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큰 벽에는 작은 그림을 배치시킬 수 있지만 작은 벽에는 벽보다 큰 그림을 배치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망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작은 벽은 다양하고 쉽게, 그리고 매우 저렴하게 그림을 교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작은 공간의 경우 큰 공간처럼 커다란 그림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에, 집 안에서 간단히 명화를 프린트하여 붙이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프린팅 가격만 들어가면 되겠군요. 조금만 손품을 판다면 누구나 멋지게 명화를 전시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작은 그림의 경우에는 그 수가 매우 많기 때문에 어떤 공간이든지 맞는 그림을 찾을 수 있습니다.
벽의 크기는 당연히 그림의 크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큰 벽에는 큰 그림, 작은 벽에는 작은 그림이 정답입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이지요?
큰 벽에 어울리는 그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그림의 특징으로 이야기하자면 크고 단순한 그림이 어울립니다. 그런 의미로 추천하고 싶은 화가들로는 몬드리안과 칸딘스키, 마크 로스코, 혹은 미니멀리즘의 작가들의 작품이 좋겠군요. 인테리어와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개의 경우 큰 공간에는 명확한 형태가 있는 그림보다는 추상화가 더 잘 어울립니다.
중간크기의 벽은 사실 어떤 그림이 잘 어울린다고 딱 잡아서 정의 내릴 수가 없습니다. 선택의 폭이 너무 넓어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벽을 꽉 채우는 그림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작은 이미지들을 여러 개 배치시킬 수도 있습니다. 중간 크기의 벽은 그림의 크기보다는 주변과의 조화를 어떻게 맞추어 나가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벽과 그림의 조화는 이 책에서 앞으로 차근차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작은 벽에 어울리는 그림은 인물화, 정물화 등 확실한 형태가 있는 그림들입니다. 단순한 그림이나 풍경화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특히 작은 벽은 시선이 쉽게 머무르는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시선을 강하게 잡아주는 포인트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옷을 입을 때 액세서리 같은 것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금까지 벽의 크기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공간의 크기는 그림의 크기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주세요. 그림은 사이즈가 전부는 아닙니다. 사이즈보단 주변과의 조화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마치 옷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