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에 대하여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구름에 대하여
누군가 흘러가고 있는 저것을 구름이라 일러주었다
무위라고도 하고 무상이라고도 하고 시간이라고도 하였다
그러나 나는 모른다, 저렇듯 고독을 자처하는 일
무심히 흘러가는 일
섞이지 않고 떠 있는 일
흩어지는 일
놓아버리는 일
분열하는 일
손아귀의 힘을 버리고 저 빈 공간을 부유하는 일
그러다 거부할 수 없는 어떤 완력에 이끌려 거대한 물기둥이 되는 일
세상 모든 물상 위로 일제히 곤두박질치는 일
그렇게 소멸하는 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흩어진 몸을 불러들여
무심한 에너지로 표정을 만드는 일
속살을 갖지 않는 일
새들의 날개에 허공을 쥐여주는 일
집착하지 않는 일
불면의 밤과 밑도 끝도 없는 잠의 바닥을 가볍게 왕래하는 일
그 긴장을 버티는 일
그것을 긴장이라 인식하는 이유를
나는 모른다
왜 이 섬까지 오게 되었는지
왜 한 번도 충만한 아침을 맞이할 수 없는지
왜 저것은 내 것이 아닌지
왜 저것을 바라보는지
언제 저 속으로 섞여들게 될 것인지
구름이 흩어지고 바람 분다
구름이 흩어지고 해가 진다
구름이 흘러가고 바람이 이따금
멈추고 멈추고 멈춘다
풍광이 나를 감동시키지 않는 날이 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