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선에 대하여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곡선에 대하여
신무(神舞)에 취한 저 여자, 사뿐사뿐 날아오르더니 어느새 천하를 호령하여 발아래 들어앉히네 산 자들의 한과 망자들의 혼, 천지사방 신기(神氣) 모두 불러들여 젖빛 버선발로 자분자분 내통하네 장군칼 양손에 쥐고 가슴 쪽 울화 쓸어올리며 솟구칠 땐 오, 저 여자의 허리, 저승의 곡선으로 팽팽히 휘어지네 베어도 베어지지 않는 곡선, 저 유연한 칼을 온몸에 품고서 여자의 맨발이 작두 위로 오르네 칼과 칼이 부딪히네 칼과 칼이 울부짖네 피 한 방울 튀지 않는 사선(死線)에서 곡선의 흥이 홀로 맹렬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