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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담유 Aug 03. 2022

베팅

오, 그자가 입을 벌리면 | 김지혜 지음

베팅



그렇다 나는 가끔 베팅을 한다 순간을 베팅하며 올인을 외친다 도박을 흠모하고 성실을 불신한다 나는 그대의 일상 그대의 신념을 조롱하며 월급쟁이들의 피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구걸하는 손, 비열하게 찢어지는 입, 거칠고 음산한 암흑가의 목소리를 두둔한다 파산을 선언하며 자본의 법률에 운명을 내맡기는 개인의 무력에 박수를 친다 신의의 한복판에 쌍칼을 꽂으며 보스가 되는 자들의 뼛속 두려움을 사모한다 그렇다 나는 가끔 베팅을 한다 전부를 걸어 순간의 경박(輕薄)을 만끽한다 일순간 뻣뻣해지는 뒷목의 공포, 날뛰는 심장의 절망을 갈구한다 나날이 불어나는 이자나 명성은 내 것이 아니고 나날이 늘어가는 인류의 보험은 혐오해야 마땅하리 나는 검지를 퉁기며 가볍게 올인을 외친다 내 도박은 밑천이 없다 그것이 내 유일한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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