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와 같은 부류는 그에 맞는 방식으로

by 연남동 심리카페
내가 정치판에서 한 가지 배운 게 있어. 절대, 기레기의 먹이가 되지 말라는 거야.

- <플레이리스트> 중에서


예전에 타진요라는 존재들에게 먹잇감이 되이 끊임없이 고통받던 타블로를 보았다. 그 긴 과정을 보며 먹잇감이 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았다. 그리고 타진요 일이 마무리가 되고 6년이 흐른 뒤 나 역시 그런 부류의 존재에게 먹잇감이 되었고 고통을 받았었다. 그 일이 있고 다시 6년이 흐른 지금, 난 또 그런 부류의 존재를 마주하고 있고, 다시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먹잇감: '짐승'의 먹이가 되는 것)






그날 X는 전화기를 통해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기 시작했었고 나를 향해 협박의 말들을 퍼부었다. X가 퍼붓는 협박을 들으며 X의 그녀에게 가졌던 나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X를 통해 여자친구가 다 실토했다는 말을 들으며 그녀도 결국 단념하고 포기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X의 그녀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X는 협박의 말과 욕을 몇 개 더 퍼붓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멍했다. 그리고 심장이 막 뛰었다. 겁이 났고 무서웠다. 그리고 불안했다. 내 카페에 와서 행패를 부리는 X의 모습과 법정에 선 나의 모습, 그리고 이런저런 악플의 문구들이 떠올랐다.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 막막했다.


내가 그동안 이루고 쌓아왔던 것들이 모두 무너지고 망가지게 될 것 같았다. X의 여자가 발작과 같이 분노하는 X가 무섭고 두렵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 무서웠다. X가 어떤 짓까지 할 수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 두려웠다. 그리고 X기 그린 그림검사 그림과 보여준 모습들, 그리고 들려준 이야기들이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모습이였었던 것도 떠올랐다.


X가 나를 상대로 고소를 하겠다고 했던 말도 겁이 났지만, 주말에 카페에서 상담해주고 있을 때 들어와서 깽판을 치는 모습도 그려지고, 늦은 밤 카페에서 나와 집에 가는 길에 나를 해코지 하는 모습도 그려져 더 겁이 났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길어져 갔다.


나는 카페에서 나와 편의점 앞 보도블록에 털썩 앉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서러웠다. 내가 이런 말을 들으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그러지 않아도 나도 힘든데 라는 생각만 들었다. 이제 그만두고 싶다. 상처받기에 나는 너무 슬프단 말이야... 이럴 때 이야기를 할,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없는 혼자인 내가 슬프게 느껴진다. 혼자가 되어진 채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안타깝고 서러웠다.


그렇게 보도블록에 앉아 한 동안 태풍같던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둘리고 있다가 이렇게 끝나고 망칠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6년 전 겪어야 했던 상황에 나를 다시 놓이게 할 수 없었다. 예전에 나는 그들이 왜 그러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내가 어떻게 해서가 아니라 그들이여서 그러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왜 그러는지,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그런 그들을 상대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최악의 상황은 어떻게까지 될 수 있고 손해와 손상은 어떻게 될지를 생각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려고 애썼다. 어떻게 해야지 나의 심리카페와 나를 지키고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하려 했다.






나는 내 핸드폰이 자동으로 통화내용이 녹음되는 것이 떠올랐다. 우선 핸드폰을 켜고 녹음이 되었는지를 확인해보았다. 다행히 녹음이 되어있었다. 일단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협박'이라는 단어를 넣어 검색해보았다. 협박과 괁련된 내용과 사례들은 볼 수 있었지만 좀 더 전문적이고 딱 나의 지금 이 상황에 맞는 해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협박관련 변호일 해온 로펌들을 검색해보았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해 찾는 것보다 좀 더 믿을 수 있는 로펌이 지금 내가 놓인 상황에서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이 불편해서 왠만하면 부탁 같은 것을 잘 하지 않는데 지금은 내 불편함으로 인해 필요한 부탁을 안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사촌형이 떠올랐다. 호텔도 갖고 있고 건물들도 갖고 있고 사업들도 하고 있는 사촌형이여서 내가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찾는 로펌보다 훨씬 나은 로펌을 알고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사촌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왠일이야. 오랜만이네.
응, 형, 지금 통화 괜찮아?
어,어, 괜찮아. 무슨 일 있니?


나는 있었던 일들에 대해 모두 이야기를 했다. 가만히 이야기를 들으며 확인 할 것이 있다고 느껴지는 몇 가지들만 물어볼 뿐 다른 불필요한 말이나 호들갑이나 가르치려드는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상당히 나의 이야기에 집중해주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서 걱정하고 있는 나를 안심시켜주는 말도 해주었다.


많이 놀랐겠다. 정확한 건 이런 일을 맡아서 해주는 분에게 확인해봐야겠지만 내가 생각할 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너도 알다시피 나는 워낙 별의별 일들을 겪다보니깐 그 사람 행동 보면 어느정도 사이즈가 보이거든. 일단 내 일 봐주는 변호사에게 내용 전달해주고 너에게 전화하라고 할게 전화오면 한 번 전화로 먼저 얘기 들어봐봐. 너에게 도움이 될 거야.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사촌형 연락 받고 전화한 변호사였다. 변호사는 사촌형을 대표님이라고 호칭하였다.





대화를 통해서 풀어나가고 싶지만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는 순간에는 법적인 대응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맞습니다.


혼자 막연히 검색할 때보다 안심할 수 있었다.


가만히 있으면 또 협박할 거예요. 원래 그래요. 저희가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맞고, 이건 더 큰 영업 방해라던지 심신상의 괴로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사장님이 먼저 나서시는 것이 맞아요.


나는 혹시 내가 X를 자극하는 것이 아닌지 염려된다고 이야기를 했다. 더 다치고 힘들어지고 싶지가 않을 뿐이었다.


아니예요. 그분은 사장님이 뭘 하든 안하든 계속 그렇게 할 거예요. 그쪽에 합의금을 받아서 변호사 선임 지불 금액보다 높은 합의금을 받으실 수도 있으세요. 보통 이런 일이 있을 때 미리 연락을 주셔서 미리 대비를 하시거든요. 저쪽에서 조치가 있기 전에 엄중하게 경고하는 것이 필요해요.


X를 내 삶에 없었던 것처럼 제거하고 벗어나고 싶었다. 나는 변호사에게 내가 좀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는 말을 하자 내 말을 들은 변호사는 상당히 단호하게 말을 해줬다.


사장님이 뭘 잘못했다고 반성을 하세요. 사장님은 사장님이 할 일을 한 거예요. 업무 방해나 협박을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원인 제공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이기적인데요. 놀라고 힘드시겠디만 지금은 그런 생각하지 마시고 어떻게 대응할지에 집중하시는 것이 필요하세요.


변호사의 말은 나로 하여금 머리 속에 무질서하게 쌓여있던 여러 생각들과 감정들을 한 옆으로 치울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대학원 수업시간에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사람은 병원에 오질 않고, 그 사람들로 인해 다친 사람들이 병원에 온다'는.


생각해보시고 결심이 서시면 얘기해주세요. 진행은 저희가 맡아서 해드리겠습니다. 얼마든지 방어해드릴 수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세요. 섣불리 행동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해드리겠습니다.


나는 고맙다고 이야기를 드리고 생각을 해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말을 해드렸다. 변호사와의 대화는 나에게 안정감을 주었다. 경험이 있는 전문가의 모습이라는 것이 이런 힘을 갖고 있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사촌형에게 문자로 변호사와 통화를 잘 나눴고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말과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사촌형은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 해결될 것 같다며 기운내라는 말과 함께 조만간에 보자고, 연락하겠다는 답장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한 차례 사촌형과 변호사와 통화를 나누고 나니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잡히게 되었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이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는 6년 전과는 다르게 막연히 잘 될 거야라는 식으로 참고 기다려주며 견디지는 않기로 생각은 하고 있었던지라 필요한 것은 결심과 결단이였다.


6년 전, X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 나에게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 나를 협박했고, 안 좋은 소문을 퍼트렸었다. 내가 사실을 말해서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서 내가 감수하면서 좋게좋게 되기를 한 달 동안 참고 견뎠었는데 나의 배려는 상대에게 배려가 아니었다. 나는 한달이라는 시간 동안 실질적인 손해와 손실을 입었었다. 결국 사실을 밝힘으로써 더 이상의 손해와 손실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었지만 이미 나는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 몸과 마음이 너무도 다치고 망가져 있었다.


그 6년 전의 일이 지금 나의 심리카페를 만들게 한 것이었다. 6년 전 나는 몸도 마음도 너무 망가져서 정말로 요양원에 가 있고 싶었다. 내가 생활하고 있던 곳의 사람들도, 그곳의 세상도 다 싫었다. 처음 연남동 심리카페는 나의 요양원을 생각하며 만든 곳이었다.


6년 전 일을 생각하니,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선명했다. 사람을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그들에게는 좋게좋게로 행동을 하면 안 된다. X가 어떤 행동을 할 때까지 기다리며 불안해하고 신경쓰면서 마음 조리며 기다리고 있지 않기로 했다. 결국 부딪히고 정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스스로에게 말을 해주었다. X와 같지 않은 사람에게는 원래 내가 사람을 대하듯 대하면 되지만, X와 같은 사람이 갖고 있는 특성과 그들의 방식을 고려한 방식으로 대해야 한다.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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