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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제 어리석은 사람의 길동무가 되지 않아

by 연남동 심리카페

관계에서 자신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해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하고 싶어 하는 분들을 만나곤 한다. 어떤 분은 경제력이, 어떤 분은 집안이, 어떤 분은 종교가 관계에서의 안전장치 기능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에게 있어서의 안전장치는 종교였다. 교회를 다니는 사람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



“그래도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험하고 이상한 사람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커플 상담을 받으러 오신 분들 중, 하나 뿐만이 아니고 꽤 많은 분들이 그래도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라면, 그렇게까지 나쁜 사람은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 사람에게 있는 신앙이라는 안전장치가 해로운 짓을 하지 않게 막아줄 것이라는 믿는 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 중에 그렇게 나쁜 사람은 없다고 저는 믿고 싶어요.”


“음… 그래요, 하나님을 믿는 사람 중에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없다고 해요. 문제는 그 사람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인지를 그가 교회를 다니기만 하지,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닌지를 알 수 없죠. 교회를 다니는 것이 ‘하나님을 믿는 사람’임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니까요.”


“교회를 다니는 것으로도,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도 알 수 없다면, 그럼 어떻게 ‘그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인지를 확인할 수가 있어요?”


“알 수 없어요. 그런데 핵심은 그가 하나님을 믿는 사람인지, 아닌 지가 아니라, 하나 씨에게 어떻게 대하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고, 삶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그래서 그 모습이 나와 잘 맞는 사람인지를 읽고 살피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데 하나 씨는 그것을 놓치고 계신 것 같으시네요.”



겉으로 보여지는 행위와 말. 이미지와 조건은 우리의 생각보다 보장해주는 것이 없다. 교회를 다니고 신앙 생활을 하는 것 또한 그렇다. 너무도 많은 분들이 보장해주는 것이 없는 정보에 기대어 선택을 하고 힘들어하고 마음 고생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었다.



저는 상담을 해드릴 때,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선택들을 했고, 그 선택들에 대해 어떻게 설명하고 표현하고 반응하는 지를 물어보며 살핀다. 또한 카페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의식하지 못하고 보이는 비언어적인 모습들 또한 살펴본다. 그리고 그림검사 그림들에 담겨 있는 내용들을 가지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짜 민낯을 읽어내려고 한다.



하나는 남자친구는 모태 신앙이었고 부모님도 교회를 다니시는 크리스찬 집안이라는 것에, 그리고 매주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모습에 더 호감을 가졌었다. 더욱이 성가대 생활까지 하고 있었던 교회 오빠의 모습을 하고 있었던 남자친구를 하나는 이제 자신이 정착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고 했다. 교회를 다니고 예배 드리고 찬송가를 부른다는 사실이 보장해주는 것이 없는데 말이다.



“큰 기대 없이 갔었던 교회였는데 좋았어요. 거기에서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부모님도 같이 교회를 다니고 있는 점에서 그래도 특별해 보였어요. 전 혼자 교회를 다니는데 교회에 부모님도 함께 있는 모습이 뭔가 믿음이 있고 진실해 보였어요.”



하지만 하나는 남자친구와 같이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남자친구에 대해 보게 되고 접하게 되는 모습들이 생겨났다.



“제가 생각했던 모습과 다르게 뭔가 좀 부자연스럽고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 것은 제대로 사귀기로 하고 몇 달 안 지나서부터였어요. 하지만 그렇다는 것을 느꼈던 것이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제 성격과 가정환경이 좋지 않아서 남자친구에 대해 안 좋게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하나는 남자친구 부모님이 가지고 있는 민낯을 느끼는 데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해석 역시 자신에게 문제가 있고 자신이 예민해서라고 생각을 했었다.



“저는 원래 혼자 많은 것들을 해왔기 때문에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아요. 아빠가 엄마랑 이혼하기 전에도 엄마는 엄마로써의 역할을 해주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가정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괜히 제가 이상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을 했었어요."



나의 지지체계가 취약한 경우, 자신이 느낀 것,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믿거나 판단의 근거로 삼지 못하고 불확실한 것, 믿을 수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들이 많다. 심리 정서적 안정감이 없었던 어린 시절과 심리 정서적 연결됨이 약한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는 분들에게서 보여지는 모습들이 그렇다.



"보장해주는 것이 없는 것을 기대어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려고 애쓰기보다, 내가 느끼는 기분과 감정, 마음과 생각을 읽고 살피는 것이 나를 더 잘 지켜주고 보호해줄 수 있는 선택인 것 같아요. 그러기 위해서라도 자신에 대해 읽고 살피는 시도와 시간을 자꾸 늘려가려고 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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