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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초능력을 제가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by 연남동 심리카페

"사장님은 고민 같은 것 없으시죠?"



하나는 어느날 나에게 이렇게 물어보았다.



"사장님은 고민이 있어도 잘 풀어내고 다룰 것 같아요."



나는 하나의 말을 듣고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나 씨, 보여지는 것만 그렇지 저도 그렇게 잘 지내고 그러지 않는 걸요. 지금 우리가 있는 이 공간도 사실은 제가 마음이 너무 힘들어서 어딘가에서 쉬고 회복하고 싶어서 요양원을 생각하며 만든 것이였어요. 나를 위한 요양원을요."


"정말요? 안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어요?"



8년 전에 나에게 있었던 일에 대해 하나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얼마나 방황하고 얼마나 서럽고 초라했었는지에 대해서도 들려주었다.



"그때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너무 무섭고 불편하고 긴장되는 일이였어요. 상처도 컸었고, 두려움도 컸었죠. 그래서 그런지 저는 누군가 상담을 해드릴 때 해로운 사람이나 해로운 곳에 대한 분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해드리게 되더라고요. 하나 씨에 대해서도 그랬던 것처럼요."


"그런데 선생님은 어떻게 극복하셨어요? 지금은 전혀 사람 만나는 것을 힘들어 하거나 불편해 하지 않으시잖아요."



나는 하나의 말을 듣고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해줬다.



"전 아직도 힘들어 하고 불편해 하는데요. 매번 긴장을 많이 하게 되요. 저에게 사람은 편안하고 마음을 열게 되는 존재는 아니예요. 어쩌면 다른 사람들은 나와 같이 다치지 않게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러세요? 그럼 혹시 저도 그런가요? 저도 선생님을 긴장하게 만들고 경계하게 되나요?"


"아니요, 지금의 하나 씨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나이지고 좋아지기도 했고요. 지금은 초능력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초능력이요?"



말장난처럼 농담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예전의 나를 생각하면 상상도 안 될 정도로 많이 좋아져 있으니 말이다. 나의 초능력은 힘을 준다고 쓰게 되는 것이 아니고, 상황이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나를 보호해주는 반응을 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을 말한다.



"저는 긴장과 불안이 아주 심했어요. 홍대 지하철 역 안에까지 내려갈 수도 없었죠. 하지만 지금의 저는 필요하면 전철을 타고 이동하기도 해요."


"어떻게 긴장과 불안이 없어지게 되신 거예요?"


"긴장과 불안이 없어진 것은 아니에요. 약간 그러려니 하고 저를 시냇물 위에 흘러가는 나뭇잎이 되어요. 내 능력으로 무언가를 한다기보다 그냥 흘러가듯 흘려보내는 것이죠."


"그럼 선생님이 갖고 있는 초능력은 시냇물 위에 떠내려가는 나뭇잎이 되는 것이네요."



나는 하나의 말에 크게 웃었다.



"그런데 그런 초능력은 어떻게 가질 수 있게 되었어요?"



하나는 조금 진지하게 물어보았다. 그래서 나도 진지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심리카페를 만들고 6년차가 되었을 때, 계속 심리카페에서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해주기 어려울 만큼 많이 힘들어 했었어요.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며 생활을 하게 되었죠. 월요일 저녁 비행기로 제주도를 가서 목요일 아침 비행기로 올라왔어요. 제주도에 작은 아지트 같은 곳을 구해서 서울과 제주도 두 곳에서의 생활을 했었죠. 매주, 그것도 2년 동안을요."


"와, 정말요?"


"네, 비행기를 타고 서울 땅을 뜨는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제주도에 도착을 하면 사람도 적고 속도감도 없어지고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 들었죠. 말 그대로 그냥 환경이 쉼이였어요. 별거 한 것도 없어요. 집 근처에 있는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가서 바다를 보면서 시간을 보냈어요. 때론 숲을 가기도 하고요.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나뭇잎이 되는 초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그냥 흘러가게 나를 놔두는 능력이요."



사람에 대한 긴장과 불안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나는 여전히 지금도 상담을 해드리러 갈 떄 긴장을 많이 한다. 심할 때는 안절부절 못할 때도 있다. 아직도 여전히. 그런데 그런 채로 그냥 있곤 한다. 불안하지 않아서라기보다 불안을 그러려니 대한다.



"시냇물 위를 흘러가는 나뭇잎이 되는 초능력은 의지나 노력, 마인드로 갖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그럴 수 있는 환경 속에 나를 놔두어야 갖게 되는 능력이죠. 저는 하나 씨도 제가 초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방법을 잘 활용해보았으면 해요. 하나 씨에게도 너무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하나는 나를 보고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하나의 말이 이루어지고, 그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저도 사장님이 쓰는 초능력을 쓸 수 있게 되는 건가요? 저도 사장님의 초능력,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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