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동에는 제가 5년 동안 운영해오고 있는 저의 작은 심리카페인 '연남동 심리카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심리카페에는 아래와 같은 말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어요."
"저의 성격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요."
연남동이라는 동네 특성과 심리상담소가 아닌 심리카페라는 특성상 자신의 궁금증과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찾아오기에 이곳의 문턱은 확실히 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림검사와 성격검사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며 진행되는 상담은 여기를 찾아오시는 분들의 궁금증과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되시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저의 심리카페를 찾은 분들 중 자신에 대한 궁금증과 답답함의 깊이가 깊었던 섬세한 성격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섬세한 성격의 분들과 나눈 이야기들과 접한 경험들을 여기에서 나누고자 합니다.
그러고자 하는 이유 한 가지는, 저 역시 섬세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그로 인해 겪어야 했던 경험들에 대해 감정 이입이 많이 되곤 해서입니다. 저는 섬세한 사람들이 겪지 않아도 되는 안쓰럽고 안타까운 경험을 겪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섬세한 성격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됨으로써 얻게 되었던 '나와 같은 사람이 이렇게 있었던 거였구나'라는 안도감을 많은 분들이 느꼈으면 해서입니다. 이 안도감을 갖고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갈 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신다움의 삶을 위한 보물지도
여기의 글들은 섬세한 성격의 분들에게 마치 자신다움의 삶을 잘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보물지도가 되어드릴 것입니다. 제 심리카페에 오셨던 분들과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녹아 있으니까요.
만약 지금 갖고 있는 생각의 지도가 당신을 숨 막히게 하고 힘들게 하고 있나요? 자신을 잃어가는 길로 이끌고 있는 지도여서는 아닐까요? 먼저 겪었거나 같이 겪고 있는 섬세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그 지도만 보고 가다보면 이런 함정을 만나게 되고, 막다른 길에 놓이게 된다는 것도 보여주고, 새로운 길을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와줄 것입니다. 지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이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님을, 그리고 다른 선택을 했을 때 어떤 길을 걷고 어떤 세상을 만나게 되는지를 이곳 심리카페에서 만났던 다양한 섬세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한번 생각해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항상 집에서의 저의 역할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갖고 살았어요. 저보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제 기분은 생각 안 하고 '이래야 유지가 되지'라고 생각했었죠. 아이러니하게 저의 안정을 위해서 저에 대한 생각은 안 하고, 저에 대한 질문에 대답 안 하고, 얘기를 돌려버리곤 했었죠. 사람들의 기분에 맞춰 불안한 마음 감추고,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노력해서 기분 맞춰주고 풀어주고, 불편해지고 싶지 않아서 생각 안 하고, 풀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서 불편한 거 거부하고 불편한 거 겪으면 잊어야지가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텅 비고 가식적인 모습이 되어 있더라고요. 불안하고 불편한 상황을 피하기만 급급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가 없는 사람이었어요.
선생님이랑 상담하고 한 달 동안 내가 안 좋은데 해야 하나 하고 계속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한번 아무것도 안 해버렸어요. 그런데 제 감정이 편하더라고요. 안 할수록 제가 더 안정적이 되고, 더 마음이 편한 거예요. 너무 잘 지내더라고요.
그동안 전 왜 고민을 했을까요? 정말 헛똑똑이었더라고요."
<어느 날, 다시 찾아온 한 여자분>
섬세한 성격에 대한 다큐멘터리의 예고편 중에서.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섬세한 성격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을 갖고 살았던 이유와 자신이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고정관념에 갇혀 있었던 이유가 섬세한 성격과 관련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래서 자신의 섬세한 성격에 대해 알게 된다는 것이 그동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것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게 해 주고 다른 선택과 다른 경험을 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요.
위의 여자분이 해줬던 자신의 이야기와 제가 이 분에게 들려드렸던 이야기가 불편한 상황을 어쩔 수 없다며 받아들이고, 때로는 피하기 급급한 섬세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요. 왜냐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성격에 대해 잘 모르기에 자신에게 맞지 않고 자신을 손상시키고 해로운 것을 그저 받아들이거나 너무도 회피하며 살아가고 있는 경우를 심리카페에서 자주 만나곤 하거든요.
섬세한 성격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랍니다. 씨앗과 같이 어떤 사람은 섬세한 성격을 갖고 태어나 섬세한 성격으로 삶을 살아가게 되고, 어떤 사람은 섬세하지 않은 성격을 갖고 삶을 살아간다는 말이죠. 그렇기에 섬세하지 않은 사람들 속에서는 섬세한 성격으로 인해 겪게 되는 경험을 이해받기가 힘들어요. 이해받기 힘들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섬세한 성격에 대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삶은 전혀 다른 길로 흘러가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곤 해요.
섬세한 성격의 사람은 이런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섬세한 성격의 사람들은 우선, 1)정보 처리의 깊이가 깊은 특성이 있습니다. 많은 정보를 너무 깊이 다루고 처리하려다 보니 정보를 다루는 데에 에너지 소모도 크고 정보를 다루면서 많은 자극을 받게 되기가 쉽답니다. 그러다 보니 에이미 씨가 자신에게 놓이고 주어지는 상황의 정보들과 그 자극은 부담스럽고 버겁게 느껴지기가 쉽죠. 그래서 더 고정관념에 빠지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하는 것이랍니다.
그리고 섬세한 사람들은 2)정서 반응성이 큰 특성이 있습니다. 슬픈 일이나 속상한 일에 대해 어떤 사람은 1 정도로 느낀다면, 정서 반응성이 큰 사람은 100 정도로 느끼는 것과 같죠. 그래서 에이미 씨와 같이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에 자꾸 빠져들게 되고 그 불편한 감정을 피하기에 급급한 모습으로 행동하게 되기가 쉬운 것이랍니다.
마지막으로 섬세한 사람들은 3)감각 민감성이 발달되어 있어서 미묘한 변화를 잘 감지하고 파악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가 지었던 표정 하나, 누군가가 했던 말에서의 단어 하나하나가 잊히지 않고 선명하게 남고 맴돌게 됩니다. 그러니 감각이 둔해서 아무렇지 않게 생활할 수 있는 모습과 달리 많이 영향받고 힘들어하게 되는 모습을 많이 보이게 되는 것이랍니다.
이러한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섬세한 사람(hgihly sensitive person)"에 대한 이해는 최근 심리상담에 많이 사용되고 있고, 여러 심리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책으로 다루어져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프랑스의 심리 치료사 크리스텔 프티콜랭는 <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 - 넘치는 생각 때문에 삶이 피곤한 사람들을 위한 심리 처방>에서 정보 처리의 깊이에 관해 좀 더 다루었죠. 독일의 심리학자 롤프 젤린는 <예민한 아이의 특별한 잠재력>를 통해 섬세한 성격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에 관한 글을 썼었고요. 일본의 정신과 의사 미즈시마 히로코는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에서 자신의 섬세한 성격을 다루는 방법에 관한 경험을 나누고, 덴마크 심리 상담가 일자 샌드는 <센서티브>라는 책에서 상담자로써 세심하게 섬세한 성격의 사람들에 대해 다루는 내용을 나누고 있답니다.
저 역시 그동안 심리카페를 하면서 다양한 사연과 상황에 있는 섬세한 분들과 만나 나눈 섬세한 성격에 관한 이야기들과 접한 경험들을 나누고자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