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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Jan 11. 2019

pain의 깊이와 넓이는 제각기 다 다른 것이니까요

"저도 사실 이렇게라도 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네, pain의 깊이와 넓이는 제각기 다 다른 것이니까요..."
"그러게요."



며칠 전, 심리카페에서 어떤 분에게 저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대화를 나누는데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pain의 깊이와 넓이는 제각기 다 다른 것이니까요



말이 한동안 맴돌았습니다. 섬세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특히 더 그 pain의 깊이와 넓이는 더 깊고 넓어서 더 가슴에 남았던 것 같습니다.


각자 놓여있는 pain은 다양하죠. 그리고 그 pain을 대하고 있는 모습도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어떤 방법이 없어 그저 견디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을 것이고, 힘들지만 어떤 방법이라는 것이 있는 경우도 있겠죠.


심리카페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각자 겪고 있는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과는 별개로 자신의 pain을 어떻게든 다루고 소화시키며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구나라는 생각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게 됩니다.


심리카페에 오셨던 어떤 분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라는 책 제목이 너무도 인상적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신은 힘들고 비참한 상황에 던져지고 놓이게 될 때마다 스스로에게 이런 말을 하곤 한다고 하더군요.



나는 살기로 선택했어.



메마른 일상, 이야기 나누면 나눌수록 더 착잡해지게 만드는 내 주변의 사람들, 나아질 것이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삶을 살아낸다는 것이 너무 버겁고 지치는 일이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누군가가 쉽게 '잘 될 거야,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던지면, 화가 나기도 하고 붙잡고 따지고 싶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뭐가 그리 쉽고 간단하냐고요.


사실 너무 많이 아프면 신음소리도 안 나오는 것처럼, 상대가 너무 많이 안타깝고 슬프면 어떤 말도 안 나옵니다. 그래서 섣부른 위로의 말이나 쉽게 단정지으면서 어떤 솔루션과 같은 말은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신경을 씁니다. pain의 깊이와 넓이는 제각기 다 다른 것이니까요.


예전에 누군가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돈이 되지 않으면 접어야지,
왜 계속하고 있어?



돈이 되지 않아도 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그 반대로, 돈과 상관없이 하지 않는 데에도 나름의 이유들이 있습니다. 특히 상대가 어떤 사연과 고통을 겪었고 갖고 있는지를 모르면서 몇 가지 기준에서 쉽게 단정 짓고 내리는 판단은 무례합니다.


그런데 잘 알지도 쉽게 말하고 몰고 가는 사람들로 인해 참 삶을 살아내기가 지치고 힘들어지게 됩니다. 가끔 농담처럼 가볍게 "돈이 되지 않는 일이면 접어야 하는 거 아니예요?"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럴 때 저는 이렇게 말을 해드립니다.



살기 위해서



이대로는 못 살겠다 싶어서 이 카페를 만들었고, 안 좋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의 삶이 살아갈 의미가 있음을 저에게 느끼게 해주고 있어서 이 카페를 유지하고 있으니까요 살기 위해서 저는 이 카페를 계속 해오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되어버린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방법인 거죠.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해주다 보면 섬세한 성격이여서 겪게 되는 pain이 참 다양하고 이렇게 깊을 수도 있구나라는 것을 접하게 됩니다. 섬세하지 않은 사람들과 섬세함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의 말은 섬세하지 않은 사람에게 맞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섬세한 사람에게는 맞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삶이 살만한 가치가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하는 것, 이것이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답하는 것이다.

그 이외의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카뮈


살기 위한 선택, 그것이면 충분해요. 카뮈의 말처럼 다른 자잘한 이유에 묶여서 살 필요는 없어요. 섬세한 사람과 섬세하지 않은 사람은 각자 타고난 성격이 달라요. 각자 겪어야 했던 일들도 다르고, 지금 놓여 있는 상황과 역할도 다르죠.


섬세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꼭 알아야 하는 것은 당신의 기준과 가치관은 섬세하지 않은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서 반응성, 감각 민감성, 정보 처리의 깊이가 선천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다른 거이죠. 그런 이해와 고려가 없다면 더욱 삶을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pain의 깊이는 더 깊을 것이고, 넓이는 더 넓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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