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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Oct 26. 2020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섬세하지 않은 성격의 사람들

심리카페를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 인상적인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섬세한 성격에 관한 개념을 이야기를 드렸을 때 자신은 너무도 섬세한 성격의 사람이라고 말하는 섬세하지 않은 성격의 사람들입니다.


그런 분 중의 한 분을 며칠 전 만났었습니다. 일요일 마지막 예약 손님이었던 그분은 저를 원망하고 비판하는 말을 쏟아내고 퍼부었습니다. 제가 본인이 듣고 싶고 원했던 말을 해주지 않아서였습니다. 그분으로 인해 전 그분들이 가고 난 후에 폐허가 된 마음으로 카페 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 멍하게 있어야 했죠. 그리고 전 폐허가 된 마음을 추스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딱 1년 만이구나.



작년 이맘때쯤 이분처럼 저에게 원망과 비판의 말을 쏟아내고 퍼부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작년 그런 일을 겪고 난 후, 전 상담을 진행하기 앞서서 꼭 묻고 확인하는 것이 있습니다.


"주문해주신 있는 그대로의 상담은 그림과 대화를 통해 나온 내용을 필요하다면 직면시켜드리는 것인데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대부분 이렇게 물으면 괜찮다고 말을 하십니다. 그럼 꼭 얘기해드리는 말이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이야기를 해드리는 수준이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깊고 프라이빗할 수 있습니다. 원치 않는 말을 해드릴 수 있고,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말을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본인이 감당하고 조절하실 수 있으신가요?"


이렇게 있는 그대로를 원하시는 분은 꼭 확답을 듣고 진행하곤 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상처 주는 것에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는 성격이 아니기도 하고, 누군가로부터 상처되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아서였죠.





1년 전의 분과 이 분은 공통점이 있더군요.

칭찬과 인정받기 위해 눈치 보고 의식하고 애쓰며 살아오셨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살아오다 보 속상하고 힘든 것들이 쌓이 되죠. 그리고 그런 시간들 속에서 자기 선택과 자기주장의 경험은 현저히 낮아지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낮은 자기 경험의 양은 유능감을 키워나갈 수가 없게 되죠.


자신의 판단과 선택에 자신이 없고, 실제로도 판단과 선택에 있어서 유능하지 못한 모습을 스스로 경험하다 보니 더 두루뭉술하고 피상적인 모습이 되. 그리고 그러한 모습과 함께 발달하게 되는 것이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모습입니다. 

스스로 온전히 자신이 판단하고 선택을 해보지 않았으니 유능이 약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죠. 남의 시선과 평가를 많이 의식하고, 의식하는 만큼 부담스러우니깐 책임지지 않고 의존하는 쪽을 선택하게 되고, 의존하는 만큼 자기 자신은 약해져 가게 됩니다. 그래서 감정적이고 뜬구름 잡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그동안 회피하고 부정하고 자기 위로와 위안을 하며 아무렇지 않음으로 포장하고 있던 포장지를 벗기고 직면시키는 순간 그 대상에게 원망과 비난이라는 방식으로 공격하는 것이죠.


이 분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분은 섬세한 성격의 분일 수 있을까?  



섬세한 성격은 좋고 나쁨이 없는 중립 개념의 성격을 말합니다. 다만 섬세한 성격이 매력 있는 모습으로 발달시켜갈 수 있는 환경에서는 좋은 장점들을 가진 성격이 되고,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는 좋지 않은 단점들을 가진 성격이 되는 것이죠.


본인은 섬세한 성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너무도 자신의 모습이라며 자신이 바로 섬세한 성격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셨었습니다. 물론 섬세한 성격이 착하고 좋은 성격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 말했듯이 좋고 나쁘고가 없는 하나의 성격인 것입니다.


그리고 안 좋은 환경과 부모로 인해 섬세한 성격에 손상과 상처가 많아서 안 좋게 변했다고 해도 그 본바탕, 그 민낯인 섬세한 성격은 사라지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섬세한 성격의 사람도 화를 내고 싸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차별적이고 일방적으로 감정을 퍼붓고 쏟아내기에는 섬세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처리의 깊이가 그렇게 얕지 못합니다.


정보처리의 깊이가 깊다는 것은 쉬운 말로 하면 생각이 많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는 표현도 정보처리의 깊이가 깊다는 것을 나타내죠.


섬세한 성격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 하나인 정보처리의 깊이는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섬세한 성격의 사람들은 행동을 먼저 저지르고 생각하는 모습이 아닌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감각 민감성과도 연관이 많습니다. 왜냐하면 섬세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감지되고 유입되어 들어오는 정보의 양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보의 양도 많고 다루는 깊이도 깊다 보니 행동하고 생각하는 충동적인 모습을 보이기가 힘듭니다.


그런 점에서 저분이 보인 충동적이고 감정적인 모습은 너무도 섬세한 성격과는 다른 것입니다.


더욱이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있는 그대로로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어떤 것이고, 불편하고 불쾌하게 만드는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도 본인이 감당하실 수 있는지에 대해 약속한 것을 아무렇지 않게 무시하고 행동해버리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시기도 했죠.


마치 섬세한 성격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물타기를 하고 흐리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로 인해 정작 섬세한 성격의 사람들은 자신이 섬세한 성격이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있고요. 섬세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섬세하지 않은 성격의 사람들을 잘 구분하고 분별해내는 것도 섬세한 성격의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이해를 잘 갖고 살아가는 모습인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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