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카페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다 보면 마음이 너무 착잡하고 속상해질 때들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착잡하고 속상해질 때는 '아닌 사람'에게 무례한 취급을 받고 있으면서도 헤어지지 못하고 있는 섬세한 사람을 볼 때죠. 그래서 위와 같은 말을 마음속으로 하게 되곤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헤어질 수가 없어요. 제가 이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있고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어요.
며칠 전에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여자분을 보면서 너무 안쓰러웠습니다. 그 이유는 이 여자분과 함께 온 상대가 '아닌 사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상담해주면서 만나게 되곤 하는 이런 상황의 섬세한 분들은 이미 다들 알고 있습니다. 그 사람이 무례하고 '아닌' 사람인 것을요. 다만 헤어질 수 없어하고 헤어짐의 고통을 겪고 싶지 않아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섬세한 사람이 '아닌 사람'과 헤어지지 못하는 여러 이유들 중 저는 특히 섬세한 성격의 특성과 관련된 부분을 이야기드리고자 해요. 이 점에 대해서만이라도 잘 살펴보면 상대와 관계에 대해 제대로 된 이해를 가지고 행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제 심리카페에서 상담을 받고 간 며칠 뒤 결국 그 사람과 헤어졌다며 다시 찾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도 계셨었고, 혼자 다시 찾아와 이런저런 것들에 대해 다시 물어보는 분도 계셨었답니다.
그동안 섬세한 사람이 '아닌 사람'과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 중 섬세한 성격의 특성 중 '정서 반응성'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자주 보게 됩니다.
정서 반응성
섬세한 사람의 사랑을 잘 이해하고 선택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성격의 특성 중 무엇보다 "정서 반응성"에 관한 이해를 놓치면 안 됩니다.
"일반적이지 않고 특출 난 섬세함을 갖고 태어난 사람에게 있어서... 만지는 것은 구타이고, 소리는 소음이 되고, 불행은 절망이고, 기쁨은 황홀이고, 친구는 애인이고, 애인은 신이며, 실패는 죽음이 된다."
- Pearl S. Buck, novelist, Nobel laureate
위의 글에서처럼 섬세한 사람에게 있어서의 정서 반응성은 상황과 상대를 더 깊고 강렬하게 느끼고 의미부여를 합니다. 이러한 강렬한 끌림은 섬세한 자신과 정반대 기질인 섬세하지 않은 사람에게 더 반응하게 만듭니다.
여기에서 세심하게 구분해서 봐야 하는 것은 섬세하지 않은 사람이 '아닌' 사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섬세한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 특성으로 인해 생각을 많이 하고 정서 반응도 크고 미묘한 것들을 감지하고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분명하고 거침없이 표현하고 행동하는 사람에게 매력 있고 멋지다고 느끼게 된다는 점입니다.
마치 자신의 기준에서는 정말 많이 좋아해야지 가능한 것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행동하기에 상대도 자신과 같은 기준을 갖고 자신을 많이 좋아해서라고 판단해버려서이죠. 하지만 소시오패스와 같은 사람은 당신을 많이 좋아해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적인 구애 행동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구애 행동이란, 교미와 번식을 위한 욕구적인 행위로 '상대의 비위를 맞추고 관심을 끌기 위해 하는 행동들'을 말합니다. 그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 어필하고 연출과 연기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행위인 것이죠.
그런데 얼핏 보면 구애 행동과 사랑해서 나오는 행동이 비슷해서 잘 속곤 합니다. 저도 속았던 적이 있었죠. 믿고 싶고 의심하고 싶지 않았었다는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흉내내기는 흉내내기인 것이죠. 구애 행동과 사랑은 본바탕이 완전히 다릅니다. 구애 행동은 짝짓기, 소유, 쟁취에 목적을 두고 있는 행위이지,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행위가 아니니까요.
구애 행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이렇게 행동하면, 이렇게까지 행동하면, 내가 자기를 얼마나 많이 좋아하고 있는지, 얼마나 잘 어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생각을 합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자신의 욕구와 본능이 강한 사람들이 구애 행동을 합니다. 그들은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닌 사람'들이 행하는 구애 행동은 섬세한 성격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정서 반응성으로 인해 섬세한 사람들이 더 혼란스럽게 하고 힘들게 만듭니다. 특히 섬세한 분들 중 안정감이 낮고 분별력이 약해져 있는 섬세한 분은 더욱 그러하죠.
'아닌 사람'의 구애 행동을 사랑으로 변주시키는 것은 그 사람이 연출하고 흉내를 잘 내서가 아니라, 섬세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정서 반응성 때문일 수도 있음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해지고 싶지 않아서, 또는 너무도 무기력해져 있어서 자신의 삶을 회피하는 일을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슬프고 아픈 일인 것 같습니다. 안정적이고 마음이 편할 수 있는 삶을 포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