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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남동 심리카페 Dec 13. 2018

연남동에 있는 작은 건물 2층에 있는 9평의 작은 카페

혹시,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정작,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심리치료를 받으러 오질 않고, 
그런 사람들 때문에 다친 사람들이 심리치료를 받으러 온다는.



대학원 때 우연히 접했던 이 말은 심리카페를 운영하면서 자주 떠오르게 되는 말 중 하나입니다. 특히 심리치료가 필요한 문제 있고 잘못된 사람은 오지 않고, 그러한 사람들로 다친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알기 위해, 그리고 보완할 점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어서 오는 섬세한 사람들을 접할 때는 더 떠오르죠.


예전에 저도 불안장애 증상이 심각해져서 일상생활을 하기가 너무 힘들어졌었어요. 그래서 매주 정신과를 찾아가 상담을 받곤 했었죠. 제 주변 사람들이 하던 말과 반응과는 다른 안정감을 주는 이해와 위로가 얼마나 좋고 고마웠는지 몰라요. 그런 느낌,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어요. 


그 원장님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기도 하고, 원장님의 퇴근시간 후 일식집에 가서 둘이 식사를 하기도 했었죠. 저와는 다른 성격이셨지만 너무도 큰, 그리고 처음으로 느껴보는 공감과 위로의 경험이였어요. 


하지만, 어느 날, 사람이 그립고 필요했던 저는 그 분을 만나러 그 분의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그리고 상담료를 내고 갖는 상담시간이 당연한 것이지만 조건부적인 관계라는 것에 초라함과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리고는 그 이후 상담을 받으러, 대화를 나누러 찾아가지 않았죠. 대신 공대를 다니고 있던 저는 아동학과로 편입을 하고 아동상담으로 대학원을 가서 석사과정을 밟고 박사과정을 밟아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연남동에 '연남동 심리카페'라는 작은 심리카페를 만들어 그림검사를 바탕으로 심리상담을 해주고 있습니다. 사실 처음 이곳에 심리카페를 만든 이유는 누군가를 상담해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여러 가지 일로 몸도 마음도 다쳐 있던 저는 사람들이 싫었고 사람들을 피해 요양원에 들어가 있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산속에 있는 요양원은 너무 심심하고 우울할 거 같아서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카페였고, 특별한 생각 없이 일반 카페보다는 그냥 심리카페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이곳에서의 생활이 어느새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답니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동안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었죠.



제가 심리카페를 만들고, 섬세한 성격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섬세한 성격에 대해 점점 더 설명해드리고 알려드리는 이유는 제가 겪었던 안 좋았던 경험들을 몇 명이라도 덜 겪었으면 해서입니다. 예전의 제가, 그리고 지금의 제가 겪고 있는 상처와 비슷한 상처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주며 좀 더 풀어내갈 수 있게 도움이 되었던 섬세한 성격에 관한 이해를 알려드리고 싶답니다.


몇 만 년 전의 지구에는 적어도 여섯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여기에서 이상한 점은 옛날에 여러 종이 살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딱 한 종만 있다는 사실이다.      

관용은 사피엔스의 특징이 아니다. 현대의 경우를 보아도 사피엔스 집단은 ..... 작은 차이만으로도 곧잘 다른 집단을 몰살하지 않는가. 

- 유발 하라리, <사피엔스> 중에서


안팎으로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 화살의 방향을 자신에게로 돌리고, 방문을 닫고, 세상 밖으로 쉬이 나오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추구하는 꿈, 예컨대 절대적인 평화와 친절, 아름다운 배려가 넘치는 이상적인 세상은 픽션 안에나 등장한다. 마치 눈에는 보이지만 잡히진 않는 뜬구름과 같다. 

대부분의 호모 센서티브는 자기가 호모 사피엔스인 줄 알고 살아간다. 심지어 그들은 동족도 알아보지 못해 간혹 서로를 공격하기도 한다.

- 박사랑, <당신도 ‘호모 센서티브’입니까?> 중에서     

                                                                                                                                        

분명 세상에는 종이 다른 사람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무엇보다 좋은 기운과 영감이 필요해요. 정작,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은 심리치료를 받지 않고 그러지 않을려는 생각도 마음도 없으니까요. 


너무도 이곳이 아닌 어딘가 다른 곳에 가 있고 싶은 마음이 컸었습니다. 그럴 때 생각이 들었던 것은 산속에 있는 요양원이었습니다.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폐허가 되어 있기도 했었지만 몸도 많이 나빠져 있었기에 요양원에 가 있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었으니까요.




제가 처음 제 카페 공간을 보았을 때의 모습은 마치 그 당시 저의 상태랑 비슷했어요. 오래된 주택을 상가로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던 중이어서 정말 아무것도 없는 곳에 건축 자재들만 있어서 폐허 같은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으니까요. 꼭 저를 보는 것 같았죠.


진짜 아무것도 없었죠.

 심리학 카페에서 세 번째 겨울을

말 그대로 공간만 있었어요. 배관도 없고, 전기선도 없고, 창문도 없이 모든 것을 헐어서 텅 비어있었으니까요. 전 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직접 인테리어를 하며 제가 바라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탁 트인 느낌을 원해서 정면을 전체 다 열 수 있게 폴딩도어로


따뜻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온기가 있는 흰색으로


제 키와 몸에 맞춰 높이와 길이를 하나하나 재어서 주문을 맞추고



조명이랑 의자도 인터넷 서칭과 발품을 팔아서 고르고


제가 원하는 분위기의 의자를 고르고, 조명을 달고 처음 카페 이름이었던 "untold story"라는 이름도 직접 벽에 쓰기도 했죠.


카페 벽면에 글자를 판 시트지를 붙이고 색을 칠하는 중


2018년 12월 13일 모습


이렇게 연남동이라는 곳에 있는 작은 건물의 9평의 작은 2층 공간은 저의 분위기가 담긴 모습으로 변해갔습니다. 


이렇게 공간을 만들어가다 보니 사람에게 받았던 상처와 당했던 일, 겪어야 했던 것들이 어느 정도 소화가 되었는지, 해보고 싶은 것들이 생기고 꿈꾸게 되는 것들이 생기더군요.


저와 비슷하게 섬세한 성격의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그리고 극단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이야기해주고 싶었고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이 공간 자체가 살아있는 하나의 사례로 전달해주고 싶은 마음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들에게 뭐라도 좋은 영감과 기운을 주게 되기를 이 공간과 이 글로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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