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하츄핑 영화를 보러 가는 날이었다.
운전을 못해 딸과 둘만의 데이트를 나가는 날에는 지하철을 이용한다. 영화관까지는 네 정거장만 지나면 돼서 크게 힘들지 않다.
역 벤치에 앉아 열차를 기다리는데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주려고 사탕을 꺼내신다. 낯선 사람에게 무언갈 받는 게 선뜻 고마운 세상은 아니라 거절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너무 오버하는 것 같아 감사하다며 받았다.
할아버지는 대뜸 둘째를 낳아야 한다고 앞뒤 없이 말씀을 하신다. 둘째는 집에 있다고 말했지만 못 들으셨는지 계속 동생이 있어야 한다며, 혼자는 외롭다고 안 된다 하신다.
(저 둘째도 낳았다고요.. 할아버지..)
다시 말하기도 귀찮아 '네'하고 말아버린다. 할아버지가 생각하고 싶으신 대로 놔둔다. 사탕을 받지 말 걸 하는 생각도 들고, 그냥 세상만사 다 귀찮다.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서인지 할아버지도 곧 자리를 뜨신다.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 어떨 땐 누군가의 말과 행동이 고마울 때도 있지만 어쩔 땐 그냥 좀 놔뒀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누군가의 충고나 조언을 듣기에는 나는 지금 좀 가시가 돋쳐있는 거 같기도 하다. 겨우겨우 잘 살아내고 있는데, 충분히 괜찮은데 자꾸 뭘 해야 한다거나 하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그냥 주시는 대로 사탕을 받고 감사하다며 웃고 말면 될 일인데도 나에겐 이렇게나 사탕 값이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