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강아지는 더 이상 나를 향해 짖지 않는다
올 1월에 썼던 옆집 강아지 나만 보면 짖는 옆집 까만 강아지에 대해서 오늘 글을 채워보려고 한다.
아! 그리고 강이지 이름을 알게 됐는데 아주 직관적이고 친근한 이름인 [검둥이]다. 흑인한테 사용하면 비하의 의미가 있지만 강아지에게 쓰는 건 귀엽게 느껴진다. 단어는 잘못이 없는데 과거에 사람의 피부색만 보고 차별적인 의미로 사용되면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이제는 거의 나를 보기만 하면 꼬리를 아주 힘차게 흔들어 재낀다.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할 수 있다. 검둥이한테 물어볼 수 없으니 추정할 뿐이다.
먼저 나를 자주 보게 되니까 낯선 사람이 아니라 바로 옆집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몇 달 전부터 리드 줄이 이제 이웃집 마당 안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옮겨와서 우리 집 쪽에서 금방 검둥이를 볼 수 있는 위치로 변경되어 더 자주 얼굴 보는 사이가 되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마당 꽃을 한번 다 뒤집어엎어서 리드 줄을 마당 안쪽으로 가지 못하도록 하면서 변경됐다고 한다. 한마디로 사고 쳐서 이동됨) 주차하는 공간하고 거의 붙어 있어 홍천 집에 주차를 하면 검둥이가 반겨준다. 아주 기특하다.
두 번째는 강아지 간식을 사서 가끔 준다. 아마 사실 이게 안 짖게 된 가장 큰 이유 같다. 남이 주는 간식을 안 먹는 강아지도 있지만 검둥이는 간식이라면 환장을 한다. 그래서 가끔 사두었던 간식을 몇 개 던지면 개눈 감추듯 다 먹고 또 달라고 꼬리를 친다. TV에서 봤던 강아지 훈련 방법이 생각나 괜히 '앉아'를 외치면 정말로 앉는 검둥이가 기특해 간식을 더 던져준다. 나중에 다시 해봤는데 앉지 않고 그냥 멀뚱히 서있는 것을 보면 그때 그냥 검둥이가 앉고 싶었던 것 같다.
세 번째는 검둥이는 이 동네 보안관이다. 얘기 들어보니 저번에는 뱀도 잡았다. 한동안 검둥이가 계속 짖어서 옆집 아저씨가 짖는 곳을 가보니 뱀이 죽어 있었다고 한다. 가끔 고라니도 내려온다고 하는데 검둥이가 고라니도 짖어서 내쫓는다. 리드 줄만 없으면 아마 매 시간 이 동네를 뛰어다니면서 순찰을 돌 강아지다. 이런 스마트한 충견은 우리를 보고 짖을 이유가 하등 없다는 것을 이미 판단한 것이다.
아쉬운 건 검둥이가 동네 산책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기회가 생기면 옆집 아저씨한테 말해서 검둥이 산책을 시켜보고 싶다. 그러면 동네 보안관인 검둥이가 아주 신나게 동네를 순찰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