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단풍
이제 추운 겨울이 오기 전, 마지막으로 단풍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시기라 수타사로 향했다. 수타사는 계절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주지만, 그중에서도 가을은 유난히 특별하다. 절로 들어가는 길목부터 사찰 안쪽까지 바닥은 낙엽이 소복하게 깔려 있고, 나무들은 이미 겨울을 맞을 채비를 거의 끝낸 듯하다. 발끝에 스치는 낙엽의 소리마저 고요한 산사의 공기와 어울려 하나의 풍경이 된다.
가을의 수타사는 조용하면서도 깊은 울림이 있다. 어쩌면 가을의 본질은 자연스러운 비움과 채움의 순환일지도 모르겠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다 보면 바람이 불 때마다 나뭇잎이 우수수 흩날리고, 머리 위에서 흘러내리듯 떨어지는 그 순간은 짧지만 마음속엔 오래 남는다. 울긋불긋한 단풍의 색은 그저 아름답다. 아무리 인공적인 색이 뛰어나다 해도 자연의 색을 넘어서는 일은 없다.
수타사의 가을 낙엽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장면이자, 한 해의 끝자락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끝도 결국 새로운 시작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이 가을이 지나면 다시 겨울이 오고, 내년에도 이곳의 나무들은 또 다른 색을 입을 것이다. 겨울 옷을 입은 수타사의 모습도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