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건 풍경이 아니라 마음
나이가 들수록 낙엽이 더 예쁘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계절의 풍경을 보는 눈이 바뀌는 것만은 아니다. 어릴 때는 낙엽이 그저 계절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보이는 배경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뭇잎이 울긋불긋 물드는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했다.
왜 이런 감정이 생기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마도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감정이 깊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우게 된다. 사람도, 관계도, 계절도 모두 지나간다는 걸 알게 되고, 그래서 떨어지는 낙엽이 단순한 잎이 아니라 시간 그 자체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한때 푸르렀던 잎이 색을 바꾸고, 바람에 흔들리다가 결국 땅으로 내려앉는 과정이 자연스러운 순환이라는 걸 알고 나면, 그 안에서 쓸쓸함과 함께 이상한 편안함도 느끼게 된다.
또 하나는 일상의 속도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계절이 바뀌는 것도 모를 만큼 바쁘다. 눈앞의 일들이 더 중요해서 주변 풍경에 눈길을 줄 여유도 부족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마음에 작은 틈이 생기고, 그 틈이 풍경을 더 천천히 바라보게 한다. 낙엽은 그런 여유가 생겼을 때 비로소 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낙엽은 삶의 깊이와 닮아 있다. 한 해를 온전히 견딘 나무의 흔적이고, 계절을 통과해 온 색깔이다. 우리가 지나온 시간처럼, 낙엽의 색도 깊고 단단하게 익어 있다. 그래서인지 나이가 들수록 그 색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결국 낙엽이 예뻐 보이는 건 낙엽이 변해서가 아니라 내가 변했기 때문이다. 바뀐 건 풍경이 아니라, 그 풍경을 바라보는 마음이다. 그래서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낙엽을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시간이 흐르는 건 아쉽지만, 그 속에서 더 많은 아름다움을 발견한다는 건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증거인지도 모르겠다.
낙엽이 모두 사라지기 전에, 올해도 부지런히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