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수한 호밀빵의 세계

믹싱 오래 하면 망한다

by 홍천밴드

호밀빵은 실기 품목 중에 식빵과 단과자 중간정도 되는 크기이다.


호밀빵은 밀가루 대신 호밀가루 비율 30% 들어가는 높은 빵으로, 일반 식빵과 달리 글루텐이 거의 형성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호밀 속에는 글루텐 단백질이 적고 점질 성분인 펜토산(pentosan)이 많기 때문에 반죽이 끈적하고 묵직하며, 밀가루 반죽처럼 매끈하게 잡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반죽 상태로 치댈 때 탄력이 생기지 않고, 오븐 스프링도 크지 않으며, 성형 시에도 밀가루 반죽처럼 길게 잡아당기는 작업이 어렵다.


호밀가루는 밀가루에 비해 효소 활성은 강하지만 글루텐 형성 능력이 거의 없어서 발효가 불안정할 수 있어 발효를 돕는 몰트액이 들어간다. 몰트액은 효모가 먹을 수 있는 당(맥아당)을 공급해 발효를 안정적으로 도와준다. 몰트액은 계량된 물에 잘 희석해서 넣어야 한다.


호밀빵 반죽은 글루텐 형성이 거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지나치게 오래 믹싱할 필요가 없다. 반죽이 한 덩어리로 모여 점성이 생기고 형태가 잡히는 정도의 짧은 믹싱이면 충분하다. 오랫동안 믹싱하면 호밀에 포함된 펜토산 때문에 반죽이 지나치게 끈적해지고 퍼지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과믹싱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호밀빵의 믹싱은 표면이 매끈하지 않아도 되며, 기본적인 형태가 유지될 정도로만 가볍게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믹싱과 1차 발효가 된 후에는 반죽을 타원형 럭비공 모양으로 만들고 2차 발효 후 오븐에 들어가기 전에 중앙에 칼집을 이쁘게 내야 한다. 칼집을 내는 빵은 버터톱이랑 호밀빵 두 개만 있는데, 반죽에 균일하게 칼집을 내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너무 깊게 내서도 안되고 그렇다고 너무 얇게 내면 다른 곳이 터진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 칼집을 내야 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호밀빵은 유럽 북부와 동부에서 오랜 세월 동안 주식으로 자리 잡아온 빵이다. 기후가 서늘하고 건조한 지역에서는 밀 재배가 어려운 반면, 호밀은 추위와 척박한 환경에도 잘 자라기 때문에 중세부터 농민들의 주요 식량으로 널리 이용되었다. 독일, 러시아, 폴란드, 북유럽 등에서 특히 호밀빵 문화가 강하게 자리 잡았으며, 지금도 이 지역들은 다양한 호밀빵 레시피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이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빵의 표준은 부드럽고 흰 밀식빵으로 이동했지만, 호밀빵은 건강식·전통식이라는 이미지로 꾸준히 살아남았다. 20세기 후반에는 천연발효종과 유럽식 제빵이 부각되면서 다시 관심을 받았고, 오늘날에는 특유의 고소함과 산미, 높은 식이섬유 함량 때문에 풍미 있는 건강 빵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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