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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Dec 03. 2022

시장의 기억4 - 주식시장 개방 이야기

코리아펀드와 저PER 혁명 

오늘은 최근 읽은 책 "시장의 기억"에 대한 네 번째 서평입니다. 이번에는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진행된 한국 주식시장의 개방에 얽힌 이야기를 중심으로 인용하겠습니다. 혹시 지난 편 글을 못 본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시장의 기억 - '5.29 강제 상장 조치' 이야기

시장의 기억2 - 1962년 증권 파동 이야기

시장의 기억3 - 80년대의 대세상승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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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시장의 개방은 크게 보아 1992년, 그리고 1997년 두 번이 역사적인 전환점이었습니다. 1992년에는 부분적인 개방, 그리고 외환위기 직후에는 전면적인 개방이 있었죠. 그런데, 그 이전부터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의 개방을 위해 노력했다고 합니다(책 127~128쪽). 


1984년 5월, 훗날 한국 펀드산업의 전설로 남는 '코리아 펀드' 설립 작업이 진행되었다. 코리아 펀드는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운용 수익을 배당금 형태로 돌려주는 뮤추얼 펀드였다(정확하게는 폐쇄형 펀드). 6천만 달러의 투자자금을 모아 그해 8월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선진 시장에 상장한 최초의 한국 주식 상품이었던 코리아펀드의 사장은 스카다스티븐스&클락의 브랫 펀드매니저가 맡았다. 외국인에게 투자총괄을 맡겼다는 점에서 그동안 나온 외수증권과 비교해 자본시장 개방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상품이었다. 국내 합작 파트너인 대우증권 쪽에서는 나중에 금융투자협회장에 오르는 황건호" 당시 부장이 부사장을 맡았다.

주당 12달러로 공모한 코리아펀드는 청약 첫날부터 전량 매진에 성공하며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상장 첫날인 1984년 8월 22일 12.75달러로 기분 좋게 출발하더니 불과 1년 만에 10배에 가까운 122달러로 치솟았다.

코리아펀드는 이후에도 눈부신 성과를 올리며 한국 간접투자 상품 전반의 '웃돈(프리미엄) 거래' 현상을 이끌었다. 1980년대 중후반에는 '3저 (낮은 금리·유가·원화가치) 호황'에 따른 한국 기업의 도약에 힘입어 뉴욕 국가펀드country fund 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다.


제가 증권사에 입사하던 1996년에는 코리아펀드 및 코리아아시아펀드에서 운용을 담당했던 선배들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암튼 코리아펀드의 성공, 그리고 1980년대 주식시장의 붕괴 등의 요인이 겹쳐 1991년 한국정부는 증시 개방 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릅니다(책 130~131쪽).


'우물 안 개구리'였던 국내 증권산업이 해외 금융자본과 경쟁할 만한 체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판단한 재무부는 1991년 마침내 개방의 최종 단계 이행을 공표했다. 1992년부터 종목당 10% 한도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직접투자를 허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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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진입은 증시의 문화를 바꿔 놓은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외국인은 직접투자 빗장이 풀리자마자 태광산업, 한국이동통신서비스(현 SK텔레콤), 신영(현 신영와코루), 대한화섬 등 PER이 낮은 주식을 쓸어담았다. 1992년 1월 증시 개방 당일 5만 원 수준이었던 태광산업주가는 다음 달 증시 사상 처음으로 주당 10만 원을 뛰어넘으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태광산업 PER은 약 2배로 여전히 저평가 영역이었지만, 낯선 현상에 당황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저PER주 혁명'이란 말이 크게 유행했다.


저PER 혁명의 위세는 2010년대 초반까지도 이어졌습니다. 아래 <그림>은 1991년 이후 KOSPI 200 종목 내에서 Top 20 저PER/고PER 지수의 성과를 보여줍니다(매년 3월 말, Reported Earning 기준으로 Re-Balancing합니다). 같은 기간 저PER 주식들은 11.3배 상승한 반면 고 PER주는 3.1배 상승에 그친 것을 발견할 수 있죠. 저PER 혁명의 충격이 얼마나 크고 또 장기간 지속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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