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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춘욱 Dec 11. 2022

아시아의 힘4 - 토지개혁의 대가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농업 생산성 향상의 꿈은 허공으로 사라져

지난 시간에 "한국에서 토지개혁이 시행될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드렸습니다만, 이번 시간에는 토지개혁으로 인해 한국 등 동아시아 사회가 치러야 했던 대가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혹시 지난번 글을 못 본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


아시아의 힘 - 저소득 국가가 비상하는 3가지 방법

아시아의 힘2 - 토지개혁이 농업생산성 향상으로!

아시아의 힘3 - 감사합니다! 라데진스키 박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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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만의 자영농이 아주 좁은 토지에서 농사 짓는 나라. 이게 한국전쟁 직후의 모습이었습니다. 소작부치다 자기 땅에 농사 짓게 되었으니, 생산성도 높아지고 또 삶의 만족도가 상승했죠. 더 나아가 저축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자녀 교육도 신경쓰고 추석마다 새 옷을 맞춰 입을 수 있는 형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좁은 땅에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식으로 달성 가능한 생산성의 향상은 끝이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농촌지역의 노령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부터는 생산성 증가율이 정체되거나 혹은 마이너스로 돌아서기에 이르렀죠. 이 결과, 한국은 다른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의 생산성 향상을 자랑하지만 유독 농업에서만은 예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의 <표>는 한국의 농업이 어떤 사황인지 잘 보여줍니다. 전체 고용의 6.1%를 농업 부문이 차지하지만, 총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 2.1%에 불과합니다. 특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수입은 4.9%에 이르는 전형적인 무역적자 산업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중국이나 일본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동아시아에서 나름 토지개혁을 잘 한 세 나라의 농업은 왜 이 모양일까요? 오늘은 이 의문을 풀어보겠습니다. 

출처: OECD·농촌경제연구원(2018)"한국 농업 혁신, 생산성 및 지속가능성 검토".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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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개혁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동아시아 국가의 농업 경쟁력이 왜 이모양일까요? 그 이유는 '영원히 지속되는 좋은 정책'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116쪽).


동남아시아와 달리 동북아시아에는 더 이상 소작농'이 없다. 일본 한국, 대만(그리고 1978년 이후 중국)에서 필요한 제도적 지원을 받은 토지개혁은 유례없는 농업 성장을 촉발했고, 시장을 창출했으며, 상당한 사회이동을 초래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국가들의 농업개발이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최선의 정책도 특정한 기간에 주어진 개발 과제에 대한 해결책일 뿐이다. 경제환경이 발전하는데도 달라지지 않는 좋은 정책은 결국 나쁜 정책이 된다. 농업에서 초기의 개발 과제는 경제권에 속한 모든 노동력을 활용해 소출과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텃밭농사식 경작이 이 과제를 달성했다. 그러나 산업이 성장하고 농촌 주민들이 더 높은 수입을 찾아 산업과 서비스업 일자리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농업은 생산성과 수익성에 중점을 둔 재조정이 필요하다. 


***


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지속되는 가운데 농업도 이제는 더 많은 자본과 토지가 필요한 상황이 되었죠. 그러나 이게 동아시아에서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118쪽).


안타깝게도 동북아시아의 경우 일본과 한국 정부 그리고 정도는 덜하지만 대만 정부는 농장의 규모를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하며, 보호주의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지 못했다.

그들은 농지의 임대 및 매매에 대한 법적 규제를 점차 완화해 농장의 통합을 허용했다. 그러나 뒤이어 갈수록 세계 최고 수준의 많은 보조금을 농민들에게 지급하면서 통합과 전문화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없애버렸다. 그 주된 이유는 가족농이 복지 체계를 대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형편이 된다면 경제발전의 토대를 닦은 농업 부문에 재정적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어했다. 보조금을 포기하고 작은 농장을 유지한 동아시아 국가(중국)의 경우 도시 소득이 농촌 소득의 3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본, 한국, 대만의 정부는 이런 수준의 불평등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러나 도농 소득을 동등하게 유지하려는 의지는 경제개발정책을 극단적인 형태의 복지정책으로 대체했다.


한국은 쌀직불금 제도가 대표적일 것입니다. 2001년부터 논업직불제를 도입한 데 이어, 2003년에는 쌀 소득 보전 직불제를 도입했으니 말입니다. 특히 2015년에는 '농업소득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쌀직불금과 밭고정직불금을 통합하기에 이르렀죠. 


https://www.naqs.go.kr/contents/contents.do?menuId=MN40672&menuType=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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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식으로 농업을 보호할수록 경쟁력은 약화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경제의 다양한 분야에는 '규모의 경제'가 적용됩니다. 대량으로 생산할수록 단가는 떨어지며, 경쟁력도 강화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반대로 돌아갑니다. 2019~2020년 전체 농가의 소득은 무려 9.3%나 늘었지만, 5헥타아르 이상의 토지를 보유한 부농의 소득은 -0.7% 증가했습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이전 소득'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0년 농가소득은 4,503만원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36.9%를 농업외 소득이, 그리고 31.7%를 이전소득이 차지했던 것입니다. 


출처: 농촌경제연구원(2021), "2020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요인", 5쪽.


출처: 농촌경제연구원(2021), "2020 농가경제 변화 실태와 요인", 2쪽.


***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는 '농촌에 유리하게 짜여진 선거구도'도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농촌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 데, 농촌지역의 의석수 감소는 매우 느립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지방소멸'을 경고하나.. 정치지형은 바뀌지 않는 셈입니다. 심지어 아래 링크의 기사에서는 "농촌이 희생당했다"고 주장하더군요. 


이런 정치지형에서 농촌지역 의원들은 어떻게든 더 많은 지원을 얻어내기 위해 뛸 수 밖에 없습니다. 이 결과 한국 농업경쟁력은 나날이 약화되는 것이구요. 이전소득 및 비농업 소득 증가에 의해 농촌소득이 매년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데.. 굳이 혁신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 같습니다. 


https://www.nongmin.com/news/NEWS/POL/ASM/320256/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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