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연료 의무 혼합제도가 불러온 애그플레이션
"에너지가 바꾼 세상" 추천사
식료품 가격이 끝없이 치솟는 가운데, 강력한 인플레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세계적인 통신사 블룸버그는 “최근 곡물 가격 상승은 바이오 에탄올 혼합 의무 제도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이 제도는 원유에 대한 의존을 낮출 목적으로 시행되어, 미국은 10% 이상, 인도는 7.5%, 유럽 연합은 전체가 10%,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은 각각 30%와 27%의 바이오 연료를 의무적으로 가솔린에 혼합해야 합니다. 이 결과 미국에서는 생산되는 옥수수와 콩의 약 5분의 2가 바이오 에탄올 재료로 사용되며, 인도네시아가 연료에 투입하는 데 필요한 100억 리터의 바이오 디젤을 만들려면 전세계가 생산하는 팜유의 약 1/7을 소모할 정도입니다. 참고로 바이오 에탄올은 옥수수를 비롯한 곡물에서 포도당을 얻은 뒤 이를 발효시켜 만들고, 바이오 디젤은 콩기름이나 유채 기름을 원료로 해서 만들어 경유에 혼합하여 사용됩니다.
그러나 이런 제도로 인해 수 억의 저개발 국가 국민들이 굶주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효율 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2022 에너지 혁명”의 156~157쪽을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습니다.
“에너지의 비용 대비 효과는 얻어진 에너지와 그것을 얻기 위해 투입된 에너지의 비율을 생각하는 일이다. 이를 에너지 수지비Energy Profit Ratio: EPR라고 한다. 옥수수로 만든 바이오에탄올은 EPR이 0.8 정도로 1에 못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제조에 투입된 에너지가 얻어지는 에너지보다 크다는 뜻이다. 이는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화석 연료를 바이오에탄올의 정제 과정에 이용할 바에야 그대로 연료로 쓰는 편이 어디로 보나 효율적이다. 옥수수도 그냥 식량으로 활용하는 편이 낫다. (중략) 바이오에탄올 등 바이오 액체 연료를 제조한다면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자원을 원료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령 옥수수라면 줄기나 잎 부분을 활용하는 식이다.”
가슴을 치는 일갈이라 생각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수많은 이들, 그리고 정책 당국자들이 이 책 “2022 에너지 혁명”을 읽었다면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저처럼 역사를 좋아하는 이에게도 좋은 인사이트를 제공합니다. 에너지와 인간 사이의 상호작용, 특히 에너지 이용의 변화가 불러온 변화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끝으로 귀한 책 발간한 에이지21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2022년 7월 20일 이코노미스트 홍춘욱
<그림> 미국 옥수수 및 공 생산량 중 바이오 연료로 사용되는 비중 변화
***
애그플레이션, 누가 촉발시켰나?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