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에 그 비밀이 있다.
여기 한 유튜브 채널이 있습니다. 이 채널을 운영하시는 유튜버님은 새로운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합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겪으셨는데도, 불굴의 의지를 가지고 계셨죠. 우리가 최소 2등의 꿈을 노리고 로또를 매주 사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그렇게 새로 올린 콘텐츠는 편집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정말 갤럭시 S8급의 휴대폰 동영상 화질로 촬영한 정도랄까요. '영상은 가위와 풀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반영했기에 이럴 수 있었죠. 그 콘텐츠는 재밌고. 단순하고, 구체적이고, 스토리가 담겨 있었기에, 많은 분들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실패를 딛고 만들어낸 이 채널은 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무려 60만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이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이 콘텐츠의 이름은 '창업다마고치'고, 채널과 유튜버님의 이름은 '신사임당'입니다.
영상에서 "바지를 팔고 싶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구독자가 10~20만을 왔다 갔다 했었는데 글을 쓰는 시점에선 60만을 넘겼습니다. 60만을 넘기게 해 준 효자 콘텐츠인 창업다마고치의 핵심을 따져보면 간단합니다. 노베이스로 시작해서 월 1000만 원 수익을 내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드는 이야기죠. 이 이야기는 어떻게 신사임당님의 채널을 몇 십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채널로 키워냈을까요? 그저 복잡계인 유튜브 세상에서 운이 좋았던 걸까요?
그저 운이 좋았다기엔 창업다마고치, 심상치 않습니다. 제가 이 콘텐츠를 끝까지 본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제 머릿속엔 창업다마고치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는지 기억하고 있고, '바지를 팔고 싶다.'라는 대사도 머릿속에서 재생이 됩니다. 창업다마고치가 진행했었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제 머릿속에 담겨있고요. 신사임당님이 SBS 미디어넷에서 월 200이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아침 증권 방송을 진행했었던 PD였던 것도 기억이 납니다.
창업다마고치는 어떻게 제 기억에 잘 남을 수 있었을까요? 콘텐츠를 여러 번 돌려본 것도 아니고 단 한 번만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데 말이죠. 저는 창업다마고치가 애초에 잘 기억나게끔 만들어진 콘텐츠라고 생각해요. 바로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책 <스틱!>은 기억에 잘 남는 메시지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고 말합니다. 메시지를 우리 뇌 속에 스티커처럼 착! 하고 붙일 수 있다고 해요. 저자는 메시지를 스티커로 만드는 6원칙을 제시하는데요, 창업다마고치가 이 6원칙을 적용시킨 콘텐츠가 아닐까 싶어요. 물론 기억에 착 달라붙게 신경 써서 만든 콘텐츠인지는 신사임당님 빼고는 모르겠지만, 창업다마고치를 한 번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진정한 '스티커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임을 발견할 수 있었죠.
신사임당님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빨리 시작해! 그러면 누구나 매달 월 1000만 원 수익을 만들 수 있어." 콘텐츠 자체가 던지는 메시지가 일관성이 있고 단순하다 보니까 신사임당님 콘텐츠들이 기억이 날 수밖에 없는 거죠. 기억에 남는 메시지는 단순하고 강렬합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나 '하늘의 별 따기'와 같은 속담처럼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그저 놀라게 하면 됩니다. 컨저링이나 겟 아웃처럼 공포영화를 볼 때 나오는 놀라움뿐만 아니라, 프리한19나 서프라이즈가 주는 "어 이거 의왼데?"같은 약한 놀라움이라도요. 창업다마고치는 어떨까요? '온라인 쇼핑몰, 그것도 유통만으로 무자본에서 월 천만 원 수익을 만들어 내다니,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가 이렇게 돈이 잘돼?' 와우, 의외죠.
창업다마고치를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굉장히 구체적이에요. 스마트스토어를 처음 개설하고 판매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쇼핑몰이 월 백만 원 이상 매출로 성장하고, 푸시업 바를 파는데 사진 이상하게 찍었다고 신사임당님한테 혼나는 과정까지. 월 1000만 원 순이익을 달성하는 성장과정이 창업다마고치에 전부 담겨 있죠. 이렇게 구체적일수록 메시지의 수명은 늘어나고,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누구나 인터넷 쇼핑몰로 월 천만원을 벌 수 있다고 말했을 때, 당연히 '저 새X 사기꾼이야!' 하면서 불신을 던지는 사람들이 생겼습니다. 신사임당님은 이렇게 대응합니다. 나를 사짜라고 불러도 좋다. 나는 그저 온라인 쇼핑몰로 돈을 벌어 왔고, 나 같은 평범한 사람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SBS 미디어넷에서 월 200도 못 받는 PD 였다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반(反) 권위적인 이미지를 주면서 신뢰를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그들의 위력은 숫자나 권위가 아니라 구체적이고 상세한 실례에서 나온다.
<스틱!>
여기서의 구체적이고 상세한 실례가 바로 '창업다마고치'죠.
새롭게 만든 쇼핑몰에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 친구분은 감격의 "어 씨X!"을 뱉어냅니다.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잤는데 다음날 일어나 보니 10% 이상 떡상해있을 때, 분명 그 정도 느낌의 감격이었어요. "어 왜 주문했지?"로 이어지는 이 장면은 보는 독자분들을 다 같이 웃게 만든 장면이에요. 이처럼 우리의 감정은 누군가가 울고 웃는 스토리에 자극받습니다. 덕분에 더욱 재밌다고 느껴지고, 기억에 남을 수 있죠.
신사임당님이 친구분을 옆에서 키워내는 모습은 커다란 자극이 되었습니다. 이 자극은 당장 돈을 벌고 싶어 하는 분들께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라는 동기를 전달했죠. "야, 너두 돈 벌 수 있어."라는 메시지를 던진 거예요. 우리는 우리한테 이득이라는 메시지를 접할 때 그 메시지에 더욱 집중하고, 기억한다고 해요. 돈을 벌고 싶거나 퇴사가 마려웠던 욕구를 가지고 있었던 분들은 신사임당님 한마디 한마디에 눈과 귀를 더욱 크게 떴을 거예요.
당신에게 좋은 것이야 말로 모든 이야기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스틱!>
위에서 말한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정. 이 5가지를 모두 복합적으로 포함한 게 바로 이 스토리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 죽도록 얘기한 창업다마고치 이야기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스토리를 기억하면서 어렴풋이 그 안에 있던 추상적인 개념들까지 덩달아 기억을 하는 거죠. 뜬구름 잡듯이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면 우리는 아무런 기억도 남기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이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지식의 저주'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지식의 저주'는 어떤 개인이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때 다른 사람도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도 모르게 추측하여 발생하는 인식적 편견인데요. 자, 이렇게 추상적으로 어렵게 설명한 개념을 다른 사람한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해하기도, 기억하기도 힘들 거예요.
그러면 지식의 저주를 설명하는 다른 예시를 보시죠. 여러분들 옆에 유튜브를 보고 있던 친구분에게 잠시 말을 걸어보시고, 여러분들은 지코의 '아무노래' 리듬을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손가락으로 책상이나 벽을 치면서 리듬을 타보는 거예요. 비트에 몸을 맡기면서 친구분에게 지금 내가 무슨 노래의 리듬을 타고 있는지 맞춰보라고 해보세요. 그러면 이런 말이 나오죠. "뭔 개소리야?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이게 바로 지식의 저주입니다. 손가락으로 아무노래 리듬을 쳐도 상대방은 모릅니다. 내가 당연히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은 모르는데, 이걸 안다고 착각하는 저주에 빠지는 거죠.
예시를 들어서 '지식의 저주' 설명을 들으신 게 더욱 이해하기 쉽지 않나요? 예시를 든 게 이해가 더 힘드셨다면 제가 글을 쓰는 실력이 엄청 부족하고 모자라서 그런 걸 거예요... 아무튼, 스토리는 말하는 사람을 지식의 저주에 빠뜨리지 않고, 듣는 사람에게 오래가는 기억을 선사해줄 수 있죠. 스토리를 포함한 힘세고 오래가는 메시지는 누구나 창조하거나 발견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올바른 통찰력과 진실된 메시지만 있다면 누구든 스티커 메시지를 창조할 수 있다.
<스틱!>
<스틱!>의 법칙들은 꼭 동영상뿐만이 아니라, 콘텐츠라고 지칭하는 모든 것들에 써먹을 수 있는 법칙이에요. 저는 글을 좀 더 감칠맛 나게 쓰고 싶었습니다. 사실 브런치는 글쓰기 대회하는 곳이 아닌지라, 굳이 글을 맛있게 쓰지 않고 제 방식대로, 제 글 솜씨대로 표현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을 하지만요.
그렇지만 누군가가 저의 글을 읽는데 시간을 썼다면, 글을 읽음으로써 얻어가실 '알맹이'를 머릿속에 착 달라붙게 할 수 있도록 쓰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싶어요. 독자님이 쓴 시간에 대한 저의 보답이랄까요. 어차피 남들에게 보여지는 글을 쓰고 있다면, 읽는 사람의 기억에 더 오래 남게 만들고픈게 우리의 마음 아니겠어요?
그래서 <스틱!>을 골랐습니다. 물론 단순히 책 한 권 읽는다고 기억이 오래가는 메시지를 완벽히 만들거나 발견하진 못하겠지만, 이 책이 콘텐츠를 초콜릿처럼 진득진득하게 만드는 데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는 확신합니다. 신의 손을 가진 글쟁이, 사랑받는 인플루언서, 실력 있는 마케터가 되고 싶으시다면 이 책을 꼭 추천드릴게요.
추가로! <스틱!>이 오래가는 메시지를 만드는 법을 이야기한다면,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은 유행하는 메시지에 대한 법칙을 이야기합니다. 둘 다 함께 읽어보시면, 또 다른 창업다마고치가 탄생할 수도 있겠네요.
참고
책
<스틱!> 칩 히스/댄 히스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