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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est belle.

어느 우울증 환자의 회고 3

by 홍차곰



“인생이 정말로 아름다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알게 될 거야.”

초등 고학년쯤의 일기 속 엄마와 나눈 대화였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엄마, 많이 틀렸어. 지금도 그렇지만 엄마는 나를 까마득하게도 모른다. 내 인생은 누가 아름답게 만들어주지 않아, 온전히 내 몫이야.


“한번 나았다고 해서 다시는 걸리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다음에는 더 잘 이겨낼 수 있어요.”

병원에 다닌 지 8개월이 지난 후에 들은 말이다. 어떤 때에는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가 나를 가장 잘 알기도 한다.


‘인생에 무언가 더 중요한 것이 있고, 지금 내 삶이 미진한 거라고 여기고 싶지 않다. 지금보다 더 나아져야 그게 진정한 나라고 여기고 싶지도 않다. 보이지도 않는 하나의 빅픽처보다 매일 눈앞에 보이는 스몰픽처 100개, 1000개를 그리며 살고 싶다. 오늘은 큰 그림의 일부가 아니라, 그냥 오늘이니까’

가볍게 읽으려고 집었던 책에서 삶을 관통하는 문구를 찾기도 한다.


더운 오늘을 견디며 스몰픽쳐를 그리다 보니 얼마 전에는 드디어 처서였다. 공기가 차가워지고 사랑하는 계절이 돌아온다. 더 재미있는 하루를 쌓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완치라는 건 없다. 언제 또 재발할지 모른다. 지금은 잠자코 있는 갑상선처럼.


그럼에도, 많이 가벼워졌다. 몸도 마음도.

예전에는 걸을 때 힘겨웠다 마치 발에 끈적한 무언가 붙어있는 것처럼, 누군가 발목을 잡아끌어당기는 것처럼. 요즘은 발걸음이 조금 가볍다.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마음만 먹는다면! 마음이 씩씩해진 거겠지. 이제 나는 감기가 낫고 다음 감기를 또 앓는다고 해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잘 돌보려고 한다. 그러면 오래 아프지 않을 수 있겠지.

내가 좋아하는 어느 노래 가사처럼 슬프면 자전거를 타기도 하면서,

이 고통도 슬픔도 다 내 별자리가 되니까, 나는 아름답다. 오늘도 살아냈으니.



엄마, 우리 이제 저런 대화를 나누지 않지만, 말해주고 싶어.

이렇게 이어지는 내 인생이라 아름다워, 내가 증명하고 있는 거야.

La vie est bel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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