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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다 Aug 17. 2024

하루에 하나씩, 일본 3대 편의점

일본에서 편의점이란 무엇인가 

제목에 '3대 편의점 정복'이라고 쓰고 싶었지만 쓸 수 없었다. 정복은 불가하다. 하루 3끼 모두 편의점에서 해결해야 간신히 한 구석에서 명함을 내밀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점만큼은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도 대만족이었다. 카카오웹툰 '아오링 도쿄'에서는 타지생활의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을 약간의 반어법으로 '도쿄는 정말 좋은 곳입니다, 여기서는 누구나 자유롭습니다 ...(중략)... 밤이 되면 도시는 화려하게 반짝입니다. 그 도시 아래에서 편의점 봉지를 들고 귀가하는 내 모습은 괜찮습니다. 같은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개인을 수없이 마주치게 될 것이므로.'라고 표현했다.  외국에서 살아본 나는 그 화를 너무 감명 깊게 읽어서 다 본 후에도 한동안 가슴이 아리고 먹먹한 듯한 느낌이 가시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그때의 감상은 사라지고 '도쿄 = 편의점이 잘 되어 있는 곳'이라는 정보만 남은 것이다. 작품의 취지에서 크게 벗어난 감상 ㅎㅎ 


('아오링 도쿄'는 단순한 그림체와 담백한 문장으로 내 죽어있던 감성을 자극하는 명작 일상툰인데, 작가님이 등장인물들에게 쉽게 감정이입하게 하시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셔서 재밌을 때는 정말 깔깔 웃음이 터질 정도로 웃기고, 슬플 때는 무표정에 가까운 인물의 얼굴에서 꾹꾹 억누른 깊은 감정이 느껴진다. 위 대사는 84화 '도쿄'편에 있다. 나는 정식 데뷔 전부터 보고 있었는데 정말 추천! 강력추천!!!) 

https://webtoon.kakao.com/content/%EC%95%84%EC%98%A4%EB%A7%81-%EB%8F%84%EC%BF%84/2720?tab=episode


이야기가 갑자기 딴 길로 샜다. 아무튼 머릿속에 입력된 정보에 따라 3박 동안 패밀리마트, 로손, 세븐일레븐을 하루씩 전부 가봤다. 지점마다, 품목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개인적인 선호도로는 로손과 세븐일레븐이 막상막하이고, 패밀리마트가 조금 뒤처졌다. 물론 같은 아이템을 사서 비교해 본 것도 아니어서 별 의미는 없는 철저히 주관적인 느낌이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일본의 편의점은 훌륭하다고 생각했다. 반찬류도 신선하고 종류도 많고 맛있다. 가격도 착한 편. 이건 환율 덕도 크지만. (내가 다녀온 직후부터 환율도 오르고 날씨도 미친 듯이 더워졌다. 극성수기를 피하려고 그때로 정했을 뿐인데 운이 좋았다) 


로손과 세븐일레븐에는 계산대에 외국인이 있어서 나도 외국인인 입장으로 괜히 흥미로웠다. 둘 다 아주 친절하게 웃어주었다. 로손의 직원은 비닐봉지를 거절하고 가방에 직접 물건을 집어넣는 나에게 아주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내가 직접 물건을 넣는 게 그렇게 예외적인 일인 건가 아니면 그럴 때의 인사하는 각도가 보통 어느 정도인지 직원이 잘 모르는 건가 생각했다 ㅎㅎ 어느 지역에서 왔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중 하나일 것 같은데(너무 넓잖아) 내가 일본어를 못하니 영어로 대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저 직원도 나처럼 이 나라의 언어보다 영어가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재미있었다. 나는 이 동전이 몇 엔짜리인지 헷갈리는데, 당신도 처음에 왔을 때는 그랬겠군요. 하지만 아마도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그런 것쯤은 금방 익숙해졌겠지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이 있었겠지만, 하나씩 이겨내면서 자리 잡아 왔겠지요. 일본은 외국인이 살기에 어떤 나라일까? 잘 모르지만 썩 편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래도 집을 구하거나 취직할 때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들었다. 물론 살기 좋은 면도 여러 가지 있겠지만.



편의점에서 먹고 마신 3일의 기록

아무튼 그런 대망의 편의점이었으니만큼 뭘 그렇게 먹어댔는지 남겨본다. 품목별로 얼마인지 적고 싶었는데 영수증을 못 찾겠다. 아직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버렸나 보다ㅠㅠ


첫째 날: 패밀리마트. 

숙소에서 제일 가까운 패밀리마트에 먼저 가보기로 했다. 제일 처음 느낀 것은 전반적으로 싸다. 그리고 종류가 엄청 많아! 두근두근 설렜지만 어차피 1일 1편의점 할 것이므로 첫날은 가볍게 몇 가지만 골라 본다. 저녁도 요시노야에서 잘 먹기도 했고. 하핫. 컵라멘 종류가 다양해서 궁금했는데 라멘을 먹기엔 배가 불렀다.

1. 쌀과자는 쌀로별 같은 맛인데(쌀로별 아시나요?!) 더 딱딱하고 이에 너무 달라붙어서 좀 별로였다.

2. DARS 초콜렛은 그냥 싸길래 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부드럽고 맛있었다. 긴자 가는 길에 샀던 소금빵이랑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다음날 카도카와 박물관 갈 때 도 가방에 챙겨가서 오가는 길에 조금씩 먹었다. 

3. 치즈는 북해도산이라고 써 있어서 일본 치즈니까 사봤다. 풍미가 깊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먹기에 부담스럽지도 않아서 만족. 이것도 소금빵이랑 같이 먹었다.

4. 모 씨가 자꾸 호요로이 아니면 호로로이라고 하는 호로요이는 아는 그 맛. 

5. 저 푸딩이 맛있다고 해서 샀는데 스푼을 안 챙겼다ㅠㅠ 다음날 먹었을 땐 이미 윗부분이 다 눅눅해져 있었다. 맛은 있었지만 아쉽.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1,000엔 정도(당시 환율로 8,500원 정도)


둘째 날: 로손

도쿄역에서 상처받은 마음을 안고 숙소에 돌아가는 길에 간식이라도 살 마음으로 들렀다. 저녁을 제대로 못 먹었다는 생각 + 보상심리에 이것저것 집었더니 그냥 한 끼 식사가 되었다 ㅎㅎ

1. 블루베리 요거트 음료. 인공적인 맛이 나지 않고, 과육도 살짝 씹힌다.

2. 유자 요거트! 우리나라에선 본 적이 없어서 사봤다. 이번엔 잊지 않고 스푼을 챙겼다. 맛있다. 유자 알갱이 같은 것이 섞여 있고 유자향이 확실하게 난다.

3. 드디어 삼각김밥. 178엔이라고 써 있다(세금 붙으면 192엔) 삼각김밥은 우리나라에도 많으니까 별 것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일본은 오니기리의 나라니까 맛있을 것 같기도 하고.. 결론은 상당히 맛있었다. 왜일까? 뭔가 밥이 푸석하거나 끈적거리지 않고 찰지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밥을 싸고 있는 김과 아주 잘 어울렸다. 안에는 연어가 들어 있는데, 비율도 적절했다는 기억이다.

4. 삼각김밥이랑 같이 먹을 반찬을 골랐다아아.. 맛있어!!! 별 것 아닌데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 톳을 메인으로 하고 두부, 당근, 콩 등을 짭조름한 양념에 같이 버무렸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맛있어ㅠㅠ 취향저격. 210엔(227엔).

5. 일본은 빵도 맛있다지..하며 산 크로와상. 일단 때깔부터 심상찮다. 모르고 샀는데 안에 팥이 들어있었다. 최고였다. 가방 안에서 눌려서 좀 찌부러졌다.

6. 까눌레 크기가 워낙 커서 샀다. 맛있는데 엄청 바삭하진 않았다.

총 약 1,200엔.


셋째 날: 세븐일레븐

이 날은 아예 저녁을 해결하려던 것인데다가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많이 샀다. 초콜렛 빼고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은 게 좀 충격이었지만..ㅎㅎ

1. 따끈하게 진열된 치킨을 한 조각 사봤다. 치킨이다. 근데 짜. 근데 맛있어.

2. 어제 톳조림?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또 살까 하다가 고심 끝에 동남아풍의 샐러드를 샀다(이름이 있을 텐데 기억이 안 남). 새우와 고수, 엔젤헤어 누들이 주를 이룬다. 고수 좋아하면 추천. 상당히 신선해서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좋았고 양도 많았다.

3. 어제에 이어 다시 삼각김밥. 후회 없는 맛이다. 오늘은 좀 더 본연의 오니기리에 가깝게 우메보시만 들어있는 걸로 골랐다. 일본인에게 오니기리란 무엇인가. 자꾸 만화에서 본 듯한 장면이 떠오른다. 가난한 주인공이 집을 떠나 상경해 온갖 고생을 하다가 얼마 없는 돈으로 간신히 부모님을 뵈러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가지만 집안에는 여전히 걱정거리가 한가득이고, 반대에도 불구하고 집을 나간 주인공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없이 화만 내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뒤로 하고 씁쓸하게 다시 귀경길에 오르는 주인공을 뒤쫓아온 어머니(‘쇼타! 기운내야 한다!’), 그 어머니가 내민 낡고 해진 보자기에 싼 주먹밥, 기차에 타서 그 아무것도 없는 주먹밥을 먹으며 ‘엄마가 해준 밥..! 김과 밥뿐이라도 맛있어…!’를 되뇌며 눈물을 줄줄 흘리는 주인공(나중에 성공함).  아아, 이렇게 전형적일 수가. 내가 이걸 어디서 봤더라. 미스터 초밥왕인가… 편의점 파티를 하고 있는 주제에 갑자기 비감에 젖어본다. 어쨌든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맛있는 삼각김밥이었다. 아, 또 딴 길로 샜네.

4. 계란말이. 일본 편의점에선 계란 토스트를 먹어야 한다는 말이 뒤늦게 생각났지만 내키지 않아 차선책으로 선택했는데, 가쓰오부시로 맛을 내서 감칠맛이 나고 엄청나게 부드럽다. 스르르...ㄱ 하고 목구멍 너머로 사라지는 느낌.

5. 녹차가 아니라 메론팥빵. 일본인에게 멜론이란 또 무엇일까..? 팥과 함께 멜론크림이 들어있고 크림 안에 약간의 알갱이가 같이 들어 있어 씹는 재미가 있다. 생각보다 많이 달지 않고 좋았다. 색도 예쁘고 멜론향이 난다.

6. 세븐일레븐 초콜렛. 간식으로 하나 사봤다. 어쩐지 미니쉘이 생각나는 모양. 여러 가지 맛이 있는데, 나는 안에 캐러멜 필링이 들어있는 걸로 골랐다. 괜찮았다. 다음날 도쿄역에서 헤맬 때 당 보충에 도움이 되었다.

총 약 1,3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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