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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다 Aug 21. 2024

도쿄역, 귀국, 저마다의 퍼펙트 데이즈

마지막 날. 넷째날 아침. 나는 또 숙소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비행기는 이른 오후에 출발한다.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도쿄역에 조금 일찍 가기로 한다. 조식으로 나온 따뜻한 커피를 마지막까지 즐긴다.


다시 한 번 다이마루에 간다. 동전파스 다음으로 사고 싶었던 것이 우메보시(매실절임). 어차피 내가 먹을 거라 선물용은 지나치고 그냥 여기 사는 사람이 장 보듯이 하나를 집는다. 보냉팩과 함께 잘 싸서 가방에 넣는다. 괜찮겠지.


공항가는 버스티켓을 산다. 이게 좀 어려웠다. 티켓 사는 곳 찾기가 쉽지 않다. 참고로 하차 장소와는 멀리 떨어져 있다. 구글맵과 몇몇 블로그의 도움을 받았지만 아무리 블로그에 설명이 잘 되어 있어도 그걸 읽는 내가 길치면 아무 소용이 없다ㅠㅠ 나같은 분들은 웬만하면 그냥 옆에 있는 사람을 붙잡고 맥도날드가 어디 있냐고 물어보자. 역사 안은 매우 혼잡하니 안에서 헤매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찾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맥도날드만 찾으면 매표소는 금방이다. 그리고 매표소 앞에서 10분에 한번씩 버스가 출발한다.


공항에 도착해서는 마지막 먹부림을 부린다. 공항에서는 늘 ‘남은 현지 돈을 소비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해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편이다. 스이카에 남은 돈을 다 쓴다는 게 그만 일단 먼저 돈을 더 충전해서 쓰는 모양새가 되었다. 얼마를 더 넣어야 하나 계산하느라 잠시 정지해 있자 센스있는 직원(여기도 외국인)이 내가 뭘하려는지 알아채고 계산할 금액과 내 스이카에 남아 있는 금액의 차액을 알려준다. 밥을 먹고 고민하다가 자리가 멋져서 그 옆 카페에서 커피도 한 잔 마신다. 탑승동으로 이동해서 스타벅스까지 간다. 호지차 스틱이 있길래 남은 동전으로는 그걸 산다. 멋진 자리가 있어서 잠시 앉았다 간다.


비행기를 탄다. 다시 두 시간 정도를 날아 인천에 도착한다. 지하철을 탄다. 오랜만에 보는 익숙한 한국 지하철이 반갑다. 외국인 시점에서 우리나라 지하철은 길을 찾아다니기 쉬운가 잠시 생각해본다.


집에 온다. 짐을 푼다. 씻는다. 침대에 눕는다. 언제나와 같이.


그렇게 3박 4일의 도쿄여행이 끝났다. 남은 것은 그동안 내가 받았듯 주변에 소소하게 선물을 나눠주고, 여행이 어땠는지 이야기하고, 잘 가져온 우메보시며 이런저런 과자들을 먹으면서 여행에서 찍은 사진을 다시 열어보는 일 정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여행기를 쓸 생각은 아니었다. 대단히 한 것도 없고, 사진도 아쉽다. 하지만 꼭 엄청난 경험을 해야만 글을 남길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브런치북 연재를 해보기로 했다. 그래야 중간에 그만두지 않고 끝까지 쓸 것 같다는 예감 때문이었다. 번아웃으로 이것저것 손만 댔다가 제대로 끝맺음하지 못한지가 오래 되었다. 그래서 보잘것없는 여행기지만 마지막 글을 쓰게 되어 솔직히 제법 기쁘다. 나에게 도쿄는 삼각김밥. 이번 여행에선 이제 막 한 입을 베어물었을 뿐이다. 정갈한 김과 밥의 맛이 자극적이지 않게 입 안을 채운다. 이번 여행에서는 슴슴한 그 맛을 즐기다 온 셈이다. 더 먹다보면 아마 우메보시든, 참치든, 맵고 시고 짠 맛을 만나게 되겠지. 그건 다음 기회로 미뤄본다.


여행을 다녀온지 얼마 뒤, 도쿄를 배경으로 한 영화 <퍼펙트 데이즈>를 뒤늦게 보았다. 다녀왔음에도 본 적 없는 도쿄의 모습을 보았다. 무심히 지나쳤던 낡은 거리와 건물에 집 하나하나마다 한 사람의 삶과 일상이 들어차 있겠구나 싶었다. 그건 도쿄만이 아니라 서울에서도, 파리에서도,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어느 이름 모를 도시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마지막에 올라가는 크레딧을 보면서도 저 많은 이름마다 또 1인분의 인생이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어쩐지 눈물이 나서 울었다. 아마 주인공이 어차피 곧 다시 더러워질 거라며 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었다면 영화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을 것이고 나도 울지 않았을 것이다. 성실한 사람의 일상에는 마음을 치는 무언가가 있다.


나는 아마도 도쿄를 이야기할 때마다 신이 나서 눈을 반짝이며 ‘도쿄! 너무 좋아아!!’하면서 호들갑을 떨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그 대도시에 가득한 사람들을 떠올릴 것이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가 사는 곳과 같고도 다른 그 곳에서도.


숙소-도쿄역-나리타공항-인천공항-집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글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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