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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델라 Jul 14. 2019

아이는 성장하는 기쁨을, 치매는 퇴행하는 슬픔을

긴장되는 장기요양등급 심사 1

    할머니를 케어하며, 어린아이를 키우면 성장을 함과 동시에 부모의 역할이 점점 줄어드는 반면 치매 어르신들은 점점 기억이 퇴화되기 때문에 내가 기억하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거리감이 생기는 것을 온전히 지켜봐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느꼈다. 생활을 하며 지금껏 혼자 해오시던 일들은 당연히 혼자 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인지 어느 순간 단순한 것조차 잊어버리게 되었을 때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 늘어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옥죄어와 힘들고 지쳤다. 할머니를 모시는 게 힘에 부치지만 딸과 아들을 구분하고 손녀의 이름을 기억하시는 할머니를 보며 시설이나 요양원에 보내는 것보다 집에서 모시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가족들은 장기요양등급을 받고자 했다. 5년 전 장기요양등급 심사원이 집을 방문했을 때 5등급 판정이 나와 복지관이나 병원 혜택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등급이 높을수록 복지관에서 이뤄지는 혜택이 많아지거나 병원 혜택이 늘어나기 때문에 등급 판정에 가족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니고 있는 노인정에서의 은근한 따돌림과 활동량을 생각했을 때 새로운 복지관으로 옮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가족들은 사회복지를 전공한 내가 있어서 이번에 등급을 받기에 조금 수월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내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이 무겁게 느껴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장기요양등급 심사원이 집에 오신다고 한 날 나는 집 근처 복지관의 사회복지사로 면접을 보러 갔다. 가족들은 믿었던 내가 없게 되자 신경이 더욱 예민해졌다. 평소에도 많이 힘들었던 모습 그대로를 보여드려야 한다는 생각에 벽 곳곳에 써서 붙인 메모지도를 떼지 않았다. 요실금으로 팬티에 말아 넣어 놓았던 휴지조각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데도 치우지 않고, 매일 할머니가 물로만 세척한 퀴퀴한 팬티도 그대로 널어놓았다.      


    나는 면접을 나서기 전 현관문 앞에 걸려 있는 십자가 앞에서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속삭였다. '오늘 할머니 장기요양등급 심사 잘 받을 수 있게 해 주세요.' 막내인 나를 무척이나 예뻐하시던 우리 할아버지가 다른 날은 몰라도 오늘만큼은 하늘나라에서 잘 도와주시길 바라고 또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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