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일이 찾아오고 나는 면접을 보러 다녔다. 저녁 늦게까지 면접이 이어졌고 퇴근 시간과 겹쳐 집에 늦게 들어오게 됐다. 면접에서 답변을 멋있게 하지 못한 부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런 복잡한 표정인 내게, 할머니는 날 기다렸다며 웃어 보였다. 오늘 복지관에서 즐거운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웃음 사이로 피가 보였다.
나 : 할머니! 피나요! 어떻게 된 거예요?
할머니 : 어디?
나 : 여기요!
할머니 : 아, 여기? 나 이빨 빠졌다?
나 : 언제요?
할머니 : 그저께인가?
나 : 아프지 않았어요?
할머니 : 응 그냥. 늙어서 그래. 아픈 줄도 모르고 빠졌어.
나 : 그 이빨 어디다 뒀어요?
할머니 : 몰라.
할머니의 빠진 이를 찾으려 쓰레기통을 뒤지기도 하고 침상 주변을 자세히 살펴봤지만 끝내 찾지 못했다. 며칠 전부터 할머니의 말투에서 어눌함이 찾아왔었다. 그때 들여다볼 것을 후회했다. 이 하나가 빠지니 옆의 차아에도 타격이 갔나 보다. 빠진 이 옆의 치아 사이에도 피가 났다.
나 : 할머니 한 번 다시 보자. 이 해봐요.
할머니는 하나 둘 치아가 빠진 매끈해진 잇몸을 보이며 머쓱하게 웃어 보이셨다.
취업준비생인 나는 노트북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시간이 많았다. 노트북을 켜고 손가락으로 타다닥 자판을 누르고 있노라면 할머니는 책상 너머에 서서 노트북 쪽으로 머리를 쭉 내밀었다.
할머니 : 넌 무슨 컴퓨터를 하루 종일 들여다보냐?
나 : 공부하고 있어요. 이게 컴퓨터인지는 아시네요?
할머니 : 컴퓨터 박사 되겠다. 박사 선상님.
나 : 박사 같아요?
할머니 : 그럼. 박사 되어서 사람들 가르쳐줘. 공부 많이 해. 나는 잘래. 피곤해.
할머니는 저녁 8시 30분부터 주무신다고 했다. 정말로 불을 끄고 텔레비전도 껐다. 요즘 할머니가 일찍부터 주무신다. 그리고 아침 9시까지 긴긴 잠을 잔다. 피로가 누적되어 며칠만 일찍 주무시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일과가 되었다. 내가 있어서 안심이 되는 건지 아니면 몸이 점점 쇠약해져서 훨씬 더 많은 충전이 필요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