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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디 Sep 26. 2024

경고! 쌩얼이면 뭐 어때?

퍼스널컬러 진단 후 가면 안 되는 곳

당신의 퍼스널컬러는?


얼마 전, 집 근처의 여성인력개발센터에 퍼스널컬러 특강이 있길래 재미 삼아 다녀왔다. 평소에 웜톤 VS 쿨톤을 택하라 하면 고민 없이 웜톤 쪽으로 손을 들었다. 태생이 검은 피부요, 캠핑과 놀이터 태닝으로 그을린 깜시 아닌가.

짐작과는 달리, 구릿빛 민낯의 퍼스널 컬러 진단 결과는 ‘여름 쿨톤 뮤트’.


홍디의 퍼스널컬러=여름 쿨톤 뮤트


삶에도 패션에도
역사는 있으나 공식은 없다.

퍼스널컬러가 트렌드로 화두 되어도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나다. 하긴 MBTI 조차 한참을 모르고 살았으니, 친구 따라 강남 갈리 없는 내 멋대로 홍디다. 20년 넘게 대중적인 옷을 만들어 왔음에도, 공과 사는 다른 거지. 흥미가 없으면 따라 하기조차 귀찮은 것이 유행이니 말이다.


디자이너지만 취향으로 끌리는 대로 느낌 따라 득해왔다. 옷이나 소품, 화장도구, 어떤 스타일이든 간에.

퍼스널컬러를 진단받고 메이크업과 코디착장까지 코칭을 받아보면야 좋지. 허나 쿨톤, 웜톤 맞추어 색조화장 키트들을 쓸어 모은들 뭐 하나. 스스로 실행을 꾸준히 하느냐가 중하지. 피부톤과 데일리룩에 컬러메이크업을 부지런히 매치할 자신은 없었다.


옷장문을 열면 쏟아져 나오는 옷가지 중에서도 늘 입는 티쪼가리만 고르지. 빼곡히 들어찬 신발장은 열어 보지도 않고 어제 구깃하게 벗어둔 운동화에 고민 없이 발을 넣고 말이다.

어쩌다 눈에 띈 특강 정보에 마음이 동하였으니, 다 떨어진 립글로스 칼라나 알아내보련다.




[여성인력개발센터] 퍼스널컬러 개강안내
준비물: 자주 사용하는 립스틱, 얼굴은 선크림까지만 발라주세요.

퍼스널컬러 수업 전 안내 문자를 받았다.


준비물이 립스틱과 쌩얼이라고라.

잃어버려도 아쉽지 않게 싹싹 긁어 쓴 립글로스를 챙겼다. 바른 듯 만 듯 선크림을 얼굴에 대충 문대고 쌩쌩 달려갔다.


회색+회취의 강의실. 어여쁘고 화사한 외모에 친절+발랄한 강사님의 프로페셔널한 모습은 수강생 입장에서 감사하고 기분 좋았다. 개인별로 컬러 진단을 받고, 퍼스널컬러의 이해를 위하여 타입별 추천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홍디님 앞으로 나오셔요. ”

정신을 쏙 빼로 지내는 요즘, 거울 볼 틈도 없이 하루를 채워간다. 물론 핑계다. 나의 얼굴은 돌봄의 우선순위에서 자꾸만 밀려났다고나 할까. 가족들은 물론, 건순이 친구 엄마들도 하굣길에 이 모냥의 얼굴을 보았겠구나. 에휴.

4절 사이즈의 거울에 민낯을 마주하자니, 숨길 수 없는 잡티와 나이의 흔적들에 필터를 끼우고 싶었다. 나 조차도 대면하기 불편한 나의 쌩얼.




@HONG.D 그리고 찰칵


쌩얼이면 뭐 어때, 나야 나


꿈뻑꿈뻑하는 시선은 이리저리 흔들렸다. 매일 보고 평생 달고 사는 내 얼굴을 꼿꼿이 쳐다보지 못하겠더라. 모르는 대중의 앞에서 솔직하게 드러내는 나의 낯짝..

오히려 강사님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맨얼굴이 가득 찬 거울을 날카롭게 살펴주신다. 이 날 경험한 지극히 홍디적인 퍼스널 컬러 진단의 키포인트 몇 가지 짚어보겠다.


하나. 웜톤과 쿨톤의 구분

진단 시 얼굴에 다양한 컬러의 진단패브릭을 대보면서 시각적 변화를 감지하게 된다. 가장 먼저 번쩍이는 골드와 실버 패브릭으로 웜톤과 쿨톤을 구분할 수 있더라.


구릿빛 까만 피부의 홍디는 당연히 웜톤일 줄 알았으나, 골드를 얼굴에 대보았을 때 입술과 눈 주변이 누렇고 칙칙하게 보이는 걸 확인했다. 쿠킹호일처럼 부담스러운 실버가 오히려 낯빛을 밝혀주는 느낌이랄까. 쿨톤의 경우 실버나 화이트골드 액세서리가 어울린단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 예식장 갈 때 화이트골드 목걸이를 했었네. 공식 모르고 느낌으로 픽한 게 이제 와 다행.


두울. 건강한 피부톤 그대로

화장을 진하게 하고 다니는 편은 아니나, 부러 백탁현상 다분한 선크림을 바르고 덜 칙칙해보고자 했었다. 강사님께서 뾰족하게 꼬집어주시기를 이러했다.


“홍디님은 까만 피부가 건강한 이미지여요. 밝은 색상의 선크림이나 톤업크림은 오히려 얼굴빛을 칙칙하게 할 수 있어요. 피부톤 그대로의 진한 색 파운데이션을 가볍게 발라보셔요. “

안 칙칙하고자 더했던 것이 더 칙칙한 결과를 낳았던 것.


세엣. 립라인을 밝게

어두운 피부톤보다 더 어두웠던 건 따로 있다. 풋풋한 새댁 시절, 시댁에서 홍디의 민낯을 보시고 입술 문신을 했다는 오해를 받았었다. 그 오해는 결혼 5년 만에 건만이가 태어나고 나서야 풀렸지. 선명하고 진한 립라인이 타고난 것이었음을. 후훗.


“홍디님 입술 라인이 진해서 입 주변이 어두워 보일 수 있거든요. 누드톤의 립라이너를 입술 테두리에 그려주는 것만으로도 얼굴톤이 한층 밝아질 수 있어요. ”

강사님께서 건네주신 라이너의 색상은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밝은 톤이었다. 진한 라인을 달고 태어났으니, 그만큼 진한 립칼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지난 세월. 지울 수는 없지만 흐릿하게 할 수 있다는 진한 깨달음을 얻었다. 올레.




경고! 올리브영 바로 가지 마


관심 없던 나의 쌩얼을 각성하고 나니, 아는 만큼 보이더라. 며칠 후, 아이들 라이딩을 해주고 돌아오는 길에 눈에 띈 현수막. ‘올리브영 70% 세일’

취향 따라 몸이 움직이지. 이끌려 들어간 올영 매장에서 이전과는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여자의 마음보다 남자의 속내를 알기 쉬웠던 남성복 디자이너 출신 홍디. 참말로 오랜만에 여심과 사심 가득한 표정으로 색조화장품 매대를 샅샅이 파헤치고 있네. 


여기저기 TRY ME. 배운 대로 발라보자. 꼭 사야할 것.

1. 쿨톤 립글로스

2. 피부색 그대로의 파운데이션

3. 누드톤의 밝은 립라이너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보고 나름대로 픽을 한다. 아쉬운 건 23호 파운데이션은 테스터뿐, 재고가 없다는 점, 아예 나오지 않는 브랜드도 많다는 점이었다. 웃프지만 올영에서 나와 쿠팡으로 주문했지요홍홍.


장바구니 한가득 묵직하게 담아 들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흥이 넘친다. ‘나야 나! 나는 J에 Cool 톤이야!’을 마음속으로 담뿍 외치며.


꼭 필요해서 사는 J+Cool 여자 @HONG.D


다이소, 서점, 스벅=홍디참새 방앗간 리스트에 올영 추가요. 이렇게 경고합니다. 십만 원이 아깝지 않게 잘 바르고 삽니다만.




퍼스널컬러 진단의 쓸모


공식은 없어도
해법을 찾고 나를 안다.

 

오늘 그대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고 있는가? 그대만의 얼굴은 어떠한가?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제대로 비추어 보았나. ‘제대로’라는 포인트가 참 쉽지 않다. 주관적이기 때문이겠지.

퍼스널컬러 강의실, 회색빛 회취한 그 공간에서 깨달은 여름쿨톤뮤트. 결국 ‘제대로’ 나를 들여다보는 경험이었다.


겉으로는 해법을 찾았다. 올영 쇼핑 십만 원의 지출은 얼굴빛에 생기를 주었지. 회색 머금은 칙칙한 칼라의 옷들을 즐겨 입던 코디는 퍼스널 컬러에 딱 들어맞는 스타일링을 하고 있었다고 안도했다. 나의 겉모습을 알고 칠해보는 거다.  


속내까지 살피고 나를 알아간다. 그동안은 거울에 비친 푸석한 나를 살펴보지 않았던 거다. 촉촉하게 수분크림을 바르면서 입꼬리가 올라가고, 립라인을 밝게 그리면서 표정이 밝아진다. 아이 하굣길에 간식거리 채운 에코백 귀퉁이에서 새로 산 립글로스를 반짝 꺼내 바른다. 놀이터에서 아이가 달달구리를 먹을 때 나도 반짝임을 빨아먹을 테지만.



나에게 관심을 가져보자. 어쩌면 세상을 변하게 할 가장 가치 있는 일이다.


취향
경험

이 세 가지의 공통점을 찾았다. 바로, 유일하다는 것.


@HONG.D 그리고 찰칵



+덧마디

이 그림은 복숭아가 마트에 막 보이기 시작하던 초여름에 수채화 수업에서 배우고 그렸다.

마땅히 어울리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미완성으로 여름을 지내고 이제야 마무리 했다.

Delightful. 형용사. 정말 기분 좋은 / 마음에 드는.

쌩얼도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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