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디 May 17. 2024

오목에서 육목 되나요?

웃으면 복이 와요.

고스톱도 동네마다 법이 다르단다. 제사상차림도 집집마다 제각각이지. 오목의 규칙은 만국공통인가?




ROUND 1


집구석에서 건만이와 애비의 <오목리그>가 진행 중이다. 현재 스코어 통산 14 대 13으로 건만이가 앞서고 있다. 지난 해만 해도 애비가 슬렁 봐주면서 비등비등했는데 이번 시즌은 분위기가 다르다. 놓쳤던 한 수에 포효하는 것으로 보아 애비도 온 힘을 다하는 모양이다.


띠띠띡띠릭띠리리잉.

“아빠 오셨다.”

“아빠아!!!!!!”

아들은 아버지가 퇴근하고 오자마자 격하게 반긴다. 애비가 하루 중 가장 피곤하고 배고픈 상태를 비집고 들어가 승리를 따내는 건만이. 오목의 전술인지, 승리는 역시 타이밍인지.


@HONG.D 그리고 찰칵




ROUND 2


건만이가 학원 스케줄 없이 빈둥대던 오후, 거실에서 야구 스윙하는 자태가 정신 사나웠다. 소파에 개켜 올려둔 빨래탑이 쓰러질 위기.


“엄마랑 오목 한 판 할래?”

“엄마도 오목 할 줄 알아요?”

“그럼, 바빠서 못하지. 오랜만에 해볼까?”

“오호, 좋았어!”

잽싸게 자석 바둑판을 옆구리에 끼고 다가오는 건만이의 뽐새는 벌써 승자다. 나른한 오후에 눈알에 힘 좀 줘볼까. 모자의 오목대결이 시작되었다.


“천천히 잘 봐봐.”

“아하!”

“건만아, 엄마 지금 여기다 놓았다.”

“음, 헛, 럴수럴수 이럴 수! 엄마! 엄마가 아빠보다 잘하는데?"


오후의 모자간 오목 스코어는 4대 2. 애미의 승리인데, 패자인 건만이가 어인 일인지 매우 흡족하게 패를 즐기는 느낌이다. 이기나, 지나 즐거웠으면 되었다. 애미도 빨래탑을 지켜서 만족하거든.




ROUND 3


그날 저녁. 띠,띡,띠딕, 띡,띠릭, 띠, 띠리링.

유난히 더 고단해 보이는 애비의 손놀림.

“아빠, 다녀오셨어요!”

“아빠, 아빠!!”

“건만아, 아빠 지금은 잠시 쉬고, 이따가 밥 먹고 하자.”

세월아 네월아 평소의 식사와 달리, 목표한 바가 있어 초집중 속전속결로 저녁 한 끼가 해결되었다. 냉동실에 젤리가 알맞게 얼어서 후식으로 하나씩 입에 물었다. 4인 가족 전원 당충전 완료 상태.


이 때, 씨익 웃으며 옆구리에 바둑판을 끼고 등장하는 건만 군.

“오늘의 빅매치. 아빠 선수와 엄마 선수의 오목 대격돌이 있겠습니다! 자, 자, 중계는 건만이 직접 나섭니다. "

미치겠다. 이거였구먼. 아들의 뇌구조는 순위를 꼭 매기게 되어있는가. 어찌 오목의 세계에는 이리 적극적으로 서열화를 시도하면서, 본인의 학습 분야는 모른 척을 하는지.


“뭐야, 아빠랑 엄마랑 오목 하라고? 오호!”

현관에 들어설 때, 그리 쳐져보였던 애비의 어깨가 당과 함께 완충되었나 보다.


“여보 먼저해.”

애비가 신사적으로 양보하며 경기 시작.

보기 드문 애미와 애비의 오목 매치에 건만이, 건순이는 흥이 솟구친다. 맛깔난 중계에, 훈수에, 응원을 다한다. 애미의 꼼꼼한 선공으로 애비는 이리저리 방어하느라 분주하다.

“이야허, 엄마 뭐야. 장난 아닌데?”


거리 두고 보면 오목이 아니라 바둑을 두는가 할 정도로 미니바둑판의 여백이 줄어갔다. 그러다 애비가 풋유어핸즈업 환호성을 외친다.

“야하호오!!”

“이게 뭐야. 육목이 어디 있어! 무효야, 물러! "

“오목 이상이잖아하하하”

“오목이어야지! 기다려 봐 봐. 검색해봐봐봐 봐.”

온 가족 두상이 흥분 상태로 애미의 폰에 비집고 들어온다. 네모 검색창에 오목을 적으니 바로 뜨는 연관 검색어.


오목 육목


으하하하하. 우리 같은 사람이 있네 있어. 맞댄 머리들이 엉켜 웃으며 데굴데굴한다.

자, 검색 결과는 다음과 같다.


(출처:위키백과) 오목의 기타규칙.
- 여섯 개 이상의 돌을 늘어놓는 육목으로는 이길 수 없다.(무효 혹은 금수로 처리된다.)
- 삼삼(막혀 있지 않은 둘 이상의 연속된 삼을 만드는 수)은 놓을 수 없다.
- 다만, 삼삼/육목과 동시에 오목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제외된다.


오목에서 육목 되나요? 누군가 물으시거든, 이렇게 답합니다.

안 됩니다. 종목이 오목인데요홍홍홍. 홍디애미의 승리.


오목은 딱 이것만 기억하시라. 삼삼금지, 육목무효.



@HONG.D 그리고 찰칵



+덧마디.

바둑판은 받칠 뿐, 실컷 웃었으면 되었다.

웃음의 효과는 말해야 입만 근질거린다. 뇌를 기쁘게 하면 작업 능률이 저절로 좋아지고, 면역력도 높게 측정된단다(영국 워릭대University of Warwick 앤드류 오스왈드Oswald, A.J. 연구진의 실험).

바둑판에 기댄 바둑알같은 그림멍하시고, 그대의 오늘이 행복하길 바랍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홍홍.




이전 07화 척과 거리두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