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탐구-여덟 번째]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광장 - 최인훈

by hongfamily

인간탐구 이번 시간은 이데올로기에 대해 나누어보려 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부침을 거듭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데올로기 하면 최인훈 작가의 광장이 떠오릅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우리에게 여전히 아픔으로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남과 북의 이념차를 극복하지 못해 6.25 전쟁이 발발 후 지금까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최인훈 작가의 광장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가장 아픈 부분인 8.15 광복 후 6.25까지의 시기를 건드리고 있는 작품입니다.


유시민 작가의 『후불제 민주주의』를 보면 작가는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문제점은 혁명을 거치지 않고 선진국의 이념을 들여옴으로써 발생한다고 진단하였습니다. 이 작품에서 최인훈 작가 또한 남한의 민주주의나 북한의 공산주의나 마찬가지로 직접적인 혁명을 거치지 않고 남의 나라에서 이루어 놓은 사상을 들여왔기에, 사회 구성원들이 경험하지 않고 전해 들은 이야기로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광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일반적으로 혁명을 상징한다고 봤을 때, 이 작품에서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생각해보며 작품으로 들어가 봅니다.


중립국으로 가는 석방 포로를 실은 인도 배 타고르호. 석방 포로 이명준은 이 배에서 통역 역할을 하고 있어, 선장과 친하게 지냅니다. 선장은 갈매기를 보며, 갈매기가 죽은 자의 영혼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선장이 명준에게 애인은 없었냐는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는 이명준의 대학시절로 돌아갑니다.


이명준은 철학과 3학년으로 아버지의 친구의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친구에게는 두 명의 자제가 있었는데, 명준의 친구 격인 태식과 여동생 영미입니다. 그들은 은행장인 아버지를 둔 덕에 이들은 부유한 생활을 합니다.


명준은 영미가 주최한 댄스파티에서 소개받은 강윤애에게 호감을 갖습니다. 명준은 윤애를 만나러 가는 길에 고고학자이며 여행가인 정 선생의 집에 들릅니다. 정 선생이 최근 구입한 여성 미라를 보기 위함이었는데, 정 선생은 삶의 의미를 찾는 명준의 물음에 명준이 자신에게 주어진 패를 아직 꺼내지 않았다고 조언합니다. 이에 명준은 자신은 실 수 없는 연애를 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정 선생은 미신 중에 으뜸가는 미신이라고 일축합니다.


보람을 품고 살아보겠다는 명준에게 그럼 정치는 어떻냐고 묻습니다. 명준은 이에 대해 인간은 그 자신만의 밀실에서만 살 수 없으며, 그는 광장과 이어져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명준은 정치의 광장, 경제의 광장, 문화의 광장을 이야기하며, 이런 광장들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것은 불신뿐이고, 그들이 가장 아끼는 것은 자기의 방 밀실뿐이라고 주장합니다.


“한국 정치의 광장에는 똥오줌에 쓰레기만 더미로 쌓였어요...


추악한 밤의 광장, 탐욕과 배신과 살인의 광장, 이게 한국 정치의 광장이 아닙니까?....시장, 그건 경제의 광장입니다. 경제의 광장에는 도둑 물건이 넘치고 있습니다...한국 경제의 광장에는 사기의 안갯속에 협박의 꽃불이 터지고 허영의 애드벌룬이 떠돕니다. 문화의 광장 말입니까? 헛소리의 꽃이 만발합니다. 또 그곳에는 아편꽃 기르기가 한창입니다...“


명준은 영미 아버지에게 경찰이 은행에 찾아와 명준에 대해 물어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이북으로 월북한 명준의 아버지가 평양방송의 대남방송에 나온다는 것입니다. 8.15 그해 북으로 간 아버지는 명준에게 먼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북으로 가고 얼마 안 돼서 어머니가 돌아가고, 명준은 아버지 친구였던 영미 아버지 밑에서 지내왔던 것입니다.


명준은 S서 사찰계 취조실에서 형사에게 취조를 받으며 폭행을 당하고, 명준의 밀실은 그렇게 허물어져 갑니다. 이후 두어 번 불러들이고 기별은 없지만, 명준은 나날을 걱정 속에서 지내게 됩니다. 명준의 자의식은 보람 있는 삶에의 갈구를 더해갑니다.


명준의 혼란스러운 마음은 아래 명준의 독백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개인의 밀실과 광장이 맞뚫렸던 시절에 사람은 속은 편했다. 광장만이 있고 밀실이 없었던 중들과 임금들의 시절에,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 밀실과 광장이 갈라지던 날부터, 괴로움이 비롯했다. 그 속에 목숨을 묻고 싶은 광장을 끝내 찾지 못할 때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명준은 무작정 인천에 있는 윤애를 찾아가고, 한동안 윤애네 집에서 머무릅니다. 윤애의 사랑을 갈구하는 명준에게 윤애는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명준은 어느 선술집에 있습니다. 명준에게 주인은 이북으로 가는 배를 타겠냐고 속삭입니다.


다시 장소는 타고르호로 옮겨옵니다.

중립국으로 송환 중인 포로들은 뭍에 오르고 싶다는

욕망에 휩싸여 명준에게 배가 정박 중인 홍콩 땅에


오르게 협상해줄 것을 종용합니다. 안된다는 소식을 전하는 명준에게 김 씨는 시비를 걸고 둘은 격렬히 싸우고, 헛것을 본 명준이 멈칫하는 사이 공격을 당해 명준은 의식을 잃습니다.


일행은 선장실로 몰려가서 소동을 일으키고, 식당에 감금됩니다. 선장은 명준에게 뭍에 오르고 싶냐고

물어보지만 명준은 상륙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합니다.


한편, 선술집 주인에게 월북을 제안받은 명준은 윤애를 만나 마지막으로 윤애에게 알몸으로 날 믿어달라고 사랑을 갈구하지만 윤애는 마음을 열지 않고 그녀와 나란히 서있다고 생각한 광장에서 외톨박이로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한 명준은, 상심하여 새로운 광장으로 가고자 북으로 향하는 배에 오릅니다.


명준이 북녘에서 만난 것은 희망의 광장이 아닌, 잿빛 공화국이었습니다. 노동 신문 본사 편집부 근무를

명령받고 『볼셰비키 당사』를 탐독하는 등 노력을

해보지만, 명준이 발견한 것은 당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만 하는 또 다른 모순이었습니다.


명준의 부친은 북에서 고위직에 있으면서, 새 장가를 들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와 부딪친 명준은 아버지를 향해 부르짖습니다.


“저는 살고 싶었던 겁니다. 보람 있게 청춘을 불태우고 싶었습니다. 정말 삶다운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남녘에 있을 땐, 아무리 둘러보아도, 제가 살 수 있는 광장은 아무 데도 없었어요

.....아버지가 거기서 탈출하신 건 옳았습니다. 거기까지는 옳았습니다.

...그 붉은 심장의 설렘 그것이야말로, 모든 것입니다...우리 가슴속에서 불타야 할 자랑스러운 정열, 그것만이 문젭니다...“


명준은 신문사에서 일하는 자신의 선택이 문제일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하고자 야외극장 짓는 일에 자원하나, 발을 헛디뎌 다칩니다.


명준은 병원에 위문공연을 온 발레리나인 은혜를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장소는 남만주에 위치한 조선인 꼴호즈로 옮겨집니다. 이곳은 중국 측이 쌀 증산을 위해 만주에 흩어진 조선인들을 좋은 조건으로 모아들인 집단농장으로 명준은 이 꼴호즈의 나날을 취재하기 위해 보내진 것이었습니다.


명준은 꼴호즈를 취재한 내용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자아비판을 하게 되고, 명준은 그 옛날 S서 뒷동산에서 형사에게 맞아 퉁퉁 부은 입언저리를 혓바닥으로 핥으면서 들었던 마음의 방문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명준은 은혜와 사랑을 키워갑니다.

어느 날 은혜는 모스크바 예술제에 차출되어 갈 거라는 이야기를 명준에게 전하고 명준은 은혜에게 떠나지 말라고 강요합니다. 은혜는 명중 앞에서 떠나지 않겠노라 다짐합니다.


북조선의 현실은 명준의 이상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명준은 원인을 북조선에는 혁명이 없었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북조선 인민에게는 주체적인 혁명


체험이 없었다는 데 비극이 있었다고.


명준은 아버지의 역할로 원산 해수욕장의 노동자 휴양소에서 편안한 시간을 보내게 되고, 그곳에 은혜 일행이 공연을 왔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 명준은 은혜를 찾아가 만납니다.


그다음에 그들이 만난 것은 국립극장 무대 뒤였으며,

은혜는 명준과의 약속을 어기고 모스크바로 떠나게 됩니다.


장소는 낙동강 싸움터.


6.25 전쟁으로 군인으로 참전한 명준에게, 은혜는 간호병이 되어 나타난다. 이들은 명준이 발견한 산속의 굴에서 밀회를 하며 사랑을 키워가지만, 죽기 전에 부지런히 만나자던 은혜는 전사하게 됩니다.


명준은 거제도의 포로수용소에 있습니다.


명준은 북쪽에서 열심히 살아보고 싶었으나, 전쟁이 일어나고 적에게 잡혔다가 돌아온 사람의 처지가 어떤지 알기에 북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명준에게 남한은 실존하지 않는 사람들의 광장 아닌

광장으로 허망한 곳일 뿐입니다.


결국 명준은 중립국행을 선택합니다.

명준의 중립국행은 새로운 희망을 위한 결정이 아닌,

무서운 것을 너무 빨리 본 탓으로 지쳐빠진 몸이, 자연의 수명을 다하기를 기다리면서 쉬기 위해서 가는 것이었습니다.


배 안에서 명준은 혼자 있고 싶을 때면, 뒤 갑판을 찾아가곤 했습니다. 명준은 뒤 갑판이 낙동강 싸움터에서 찾아낸 굴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명준은 광장에서 졌을 때 사람은 동굴로 물러가는 것이라고, 그러나 모든 사람은 결국 한 번은 진다고 생각하며, 자신에게 한 뼘의 광장과 한 마리의 벗을 달라는 바람을 비춥니다.


뒤 갑판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던 명준에게 솟구치며 나타난 것은 갈매기. 명준은 배를 탄 이후 보아왔던 헛것이 갈매기였음을 깨닫습니다. 갈매기를 향해 총을 겨눈 명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작은 갈매기. 명준은 곧 그 갈매기가 자신의 죽은 딸이라는 것을 알아챕니다. 은혜는 명준의 아기를 임신했었으며, 자신은 첫 딸을 낳을 거라 하였었다.


침대에서 우연히 집어 든 부채를 펼쳐보며 명준은

책을 모으고 정 선생의 미라를 보고, 윤애에게 사랑을 구하던 일을 떠올린다. 북으로 넘어와 은혜와 만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무덤 속에 있는 은혜가

그가 찾아낸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명준은 갈매기를 보며, 바다가 은혜와 그녀의 딸, 그녀들이 마음껏 날아다니는 광장임을 알아봅니다.


이야기는 선장이 석방자 한 사람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끝난다.


흰 바닷새들의 그림자는 그 어딘가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작품을 읽은 생각을 나누어 봅니다.


우선 광장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봅니다.


작가에 따르면 광장은 인간이 만들어낸 이데올로기를 의미하는 듯합니다. 정치, 경제, 문화...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관념은 광장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광장에 대비되는 밀실, 자신의 방, 굴, 뒤 갑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바로 자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요?


비극은 인간이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명준은 갈빗대가 뻐그러지도록 뿌듯한 보람을 품고 살고 싶어 했습니다. 광장으로 나오고자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명준을 위한 광장은 남한에도 북한에도 없었습니다. 중립국으로 향하는 명준은 광장을 찾아 나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8.15 광복과 공산주의, 자유주의 간 이념 분쟁, 6.25 전쟁은 그렇게 한 젊은이의 꿈을 빼앗아갔습니다.


​또 다른 부분인 사랑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명준의 사랑은 영미로부터 느끼는 미소년 같은 가슴 떨림, 윤애를 향한 성적 욕망, 은혜를 통한 진정한 사랑의 깨달음으로 이어집니다. 앞서 자아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밀실에서 나와 광장으로 나와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남녀 간의 사랑은 어떨까요. 역시나 사랑에 있어서도 각자의 밀실을 허물고 둘만의 광장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명준은 깨달아가는 것 같습니다.


사회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광장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 명준은 사랑을 위한 광장을 갈구합니다. 둥글게 안으로 굽힌 두 팔 넓이의 광장에서 마지막에는 한 뼘의 광장을 원하지만 명준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듯합니다.


바다가 두 여인의 광장임을 깨달은 명준은 바다로 뛰어듦으로써 사랑의 광장을 획득합니다. 이 작품이 비극이라고만 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입니다.


끝으로, 지금 대한민국의 광장은 살아있는가 자문해봅니다.


헬 조선으로 표현되는 사회 구성원들의 체념은 남녀 간의 갈등, 세대 간 계층 간의 갈등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보이며, 우리 각자는 오물과 쓰레기로 가득 찬 광장을 치우려고 하기보다, 각자의 밀실에서 자신만의 만족을 찾고 있지 않은지. 작가가 1961년 우리 사회를 향해 던진 화두는 여전히 유효하지 않은지.


우리가 문제의식을 가지고 각자의 밀실에서 광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명준은 우리일 수 있고, 우리의 아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데올로기 편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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