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걸작
낙수장.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건축물이다. 이름만 들어서는 뭔가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을 법한 별장 같아 보이지만, 낙수장은 'falling water'라는 이름으로 미국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 1867~1959)가 미국 펜실베니아 베어런에 지은 건축물이다.
이 건축물이 한국에 소개되면서 이름 그대로 물이 떨어지는 곳, 즉 폭포 위에 지은 주택이라는 이름으로 낙수장(落水莊)으로 불리게 됐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유소니언 하우스라는 모듈형 주택을 만들어 미국 전역에 보급한 장본인이기도 하고,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을 지은 건축가이다. 라이트는 탤리에신 이스트에서 건축 펠로십을 이끌어가고 있던 어느 날, 피츠버그 백화점 소유주였던 애드거 코프먼에게 건축 의뢰를 받게 된다. 코프먼은 라이트를 물소리가 나는 숲을 보여주며 이곳에 자신의 집을 지어달라고 요청한다. 하지만, 라이트는 여섯 달이 지나도록 설계를 하지 않고, 머리속으로 구상만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코프먼에게 전화 한 통이 오는데, 사무실 근처를 지나갈 예정이니 지금까지 진행한 설계를 보여달라는 전화였다. 라이트는 그제야 부랴부랴 코프먼의 집을 설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코프먼 하우스 설계는 그렇게 세 시간 만에 완성됐다. 라이트는 마치 오래 전부터 그려왔었던 것 마냥 도면을 코프먼에게 보여주었다. 코프먼은 도면을 보고 매우 놀랐다. 폭포 위에 집이 있었기 때문이다. 라이트는 단순히 자연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풍경 안에서 살 수 있는 집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건축은 시작됐다.
라이트는 건축물이 주변과 이질감이 나지 않게 현지의 돌을 그대로 가져다 겹겹이 쌓아 벽을 만들었고, 그가 오래전부터 추구해왔던 낮은 건축형태의 프레리 양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이 주택의 가장 중요한 점은 켄틸레버(cantilever) 구조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켄틸레버 구조는 보의 한쪽 끝이 벽면에 고정되어 기둥없이 바깥쪽으로 쭉 뻗어있는 형태를 말하는데, 한쪽 팔이 뻗은 모양이라고 해서 외팔보라고 한다. 낙수장은 켄틸레버 구조의 가장 대표적인 건축물로 알려져 있다. 바깥 풍경을 그대로 들이기 위해 가로로 긴 창을 내었고, 주변 바위 재질을 그대로 살려 바닥을 마감했다. 그리고 라이트는 늘 가족의 소중함을 중요하게 여겼기에, 거실 가운데에는 벽난로를 두었다. 그리고 월넛 재질의 나무 선반을 두고 집을 완성해 나갔다.
하지만, 아름답게 보이기만 했던 낙수장에 문제가 생겨버렸다. 시간이 흘러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 켄틸레버가 한쪽으로 기울어져 버린 것이다. 코프먼은 대대적으로 보수공사를 해야만 했다. 낙수장은 미국에서 아주 잘 나가는 유명 건축가가 지어 아주 멋있긴 했지만, 살기에 불편함이 있었다.
물이 새기도 하고, 물소리가 시끄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코프먼은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만들어낸 이 건축물을 너무나도 사랑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곳에 살면서 언제나 자신의 집을 찬양했다. 코프먼이 죽고나서 그의 뼈는 낙수장에 있는 곳에 뿌려졌을 정도이다. 훗날, 낙수장은 국가에 귀속됐고, 현재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많은 사람이 찾는 예술작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