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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꾸녕 Oct 02. 2024

안하던 짓_여행(4)

캠핑 도전: 나만의 000

나만의 귀여운 캠핑카 잘 버텨줘

지금 타고 있는 경차는 다른 분이 타던 2011년식 수동 변속기 마티즈를 55,000km에 받은 차이다.

태어나서 처음 내 돈으로 차를 샀던 2011년에도 기아 모닝을 중고로 샀었는데 그때도 수동 변속기였다.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수동 변속기의 좋은 점은 연비밖에 없다.

요즘 나오는 신차들이 워낙 능력이 좋아 굳이 수동 변속기가 아니더라도 연비 10km는 대부분 넘어서기 때문에 이제 수동 변속기 모델이 인기가 없다고 하지만, 수동 변속기에 경차라는 매력까지 추가가 되면 연비가 잘 나올 때는 리터당 17km 까지도 나온다.


하지만 수동 변속기는 언덕에서 1단을 넣고 올라갈 때 뭔가 힘차고 고달픈 소음을 내는데 나는 그 소리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언덕에서 차가 멈춰 섰다가 다시 출발해야 할 때 뒤로 밀리는 것에 대한 공포. 그것 또한 식은땀이 흐르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동 변속기 경차로 다시금 되돌아온 이유는 음... 차값이 저렴하고 연비가 좋다, 더하기 차와 한 몸이 된 듯한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손세차를 하며 뒷 좌석에 중형견이 앉을 좌석은 반려견 차량 시트를 설치한 채 그대로 두고 나머지 의자를 접어 짐 실을 준비를 끝냈다.

진짜 캠핑카는 아니지만 캠핑할 때 쓰는 차니까 나만의 귀여운 캠핑카로 부르기로 한다!

나의 캠핑카 은식이



나만의 생각들 잠들어줘

아무튼, 그동안 두 달에 걸쳐서 매일매일 심사숙고하고 이곳저곳 아껴서 모은 돈으로 차곡차곡 구매한 캠핑장비들이 드디어 캠핑하기 좋은 가을의 초입에! 거의 갖춰졌다.

그리고 드디어 다음 주면 이 작고 오래된 경차에 묵직한 짐들을 정말로 실어서 캠핑을 갈 예정인데,,,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엔진오일을 갈고 나서 며칠 뒤에 55,000km 밖에 타지 않았지만 그래도 10년이 넘은 차이니 안전과 수명을 위해 미션 오일도 교체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근처 카센터에 들렀다.

그랬더니, 미션오일이 문제가 아니라 차량 앞바퀴에 달려 있는 등속 조인트가 터져서 한쪽을 구리스가 새고 있었고 한쪽도 거의 새기 직전까지 가있었다. 두둥... (왜 엔진오일 교체해 준 카센터는 차에 대해서 모르는 내 눈에도 보이는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미션 오일까지 36만 원이라는 계획에 없던 차량 수리비를 지출하면서 '그래 중고차는 고쳐가면서 타는 것이 제 맛이지, 이 상태인 줄 모르고 신나게 가다가 차가 더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어쩔 뻔했어. 사고가 날 수도 있었잖아? 주님이 도우셨다!! 주여 감사합니다!!' 라며 스스로를 아주 더욱 심하게 위로했다.


 카센터를 다녀온 이후로 나도 모르게 차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는지 시동 걸 때, 주행할 때의 작은 소리들에 귀 기울이며 운전을 하고 발바닥으로 바퀴를 수시로 밟아 공기압들을 체크해 주고 차량 하부를 무릎 꿇고 절하듯이 엎드려 살피며 누유되거나 수상한 곳이 있는지 자주 확인한다.

차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이제 그만 좀 들들 볶고 내버려 두라고 할지도 모른다.


 난생처음 구매한 캠핑 장비들이 생각보다 거대해서 이것들을 어떤 식으로 차에 넣을지도 틈만 나면 머릿속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다른 캠퍼들을 보니 차에 짐 싣는 것을 테트리스 한다고 표현하던데 국민학교 1학년 시절 친구들과의 닌텐도 테트리스에서 한 번도 패배해 본 적 없는 나로서는 '오호라? 테트리스라고?' 하는 야릇한 도전 정신이 생기면서도 한 편으로는 또 처음 해보는 것들의 어설픔으로 인해 제대로 실리지 않아 지붕에 실은 루프백이 뒤집어 까진다던가 하는 괴상한 상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거지만, 해보지도 않고 생각이 너무 많다!

쌓이고 있는 캠핑 용품 꾸러미만큼 걱정과 생각 꾸러미도 비례한다


나만의 경제적 자유를 이뤄보자

 요즘 경제적 자유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인다. 

나도 경제적 자유를 꿈꾸며 관련 베스트셀러를 사서 보다가 그 내용이 그 내용이라 읽고 당근에 다 판매하기도 했다.

 캠핑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먼 훗날 언젠가는 쌓여 있는 대출금을 전부 갚고 나서 무얼 해보려고 하면 아무것도 못할 것 같은데 (20세 성인이 되고부터 빚이 없던 적이 없어서), 중형견과 함께 외박하는 여행을 하려면 그나마 캠핑이 가장 적합할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만약에라도 내가 갑자기 지혜로운 투자자 또는 부지런하고 성공적인 N잡러가 되어 수익 자동화 및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이 되어 있다면 돈에 얽매이지 않고 빚도 없을까? 생각해 보다가 에라이 떠나자가 되었다. 


 경제적 자유는 단기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몇 년이 걸려도 포기하지 않는 끈기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뚝심 있게 이어가는 인내심, 목표를 향해 계속 파고드는 집중력과 집요함,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호기심과 부지런함이 필요하다.

이렇게 갖기 힘든 경제적 자유를 당장은 가질 수 없으니까 나만의 경제적 자유를 갖기로 한다.

돈이 주는 두려움의 족쇄를 뜯어내서 내다 버리는 나의 마음가짐. 이런 경제적 자유말이다.

갑작스럽게 어쩔 수 없이 무조건 써야 하는 지출에 너무 마음이 쿵! 내려앉지 않고 돈을 써야 들어온다는 담대한 마음을 장착하는 일도 나만의 경제적 자유로 치겠다. 

사람들이 말하는 경제적 자유로 진입하는 길로 가는 길은 내가 내린 경제적 자유라는 의미를 먼저 감당해야 가능 할 것 같다. 열심히 연습하겠다.


이제 정말 캠핑장을 예약했고 진짜로 떠날 것이다. 

이게 얼마만에 떠나는 외박 여행인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

작은 경차가 힘들어하던, 예민한 중형견이 컹컹 짖던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다. 

기대는 바람을 불어 더 크게 만들고 걱정과 두려움은 나만의 경제적 자유와 함께 누리면서 떠나자! 느긋~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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